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가고파

by 작가 석산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 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 같이 살고 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자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출처: 이은상 詩_ 가고파]



2008년 8월의 일이다. 고향이 같은 남쪽 바다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가고파’라는 시(詩)를 좋아했었고 석산체로 ‘가고파’ 글씨를 받아 표구하고 싶다며 글씨 부탁을 한 적이 있다. 듣고 보니 그 당시 나 역시도 가고픈 고향에 대한 향수를 몸서리치게 느끼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렇다면 ‘가고파’ 2점의 글씨를 써서 하나는 의뢰한 당사자에게 드리고, 하나는 내가 표구를 해서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똑같은 느낌으로 ‘가고파’에 대한 글씨를 쓰게 된다.

가고파(28 X 43 / 2008. 8)_ 캘리그래피 석산 作

한 번 쓰고 나면 영원히 각인될 수 있는 글씨의 재료를 찾기 시작했다. 평범한 한지나 화선지는 처음부터 생각지도 않았다. “흔하면서도 특별함이 묻어나오는 종이를 선택하라.”는 내 자신에 대한 미션을 부여하게 되었다. 묵향에 심취한 서실에서 하루 종일 쳐 박혀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밀폐된 서실에서 오랫동안 생각을 하는 도중 갑자기 큰기침을 하게 되었고 반사적으로 화장지를 찾게 되었다. 사각티슈가 손에 잡혔고 미션의 재료는 ‘사각티슈’로 정해졌다.


티슈 한 장에는 얇은 종이 두 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글씨를 쓰는데 얇은 종이 두 겹으로 된 기본 티슈 한 장의 종이에 쓸지? 얇은 종이 2장을 따로 떼어 낸 얇은 종이 한 곁에 쓸지? 고민에 빠졌다. 일단 먹물을 각각 종이에 묻혀 흡수력을 테스트 해 봤다. 얇은 종이 2장으로 구성된 티슈 한 장보다 2장으로 구성된 한 장을 떼어 낸 얇은 한 장이 먹물의 흡수력이 더 빠르다는 것을 감안하고 두 겹으로 된 티슈와 한 겹으로 된 티슈에 각각 써 보았다. 붓놀림은 순간적으로 빠르게 써야 먹물의 번짐을 최대한 막을 수 있었다. 마지막 표구사에서 맨 바깥쪽 4면은 불로 종이를 태워 마감하게 되었다.


그 날의 특별한 경험은 2010년 5월, SBS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17부작, 이형민 감독, 김남길, 한가인, 오연수 주연) 타이틀 서체를 쓰는데 사각티슈 재료가 그대로 사 되었고, 본인의 작가 생활 2년 만에 신예작가로 급부상한 계기가 되었으며, 본인의 대표 작품으로 손꼽힌다.

SBS 수목드라마 ‘나쁜남자’ 메인 포스터(2010. 5)

'나쁜 남자'는 2010년 5월 26일부터 2010년 8월 5일까지 SBS에서 방송된 17부작 드라마 스페셜이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한 남자의 사랑과 야망을 그린 드라마이다. 제작사는 굿 스토리이며, 대한민국 드라마 최초로 국내 방송이 시작되기 전 일본 NHK 공중파 방송 일정을 확정 짓기도 하였다.[출처: 위키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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