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에는 32년 넘게 문화 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던 ‘영흥식당’이 있다. 이 식당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6년에 해남출신 임병숙(70세) 씨가 지금의 광주 예술의 거리에 터를 잡고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문인, 문화 예술인,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연탄불에 익힌 전어구이에 막걸리 한 사발 탁 털어 넣었던 향수 가득한 곳으로 유명하다.
물론, 5.18이 다가올 때면 민주화를 외쳤던 인사들이 이 식당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 시국과 5.18의 뚜렷한 진상과 향후 대책들을 토론하고 노래했던 곳이기도 하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이곳은 어머니 품처럼 따뜻한 안식처가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과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에도 이곳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30년 넘게 운영한 식당을 문을 닫아야 했던 임 씨는 “정말 많은 추억이 간직한 곳인데 막상 문을 닫으려 하니 눈물이 앞을 가른다”며 “좋은 일도 많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에는 민주인사들이 모여 한없는 눈물을 흘렸던 기억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2018년 7월 초 ‘영흥식당’ 문을 닫기 20일 전 광주 시민단체로부터 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2018년 7월 31일 자로 ‘영흥식당’의 문을 닫는다면서 문화예술인들이 뜻을 함께 해 서각 패를 만들어 임병숙(70세, 영흥 식당 운영) 사장님께 그간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면서 글씨를 부탁했다. 부제는 ‘잊을 수 없는 존재의 가치’, 메인 글씨는 ‘영흥식당’으로 해달라고 했다.
무엇인가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지고 기억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객체, 사물, 사람에 대해 자주 되새기고 생각해 주는 것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또 다른 표현으로 ‘주목’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주목하고 싶은 이유는 대상에 대해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픔과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에 대해 ‘영흥식당’을 보면서 꺼지지 않는 기억의 빛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