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한적 없는 데 불쑥 찾아온 ADHD

by 배움새싹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 많고, 행동이 빠르고, 남다른 시선과 깜찍한 생각이 많은 아이.


유치원때는 빠른 행동에 위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정도였는데 초등학교 입학 후, 담임선생님의 걱정 가득한 부정적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어요.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행동이 커서 다른 친구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있다. 1학년 남자 아이들 중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긴하다. 점점 좋아질 거라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5월 한달, 우리 가족 태국 한달살기를 다녀왔고

아이는 야단맞고 잔소리 듣게하는 행동은 했지만, 여행 내내 잘 적응하고 활발하게 잘 지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2학기가 시작되고, 학교에서 지적받고 엄마한테 야단맞는 일이 많아지니 아이는 긴장하고 눈치보며 조심하려고 노력했어요. 잔뜩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어느 순간엔 터저나오는 에너지를 마구 뿜어내느라 조마조마한 순간들도 많았구요.


어느날, 담임선생님께서 ADHD 검사를 받아보는게 어떻겠냐고. 다른반 친구 한명이 약을 복용 한 후에 생활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면서 말씀하셨는데 정말로 미쳐버릴것만 같았어요.


선생님의 전화를 받는 날마다 숨을 쉬는게 힘들만큼 가슴이 답답하고 미칠것만 같은 기분에 아이 앞에서 울기도 많이했고. 아이에 대해 걱정하고 조언해 주시는 부모님들께 큰 소리치며 전화를 끊고 한동안 연락을 안 드리기도 했어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몇가지 항목에서 주의력 문제가 보이지만 약물은 부모의 선택이고 아이에게 문제가 보이는 사회성 개선을 위해 놀이치료는 꼭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학교에서 위클래스 상담과 , 병원에서의 놀이치료도 잘 진행 되었지만 엄마의 마음이 괜찮지 않아서, 급하게 비행기 티켓을 결제하고 태국과 베트남 한달살기를 다녀 왔어요.

아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넘치는 동네에서 주변의 집중을 받는 상황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 규칙과 집단 속에 아이가 갇히거나 다치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어요.


엄마와 둘이서 한달동안, 아이는 너무 훌륭했어요.

야단맞고 엄마에게 혼나는 날도 있었지만

낯선 환경에서 너무 잘 적응하고, 아프지 않고, 씩씩하게 그곳의 생활을 누구보다 즐겁게 즐겼어요.

이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기대하며 돌아왔지요.


돌아온 한국, 새로 시작된 학교

아이는 괜찮아 보였고,

매일 노력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이 혼자 노력하고 엄마는 매번 눈 흘기며 감시하는 생활이 미안했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듣는것만으로도 노력하고 애써야하는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병원을 다시 예약했어요.


1. 집에서 멀지 않은 곳 중에서

2. 거북맘VS토끼맘 카페에서 추천해주시는 병원을 예약하고 상담받고 몇가지 검사를 추가로 받았어요.

유명한 선생님을 뵙는거라 대기에 대기를 거치고, 지난주에 최종 진단을 받았어요.


우리아이는 ADHD입니다.

전형적인, 교과서에 나오는 행동 그대로의 아이라고 하셨어요.

아이에게 약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라고

웩슬러 검사도 받았는데 몇가지 항목에서 매우 우수한 결과가 나왔어요.

매우 뛰어난 아이인데 주의력 문제 때문에 더 발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잘 하는 아이를 더 잘 할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거라고 했어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병원을 찾았지만 진단 받은 날은 약을 처방받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어요.

남편과 상의하면서 아이를 위한 선택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니 더 고민하거나 늦출 필요가 없겠다는걸 깨달았어요. 아이혼자 애쓴다고 해결되는것이 아니고 이 문제와 상황을 남다르게, 특별하고 지혜롭게 해결 할 능력이 제게 없다는걸 부정 할 수가 없었어요.

엄마의 마음이 불편한거지 아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는걸 인정하기로 한거죠.


책 읽기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일에는 집중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아이에게

학습은 아직 문제가 되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사회성.. 친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친구관계에서 상처를 주거나 받는 일들이 생길수 있으니 이 부분은 도움이 꼭 필요해 보였어요.


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세가지를 제안했어요.


✔️ 첫번째, ADHD 치료를 위한 약물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이고 잘맞는 약과 용량을 찾으면 확실하게 느낄만큼 좋아질거라 하셨어요


✔️ 두번째, 부모교육 (10회차)

ADHD자체도 문제인데, ADHD로 인해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자꾸 야단맞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이 아이에게 반항심이 생기고 그 마음이 부모를 향해 점점 커진다고 하시면서 아이를 위한 맞춤교육을 위해서 부모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추천하셨어요.

✔️ 세번째, 놀이치료 (최소6개월)

아이는 공감능력이 부족해서 친구와의 관계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친구관계에 문제가 발생할수 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상처받는 일들이 많아질 수 있어서 사회성발달을 위한 놀이치료를 받아야한가고 하셨어요.


우리 아이,

산만하고 장난이 심하지만 진짜 괜찮은 아이에요.

똑똑하고, 운동도 잘하고, 창의력 넘치고, 친구들이랑도 재미있게 잘 놀아요.

집에서는 물론이고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한시간 두시간 앉아서 집중해서 책 읽기도 잘하구요.

그림 그리고 만드는것도 잘해서 늘 칭찬받아요.


ADHD라고 하니, 문제가 있는 아이처럼 느껴지고 ADHD약은 감기약이나 영양제 처럼 아이를 더 건강하게 도와주는 약이라는 거 알지만, 약물을 처방받으니 문제가 심각하게 보여서 엄마의 마음은 무너집니다.


오늘 첫 복용날

단단한 마음을 갖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서 새벽기도 다녀왔어요.


약을 먹으면 가장 큰 부작용으로 식욕부진이 나오기 떄문에 약 먹기전에 아침을 잘 먹이는게 제일 중요하고 해서, 평소 아침식욕이 없는 아이에게 밥맛나게 해주려고 일찍 일어나서 뒷산에서 운동도 하고 왔어요.


식욕부진과 불면증이 오기도 하고, 예민해지거나 짜증이 늘 수 있고, 복용 초반에는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아파서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제발 우리아이 약이 잘 맞아서 조금도 아프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밥 먹는거 잠 자는거 힘들어 하는 아이인데,

약으로 인해 더 힘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먹는 약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규칙을 지키면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길 믿습니다.



아직은 괜찮지 않습니다.

괜찮은 것이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속상한 마음이 당연한 마음이겠지요.

당장의 문제로 좌절하고 우울해하기보다는 길게 보면서 이 순간을 잘 지나가야겠습니다.


아이를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믿는것,

나 역시 대단한 엄마가 아니지만 누구보다 아이를 잘 알고,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이 가득한 맞춤엄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믿기로 했어요.


괜찮지 않지만, 힘내봅니다!

아이의 생활이 편해질거라 믿습니다!

희망을 갖고 아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함께 가면 외롭지 않습니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어서 블로그에 기록합니다.

기록이 쌓여서 대단한 정보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하면 좀 낫다는 이야기는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일기장을 살며시 꺼내봅니다.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ADHD 아이를 둔 다른 부모님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진단을 받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이 감사하지만, 진단을 받기 전까지 그리고 진단을 받은 후 한동안 엄마가 느낀 좌절감은 경험해보지 않은 다른 이들은 공감할 수 없는 마음이죠.

남자아이 키우기, 산만한아이 키우기, ADHD아이 키우기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기록해봅니다.


큰 은총을 받은 사람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평안하라 강건하라 강건하라

다니엘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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