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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하늘의 경고

by 캘리그래피 석산

전조현상(前兆現象: 어떠한 일의 징조로 나타나는 현상)[출처: 다음 백과]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예측 가능한 전조현상(前兆現象)에 대해 알 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거 아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지나치다, 뜻하지 않게 사고를 당한 후 원인 분석을 통해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캘리사진 하늘의 경고.jpg 지난 가을, 밭일을 하다 잠깐 쉬는 어머니 강복덕님 모습 (진도군 조도면 신전길 소재) ⓒ석산 진성영

어머니(강복덕 님, 88세, 진도군 조도면 신전 길 소재)도 이러한 하늘의 경고를 3~4차례 받은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인지라 그러한 하늘의 경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게 크나 큰 결과로 초래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속죄하는 어리석음에 봉착하는 것 같다.


최근 1년 사이에 크고 작은 전조현상은 나타났다.


2017년 3월 3일 기존의 시골집을 철거하고 그 위에 어머니의 새집을 지어주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날! 어머니는 서울 큰누나 집에 몇 개월 간 머물게 되는데 서울에 머무는 동안 수시로 수유리 큰누나 집을 찾으면서 어머니의 안색을 살피곤 했었다.


그러던, 2017년 5월 19일 저녁 8시쯤 어머니께서는 평상시와 다르게 기력이 없고 안색이 안 좋아 보여 급히 인근 병원 응급실로 모시고 갔었다. 그날 밤 응급실에서 응급조치 후 하룻밤을 를 어머니와 함께 있다가 다음날 오전에 퇴원을 했었다. 원인은 급격히 혈압 수치가 높아지면서 혈관이 좁아지는 혈액순환 장애 초기 증상이었다. 더 나아가 방치되었다면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이어지는 분명한 전조증상이었다.


그 후, 2017년 6월 어머니는 새집이 거의 지어져 시골로 내려왔고, 나 또한 2개월이 지난 8월 말쯤 귀향해서 어머니와의 꿈같은 3개월을 보내게 된다. 어머니 쓰러지기 이틀 전 또 한 번의 전조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기억이 된다. 평상시에도 지팡이가 없으면 걷는 것조차 힘겨워했지만, 어머니는 아무리 아파도 막내아들에게 직접적으로 아프다는 말을 한 번도 하시는 분이 아니었다.


2017년 11월 19일 오후 6시, 저녁 준비를 마친 후 마당에서 소일을 하시는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저녁식사하셔야죠?‘


어머니는 평상시와는 사뭇 다르게 얼굴을 찡그리며 고통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오시면서 하는 말 ‘아들아! 몸이 왜 이리 아플까? “ ”너무나 아프구나 “ 불과 현관에서 거실까지는 3m도 안 되는 짧은 거리인데도 어머니는 너무나 몸이 아프다고 내게 호소했다.


그리고, 이틀 후,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5%의 회생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에서 H병원 중환자실에서 15일간 입원했다가, 지난 12월 5일 어머니는 인근 요양병원 중환자실로 다시 옮겨졌다.


비록, 어머니께서는 들을 수도, 말하지도, 움직일 수도 없지만.., 너무나 편안한 모습이다.

한 평생 고된 일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간호사들에게 건강관리를 받으며 남은 생을 정리하라는 하늘의 명령을 수용한 듯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게 쉬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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