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추석 연휴기간에 고향 선배로부터 짧은 어머니 동영상을 받아본 적이 있다. 참깨를 털고 있는 어머니 모습이 담겨 있었다. 화제는 추석 며칠을 앞두고 서울에서 출간기념회가 잘 마무리되었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였다.
본인의 첫 번째 책 '캘리그래피를 말하다' 는 2016년 9월 10일 홍대 근처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개최되었다. 추석 연휴 3일을 앞두고 열린 출간기념회다 보니 참석인원이 적을까 봐 은근히 노심초사했던 기억이 난다. 명절 시즌에 찾아온 행사장에는 많지도 덜하지도 않을 정도의 인원이 자리를 빛내주었고,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짧은 동영상에는 막내아들이 대견하다는 대화도 찾아볼 수 있었다. 청년시절에는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망나니처럼 전국을 휘젓고 다니더니, 어느 날 뜬금없이 학생들에게 선생질도 하고, 글씨를 쓰고, 이제는 책까지 낸다고 하니..
"별놈, 별놈이여"
어머니는 그렇게 막내아들에게 '별놈'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1996년 당시 목포의 한 방송사 카메라맨 재직 당시 다큐멘터리 촬영을 2박 3일 일정으로 고향 진도 새섬으로 왔었다. 촬영 일정상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지만, 섬 촬영을 마치고 마지막 씬으로 자연산 전복 수중촬영을 하고 난 후 슈트를 입은 상태로 어머니께 목포로 올라간다는 인사를 하러 갔을 때 또 한 번 놀라고 있었다.
“머구리 옷 입고 물질하고 왔냐?”
“별놈, 별놈..”
‘별놈’이라는 수식어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캘리그래피 작가 활동을 하면서 2013년 수원화성 앞마당에서 ‘KBS의궤 8일간의 축제’ 팀과 퍼포먼스를 하는 과정에서 하얀 두루마기 도포를 입은 채 커다란 대형 붓을 어깨에 메고 있는 모습을 보시면서 그때도 어머니는 막내아들에게 별놈이라는 말을 했었다.
이 시간에도 속절없이 병실에 누워 운명의 날을 기다리는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이 무력감에 자꾸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