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룰의 비밀
1. 오늘 팩트체크는 주제는 <떨어뜨린 음식 5초 안에 먹으면 괜찮다> 인데요. 실제로 이런 경험 한두 번쯤 있으신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특히 아이 키우는 집에서는 더더욱요. 오늘은 이 말이 사실인지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어디에서 나온 말일까요?
- 서구 사회에서 도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인데요. 건강의학 전문매체인 코메디닷컴이 지난 3일 <"3초 안엔 괜찮다?" 떨어진 음식 주워 먹기...진짜 몇 초 컷?>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2. 제목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기사 내용을 잠깐 살펴볼게요.
-기사 내용은 이렇습니다. <음식을 먹다 흘려도 금방 주워 먹으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재빨리 집으면 나쁜 세균이나 먼지 등이 붙지 못한다는 것. '3초 룰', 혹은 '5초 룰'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미국 예일대 소아과 부교수 토마스 머레이 박사는 음식이 바닥에 1초라도 떨어졌다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음식이 땅에 닿는 순간 바로 세균이 붙을 수 있으며 떨어진 시간이 길수록 더 해로울 수는 있어도 3~5초 안에 집었다고 깨끗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3. 미국 의사를 인용해서 보도한 거네요. 일단은 그럴듯해 보이는데요. 믿을만한 건가요?
- 매체는 미국 건강정보 매체인 에브리데이 헬스를 인용해서 보도한 겁니다. 제가 원문을 추적해 봤습니다. 원본은 지난 29일 보도된 <당신이 믿지 말아야 할 위생에 관한 8가지 미신>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예일 의과대학 소아과 부교수이자 소아 전염병 전문가인 Thomas Murray 박사는 음식을 바닥에 1초라도 떨어뜨린 다음 먹는 것이 해로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머레이 박사는 “박테리아는 음식이 땅에 떨어지자마자 음식에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곳에 오래 있을수록 더 많은 박테리아가 부착될 수 있다는 것은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음식을 5초 안에 집으면 오염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기도 하구요.
4. 미국에선 '5초 룰'이라는 말이 많이 쓰입니다. 이 5초 룰은 어디서 유래한 건가요?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된 <Did you just eat that>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식품과학자와 식품 미생물학자가 함께 펴낸 책입니다. 음식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잡는 내용인데요. 이 책에서 5초 룰의 기원을 추적했습니다. 과거 몽골 제국의 지배자였던 칭기즈칸에서 유래했다는 설을 제기하는데요. <칸을 위해 연회에 준비한 음식이 바닥에 떨어지면 칸이 허용하는 시간만큼은 안전하다> 이런 내용이 전해졌다고 합니다. 1960년대 미국에는 줄리아 차일드라는 요리연구가의 TV쇼가 있었는데 여기서 감자 팬케이크를 공중에 날려 뒤집다가 가스레인지 위로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4초 정도 가스레인지 위에 있던 음식을 다시 집어서 팬으로 올리는 걸 보여주면서 “부엌에 혼자 있다면 언제든 집어들 수 있어요. 누가 볼까?”라고 말합니다. 이게 5초 룰이 미국인의 마음속에 굳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를 하는데요. 이후 20초 룰, 10초 룰 등 다양하게 시간을 달리해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5. 이 5초 룰을 검증하려는 시도가 굉장히 많았다고 하는데요.
일반 대장균으로 오염시킨 타일에서 쿠키 및 젤리 곰으로의 박테리아 이동에 대한 일리노이 대학의 연구에서는 박테리아 이동이 5초 미만 내에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TV쇼 'MythBusters'에서도 5초 룰을 다뤘는데요. 얇은 햄과 크래커가 각각 2초와 6초 동안 세균에 오염된 타일에 접촉했을 때 결정적인 차이가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영국 Aston University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오염된 표면과 식품에 따라 시간이 이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ston University의 연구에서는 3초 및 30초의 접촉 시간에 카펫, 목재, 타일에서 토스트, 파스타, 비스킷 및 끈적한 과자로 대장균과 황색 포도상구균이 옮겨지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오염된 목재 및 타일과 접촉한 촉촉한 식품은 세균이 더 원활하게 옮겨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더 오래 접촉할수록 표면에서 식품으로 옮겨지는 세균이 많았습니다.
6. 직관적으로 떨어진 음식이라도 재빨리 주워 담거나 먹으면 크게 위험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동료 검증을 받은 연구가 있다면서요?
