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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개고기금지법 위헌?

법률로 권리를 제한한 사례는 넘쳐난다

by 선정수

1. 오늘 팩트체크는 주제는 <개고기,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인데요. 개고기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단 말이죠. 이 법이 시행되면 개고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아닙니까?

- 네 그렇습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습니다.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2027년부터 이 법이 시행됩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고요. 이 법이 ‘김건희 법’으로 불릴 정도로 대통령 부부의 관심이 컸다는 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법 시행 이후부터는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 및 도살하거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개를 도살하다가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 또는 증식하거나 개고기를 유통시키거나, 개고기를 원료로 조리한 식품을 유통·판매한 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합니다.


2. 그런데 개 사육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이 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요.

- 식용 사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개고기금지법이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반발합니다. 육견협회는 입장문에서 "개 사육으로 생업을 유지해 온 식용 개 종사자의 영업 손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마련되지 않았고, 종사자들은 거리로 나앉게 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단체는 "개고기를 먹는 1000만 국민의 먹을 권리를 빼앗고, 식용 개 종사자 100만 명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을 강탈한 것"이라며 "이번 입법은 개 식용 종사자와 논의도 한번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헌법소원, 개 반납 운동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라고 주장했습니다.


3. 법으로 개 식용 관련 사업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다. 사실인가요?

- 위헌인지 아닌지 따지는 건 헌법재판소가 할 일이기는 한데요. 우리 헌법 37조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률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죠.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은 농지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한 농지법이 대표적이고요, 지난해에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시설물유지관리업이 폐지된 사례가 있습니다. 헌재는 관련 헌법소원에서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중요하게 따지는 것은 입법으로 인해 업종이 폐지됐을 때 사업자들의 이익 침해 정도와 업종 폐지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공적인 이익의 정도를 비교하는 겁니다.


4. 개고기금지와 관련돼 논란도 오래됐고, 법을 제정하자는 논의도 꽤 오래전부터 진행이 됐던 것 같은데요.

- 개 식용 논쟁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이후 국제 사회가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비판하면서 시작됐습니다. 30년도 훨씬 전 이야기죠. 국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올림픽 기간에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보신탕 판매를 금지했지만 이후엔 흐지부지됐습니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개 식용은 ‘전통 식문화’로 인식돼 동물 학대 범위에서 제외됐습니다.

이후 1999년 당시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이 개고기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를 앞두면서 다시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그사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개 식용 문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러 건의 개 식용 금지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입법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9월 “이제는 개 식용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라는 발언을 했고, 이후 정부는 개 사육업자, 동물권 단체들과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개식용 금지에 대해 뚜렷한 공약을 내걸지는 않았지만 당선 이후 대통령 부인이 개 식용 금지에 관한 확고한 입장을 여러 차례 나타냈습니다.


5.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개고기금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결국 시행이 될 거란 말이죠. 그런데 개고기 산업 관계자들은 강력하게 반발을 하고 있단 말이죠. 법에서 보상도 예정하고 있는데 반발하는 이유는 뭡니까?


- 개고기 산업 종사자들도 개고기에 대한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업계는 내버려 두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산업인데 인위적으로 없애야 하느냐는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개고기금지법은 공포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종사자들이 폐업 또는 전업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개식용 종식 이행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계획서를 제출한 업체에는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세부 계획은 하위 법령 제정을 통해 정해지게 되는데요. 업계는 5년 치 손실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용견은 연간 약 150만~200만 마리로, 식용견 농장은 1만여 곳에 이른다고 합니다. 식용견 시장 규모도 약 2800억∼560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육견 단체들은 개 한 마리 당 1년 소득을 40만 원으로 잡고, 5년간 200만 원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는 데요. 이 경우 정부의 폐업 보상에만 최대 4조 원까지 들 수 있고, 전업 지원 비용을 고려하면 추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6.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5년 동안 4조 원+@가 투입되는 일이군요. 개 식용을 종식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굉장히 큰데요?


- 네, 예산을 기다리는 곳이 굉장히 많고,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 장기적으로 중요한 문제도 굉장히 많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등 기후변화 대응 문제도 굉장히 많은 예산이 들어가야 하는데 굉장히 고전하고 있거든요. 물론 개 식용 종식도 생명 존중을 확산시킨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과연 4조 원씩이나 투입해야 할 만큼 시급한 건가. 산업이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인데 굳이 예산을 투입해 근절을 시켜야 하는 건가.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자연스럽긴 하죠. 무엇보다 정치권과 정권 수뇌부가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면 법 하나 만드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시사점이 많습니다.


7. 법안은 통과가 됐고 얼마 후면 공포가 되고 시행이 될 텐데요. 남아있는 과제는 뭘까요?

- 일단 업계 종사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용산에 개 200만 마리를 풀겠다’, ‘정부에 개를 반납하겠다’ 이런 식으로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일단 하위 법령 제정 과정에서 원만하게 합의점을 찾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폐업을 하는 개 사육 농장이 늘어나면 기르던 개가 버려지는 상황이 발생할 거라는 우려가 크거든요. 그래서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들이 선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농장에서 키우던 개들을 누가 데려다 키울 거냐. 어떤 예산으로 사육시설과 사육비를 마련할 거냐. 이런 것들이 논의돼야겠고요.


8. 일각에선 소, 돼지, 닭은 잡아먹어도 되는데 개는 예산 들여서 구해줘야 되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단 말이죠. 어떻게 보십니까?

- 가난했던 시절에는 물론이고 최근까지도, 지금도 개를 잡아먹는 사람들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소, 돼지, 닭도 보는 눈에 따라 개만큼 귀엽기도 하고요. 그런데 서구사회에서 개는 사람의 친구라는 인식이 강했고, 서구 사회에서 한국에 대해 개 식용을 종식하라고 압박을 했단 말이죠. 여기에 국내적으로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서구 문물이 많이 도입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 굉장히 많아졌죠.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선 조사 대상 가구의 25.4%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세집 걸러 한집 꼴인데요. 이걸 전체 인구수와 가구수에 대입해 보면 반려동물 가구는 602만 가구, 인구로는 1306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 주로 개를 키우고 있는데, 개를 잡아먹자고 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겠죠.

다른 동물은 안 불쌍하냐 이 이야기에 대해 말씀드리면, 다 불쌍하죠.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맨손으로 물고기 잡는 축제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잖아요. 동물권 운동이 지금은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이게 점차 확장할 겁니다. 그래서 야생동물 포유류와 조류로 넓어지고, 결국에는 육식 반대로까지 확장될 테고요. 이 과정에서 동물권 운동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느냐 하는 것에 따라서 동물권 확대 시기가 빨라지거나 늦어지겠죠. 서식지 파괴와 개발, 인간과 동물의 공존 이런 쪽으로도 논의가 굉장히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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