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동물원 vs 큰 동물원… 누가 추위에 더 강할까

추운 날 동물원에선 2

by 선정수

유치원에 안 가는 진이와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또 다녀왔습니다. 당초 마음속엔 다른 행선지가 있었지만 어디 가고 싶냐는 물음에 진이는 대뜸 "서울대공원이요. 이번엔 어린이동물원이요."라고 대답합니다. 달이 바뀔수록 요구 조건이 점점 또렷해지는 진이입니다. 예보에 낮 최고기온 영상 6도라고 나오기에 크게 춥지는 않겠거니 하면서 길을 나섰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진이는 한사코 두꺼운 외투를 입기를 거부합니다. "밖에 나가서 추우면 입을 게요. 아빠 가방에 넣고 가주세요." 또렷한 요구에 아빠의 가방은 뚱뚱해지기만 합니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과천 8단지에 내려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김밥집에 들러 점심에 먹을 김밥을 사고 편의점에서 과자를 한 봉지 삽니다. 어린이동물원 안에는 식당이 없기 때문에 점심 끼니를 준비해 가야 합니다.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준비할까 했지만 너무 무거운 감이 있어 건너뛰었습니다. 11시쯤 도착한 우리는 또 제로페이 할인을 받고 어린이동물원에 입장했습니다. 예쁜 꽃을 피워 우릴 기쁘게 맞아줬던 장미원은 겨울맞이가 한창입니다. 가지도 자르고 월동 준비로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는 중입니다. 귀여운 어린이 화장실부터 들러 중요한 볼일을 해결한 진이는 발걸음 가볍게 어린이동물원으로 입장합니다.


어린이동물원 입구.jpg 어린이동물원은 서울동물원 입구 맞은편에 있습니다.



오늘의 탐험 목표는 '큰 동물원의 동물 친구와 어린이동물원 동물 친구 중 누가 더 추위에 강한지 알아보자'였습니다. 진이는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나타냈습니다.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맞아준 동물은 바로바로 '북극여우'였습니다. 큰 동물원 입구의 플라밍고들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실내로 들어간 반면 북극여우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땅바닥에 엎드려 한낮의 햇볕을 즐기고 있네요. 처음엔 "하얀 강아지가 있어요"하던 진이는 북극여우라는 설명에 "와우 너무너무 귀여워요"라며 깡충깡충 뜁니다. 북극여우 실내사에는 "실내는 시원해요"라는 여름용 안내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엄청 추운 나라에서 살다온 녀석이라 한국의 여름에는 매우 힘들겠어요.


20191127_121957.jpg '아이 귀여워' 포즈를 하면서 북극여우와 사진을 찍었어요.

양과 염소, 알파카, 토끼, 개, 포니, 당나귀 등 사육 중인 동물 대부분 마당에 나와 잘 놀고 있었습니다. 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간 동물은 미어캣과 미니피그 정도였습니다.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가축들은 추위에 강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지요. 인간과 함께 생활권을 공유하는 동물들이라 추위에도 더위에도 익숙한 것이겠지요. 덕분에 추운 날에도 밖에 나와있는 동물이 많아서 우리는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진이는 "어린이동물원이 훨씬 재미있어요"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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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동물원의 동물 친구들은 가축 종류가 대부분입니다. 양, 토끼, 당나귀 등 친숙한 동물들이 어린이들을 반겨줍니다.

두발로 땅을 딛고 일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살피는 특유의 모습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미어캣들은 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갔습니다. 기니피그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실내에서도 활발히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동물원 한쪽에는 한국의 토종개들이 모여있는 곳도 있네요. 진돗개, 풍산개를 비롯해 널리 알려진 동경이와 함께 '불개'라는 녀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옛날 옛날 산에 살던 늑대와 누렁이가 교배를 해서 생겨난 종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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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토종개인 '불개'라고 합니다. 처음 봤는데 늑대와 누렁이의 교배라서 그런지 다른 종류보다 늑대를 더 많이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오늘의 탐험 보고는 "열대 동물이 많은 길 건너 큰 동물원보다 가축 위주의 어린이동물원 동물 친구들이 추위에 더 강하다"로 하겠습니다. 추위에 강한 동물들이 대부분 마당으로 나와있다 보니 실내 관람 시설도 적고 아이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도 적습니다. 멋 부리던 진이도 결국 두툼한 패딩을 꺼내 입었습니다. 게다가 엄청 재미있는 팔 미끄럼틀(?)이 있어 실외 체류 시간은 더욱 길어졌지요. 뛰어노는 아이는 열이 훅훅 나서 덜 춥겠지만 아이보다 활동량이 적은 보호자들은 각별한 방한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린이동물원 구역 안에는 변변한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에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음료 또는 보온병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점심시간을 끼고 방문한다면 점심 도시락도 챙기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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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끄럼틀(?)을 신나게 탄 뒤 경치 좋은 호수를 따라 걸었어요. 하지만 바람이 엄청 차가웠답니다. 귀갓길에도 여전히 신난 토끼소녀는 하하호호 즐겁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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