노트북을 닫았다.
가방에 넣었다. 재킷을 집었다. 사무실 불을 껐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멈췄다.
투자 미팅이 또 깨진 날이었다. 세 번째였다. 그 전날은 핵심 파트너사가 계약을 철회했다. 그 전전날은 가장 믿었던 초기 고객이 해지 통보를 했다.
사흘 연속으로 무너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타지 않았다. 문이 다시 닫혔다.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이상하게 고요했다. 아프지도 않았다. 그냥 텅 빈 느낌이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공동창업자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가 말했다.
"나왔어? 나 아직 여기 있는데. 편의점에서 캔맥주 샀다. 올라올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다시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올라가는 방향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더니 그가 바닥에 앉아 있었다. 책상도 아니고 소파도 아니고 그냥 바닥에. 맥주 두 캔을 옆에 놓고. 불도 켜지 않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도시 불빛만 있는 상태로.
나도 그 옆에 앉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먼저 캔을 땄다. 나도 땄다. 건배도 없이 그냥 마셨다. 도시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고, 우리는 그 불빛을 보면서 맥주를 마셨다.
한참 후에 그가 말했다.
"오늘 진짜 개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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