미국 럿거스대학교의 도널드 샤프너 교수 연구팀이 2016년 발표한 논문이 있습니다. 엔테로박터 세균으로 오염시킨 스테인리스, 타일, 목재, 카펫 바닥에 수박, 빵, 버터를 바른 빵, 곰돌이 젤리와 같은 구미 캔디를 12.5cm에 떨어뜨린 뒤 1초, 5초, 30초, 300초 동안 두고 세균이 얼마나 식품으로 옮겨졌는지를 파악하는 실험이었습니다. 다른 식품보다 수박에 더 많은 박테리아가 옮겨졌고요, 구미 캔디에는 가장 적은 박테리아가 옮겨졌습니다. 빵으로의 박테리아 이동은 버터를 넣은 빵과 비슷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팀은 “5초 룰의 대중적인 개념은 음식을 바닥에 떨어뜨린 후 5초 미만 동안 그대로 두면 박테리아가 이동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지만 일부 사례에선 1초 미만의 시간에 "즉시" 세균이 옮겨지는 것으로 나타나 5초 룰을 반박한다”라고 밝힙니다.
7. 그럼 떨어뜨린 음식을 먹어도 되는 겁니까, 안 되는 겁니까?
- 이 연구 결과는 바닥에 떨어뜨린 식품으로 박테리아가 이동하는 것은 식품의 수분에 의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걸 보여줍니다. 또 접촉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반적으로 각 표면에서 식품으로 더 많은 박테리아가 옮겨졌구요. 카펫은 타일이나 스테인리스 스틸에 비해 전사율이 매우 낮은 걸로 나타납니다. 의외죠.
연구진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섭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발생하는 질병의 위험은 유기체의 유병률, 농도 및 유형을 포함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밝힙니다. 이어서 “이 연구는 접촉 시간이 길수록 더 많은 전달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5초 규칙이 "실제"라는 것을 보여 주지만, 음식의 특성과 표면을 포함한 다른 요소도 동등하거나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합니다. 5초 규칙은 박테리아가 표면에서 식품으로 옮겨갈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논문 저자는 사이언스 프라이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바닥에 있는 음식을 먹지 않지만 바닥에 음식을 떨어뜨리지도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내가 음식을 떨어뜨린다면 상황에 따라 먹을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며 “수박? 절대 안 돼, 스키틀즈? 아마도”라고 말합니다.
저는 매일 식탁 밑을 청소하니까 아이가 식탁 밑에 물기 없는 과자 같은 걸 떨어뜨리면 주워 먹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집 청소를 안 했거나, 아니면 집 밖에 모르는 장소이거나, 흙바닥 같은데 떨어뜨린 음식이라면 절대로 먹지 못하게 할 겁니다.
8. 깨끗하다는 걸 아는 곳에서 물기가 없는 음식을 떨어뜨리자마자 주워 먹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깨끗한지 더러운지 모르는 곳에서 떨어뜨린 것을 먹는 것은 위험하다. 이렇게 받아들이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상황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떨어진 지 5초 이내에 주워 먹으면 괜찮다는 건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미 실험으로 떨어뜨리자마자 세균이 옮겨졌다는 게 확인되기도 했구요.
9. 식품 안전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서 하나 짚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유명 과자류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돼서 회수명령이 내려지는 일이 있었어요. 소비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 오리온 카스타드 제품인데요. 저도 굉장히 많이 먹었던 제품이라서 좀 충격적이긴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일 ‘㈜오리온 제4청주공장(충북 청주시)’이 제조·판매한 ‘오리온 카스타드(식품유형: 과자)’에서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돼 해당 제품을 판매 중단하고 회수 조치한다고 밝혔습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포도송이 모양의 균으로 식품 중에서 독소를 분비해 구토 및 설사 등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이 제품이 모두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니고 소비기한이 2024년 6월 21일까지로 표시된 제품들이 회수대상입니다. 오리온은 생산 제품을 외부 기관에 정기적으로 품질검사를 맡기는데요. 해당제품이 기준 규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소비기한이 다르거나 청주 4 공장에서 생산한 게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원료를 사용해 같은 시설에서 제조한 제품을 한 롯트로 묶기 때문인데요. 과자류는 소비기한으로 이 롯트를 파악합니다. 오리온은 문제가 된 제품 대부분을 회수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추가 분석 및 원인 파악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회수명령은 식약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채널 통합식품안전정보망을 채널 친구로 추가해 놓으시면 그때그때 관련 정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