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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새섬에 가고 싶다

by 캘리그래피 석산

귀소본능(歸巢本能: 동물이 자기 서식 장소나 둥지 혹은 태어난 장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오는 성질) [출처: 다음 백과]

새섬에 가고 싶다(80*142)

동물들도 나고 자란 곳을 떠나 언젠가는 다시 서식지로 돌아오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오직 하겠는가? 고향을 떠나 온 지 20여 년 만에 다시 고향 쪽으로 머리를 돌리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복잡한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안빈낙도의 삶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가족을 구성하고, 직장 생활 속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마음뿐인 푸념으로 지나치기 일쑤다.


본인이 고향으로 내려온 지 벌써 1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섬에서 나고 자란 섬놈의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섬을 떠날 때에는 지긋지긋한 이 섬을 찾지 않으리라! 각오한 시간들이 어느덧 철없던 시절의 객기(客氣)였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 깨닫는다.


그래도 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귀소본능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섬 생활은 고단하고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자신이 열심히 하는 만큼 자연의 보상은 그대로 덤으로 돌아온다. 틀에 박힌 도시에서 직장 생활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증언이다. 윗 상사에게 시달릴 필요도 없고, 자신이 자유롭게 시간을 짜고 맞춰 돌아가는 일상은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다고들다.


내가 기거(起居)하는 곳은 마을에서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통유리 창문을 조금 열어놓으면 바람의 향방에 따라 글씨들이 춤을 추고, 멀리 방파제 끝으로 새벽녘에 고기 잡으로 나갔던 배가 은물 살을 가르며 들어오는 장면이 매일 생생하게 펼쳐지는 곳..., 전남 진도군 조도면에 속해있는 새섬(鳥島)이다.


주로 톳, 미역, 다시마, 멸치, 전복 양식을 하는 전형적인 어촌이다. 어촌의 생활은 늘 섬들을 감싸 안은 바다와 함께 시작하고 끝이 난다. 바다를 사랑했던 그 옛날 섬 소년이 다시 섬을 찾아 섬 작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게도 동경하고 그리워했던 어머니의 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섬은 나에게 욕망의 사슬을 끊고 자유로운 여유를 선물했다.

섬은 나에게 불필요한 짐을 하나둘 씩 벗어던지라고 한다.

섬은 나에게 성찰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고 한다.

그렇지만, 나에게 섬은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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