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였으면 진작 접었을 것 같다

by 정명훈


그날 밤 나는 그만두려고 했다


노트북을 닫았다.


가방에 넣었다. 재킷을 집었다. 사무실 불을 껐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멈췄다.


투자 미팅이 또 깨진 날이었다. 세 번째였다. 그 전날은 핵심 파트너사가 계약을 철회했다. 그 전전날은 가장 믿었던 초기 고객이 해지 통보를 했다.


사흘 연속으로 무너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타지 않았다. 문이 다시 닫혔다.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이상하게 고요했다. 아프지도 않았다. 그냥 텅 빈 느낌이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공동창업자였다.



"나왔어? 나 아직 여기 있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그가 말했다.


"나왔어? 나 아직 여기 있는데. 편의점에서 캔맥주 샀다. 올라올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다시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올라가는 방향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더니 그가 바닥에 앉아 있었다. 책상도 아니고 소파도 아니고 그냥 바닥에. 맥주 두 캔을 옆에 놓고. 불도 켜지 않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도시 불빛만 있는 상태로.


나도 그 옆에 앉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먼저 캔을 땄다. 나도 땄다. 건배도 없이 그냥 마셨다. 도시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고, 우리는 그 불빛을 보면서 맥주를 마셨다.


한참 후에 그가 말했다.


"오늘 진짜 개같은 날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정명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고 시장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연구합니다. 스타트업 사업계획서, 소상공인 유통전략, 상품기획과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기록합니다.

5,55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0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