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오늘부터 조도 보건소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해드린다고 하니 한 분도 빠짐없이 맞으시오”
2017년 9월의 마지막 날 이른 아침, 마을 이장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어머니는 “독감주사 맞으라고 하지야?” 라며 금세 알아차리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아야~ 막두야! 차 타고 내려가면서 너희 고모도 같이 모시고 가자”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막내아들 차 타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어머니와 고모 두 사람을 모시고 보건소로 향하는 길은 정겨웠다. 두 분은 한 마을에서도 눈물 나도록 우애가 돈독하기로 유명했다. 익어가는 시간들을 같이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두 분의 아름다운 이야기의 0순위는 늘 자식 걱정이었다. 이미 모든 자식들은 출가하여 자기 살 길을 찾아갔지만 부모는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자식 생각뿐이다.
오랜 세월 허리가 휘어 지팡이에 의지하며 보건소 입구로 들어가는 두 분의 모습은 애초롭기까지 했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 저럴까? 나 역시 나이가 들면 지팡이에 의지하며 살아야 하겠지?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며 마음 한구석에 처량함으로 다가왔다.
독감예방접종 후 어머니와 고모님을 다시 차에 모시고 나서 어머니께 “오랫 만에 두 분 외출하셨으니 맛있는 점심식사를 사드리고 싶다”고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집에 밥 있는데 뭐 하려고 돈을 쓰냐”고 나를 구박했다. 어머니는 내가 귀향하기 전 한평생을 밥과 신건지로 식사를 하셨다고 했다. 얼마나 가슴 아픈 말인지.. 지금도 그 말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애려온다.
어머니와 고모님을 집에 모셔다 드리고 난 후, 바로 친구 만난다는 핑계로 면소재지 하나로 마트에서 장을 봤다. 평소 어머니가 좋아하는 족발과 오리훈제를 사서 어머니 모르게 냉장고에 넣어 놓고 오늘 저녁밥상에 올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