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이든 세금이든 목적대로 잘 써라
1.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설탕세 도입 논란>입니다. 설탕에 부담금을 부과해 설탕 섭취를 줄이자는 취지인데요. 갑자기 불거져 나온 느낌도 드는데요. 왜 화제가 됐는지 먼저 짚어보죠.
-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소셜미디어 X계정을 통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여러분 의견은 어떠냐”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 80%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한다’는 기사를 공유했습니다.
요즘 이 대통령이 SNS를 통해 다양한 현안을 의제로 던지고 있는데요. 지자체 금고 이자율, 지자체 통합 등 현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물어보는 형식이 대부분입니다. 대통령이 SNS에 올리는 이슈는 언론에서 크게 다뤄지고 주목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낳게 되죠.
2. 담배처럼 설탕에 부담금을 부과한다. 이유는 뭔가요?
- 과도한 설탕 섭취가 비만, 당뇨, 충치를 부르기 때문에,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에 부담금을 매겨서 소비를 줄이겠다는 취지입니다. 영국에서 시행 중인 청량음료산업 부담금 제도를 살펴보면요. 탄산음료, 가공 주스, 에너지드링크 등 설탕이 첨가된 청량음료의 설탕 함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게 됩니다. 100ml당 5g 미만으로 설탕이 들어있으면 면제, 5~8g이면 리터당 320원, 8g 이상이면 420원이 부과하는데요.
부담금은 설탕 함량과 생산량에 따라 생산자인 기업에 부담을 하게 되고요. 기업은 이걸 제품 가격에 반영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부담금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면 가격이 오르면서 판매량이 줄어들게 되죠. 기업들은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설탕 함량을 낮추는 방법을 선택할 거고요. 어떻게든 당국의 입장에선 국민 설탕 섭취량을 줄이자는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거죠.
근데 기업이 가격을 인상했을 때 설탕 맛을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은 경제적 부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사람이 항상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서요.
3. 영국에서는 이 설탕세 부과한 지가 오래됐다고 하는데요. 건강 효과가 입증됐나요?
- 영국에서 청량음료산업부담금 정책이 발표된 게 2016년 3월이고요. 시행은 2018년 4월이었습니다. 2024년 영국 정부는 이 정책의 성과를 정리한 보고서를 발행했는데요. 도입 이후 부담금 대상 음료의 평균 설탕 함량이 약 46%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부담금 대상 음료의 65%는 부담금을 내지 않는 기준선인 5g/100ml 이하로 설탕 함량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고요. 시장의 89%를 저당음료가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독립적인 연구에 따르면 영국 가정에서 구매하는 설탕량이 주당 약 8g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당류 감소가 확인됐고요. 2형 당뇨병·심혈관질환·충치 발생이 줄고,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비용 절감 효과가 등장할 것이라는 보건 영향 예측 모델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38개 실증 연구를 종합한 체계적 문헌 검토에선 제품의 설탕 함량 감소, 설탕 구매량 감소, 건강 관련 지표 개선 등이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보고됐습니다. 영국 국민의 설탕 섭취를 줄이겠다는 보건 당국의 목표는 달성된 셈이죠.
4. 저소득층에겐 부담이 더 큰 것 아니냐? 이런 의문도 제기되는데요.
- 부담금 제도 시행 이후 설탕과 음료 구매에서 가장 큰 감소가 저소득 가구에서 나타났다고 보고됐습니다. 저소득층 가구는 부담금 제도 시행 전 설탕 음료 비중과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요. 부담금 제도 시행 후에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등의 연구에서는 부담금 제도가 장기적으로 빈곤층(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건강 지표 개선에 더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과체중·비만 및 충치 감소 효과도 사회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지역의 아동·청소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는 모델링 결과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부담금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면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제품을 구매하는 누구나 내야 하는 간접세 성격을 띠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총지출 중 식품소비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게다가 저소득층이 비싼 신선식품보다는 저렴한 고당분 가공식품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여기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가구는 분명히 부담이 커지죠. 식습관을 바꾸지 않는 한에는요.
그렇지만 영국 연구들은 과체중과 비만, 충치, 당뇨병, 결근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사회복지 지출 절감액 등을 소득 분위별로 따져봤을 때 최저 소득 분위에서 가장 많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나 청량음료산업부담금이 역진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5. 이재명 대통령은 설탕 부담금을 걷어서 그걸로 지역 공공 의료에 재투자하면 어떻냐고 국민 의견을 물었어요. 영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 영국 정부는 처음에 이 청량음료산업부담금 제도 도입을 발표할 때 역진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 부담금으로 조성한 재원을 아동 건강을 위해서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영국 재무부장관은 "나는 훗날 내 아이들 세대에게 '설탕 음료가 문제인 줄 알았고 질병을 일으키는 것도 알았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사과하고 싶지 않다." "부담금으로 조성되는 재원은 교육부로 넘어가 초등학교의 체육활동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이후 초창기에는 학교 스포츠에 관한 예산이 두배로 늘어나는 등의 투자가 있었는데요. 이후에는 흐지부지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국 보건 관련 시민단체들이 이에 대해 비판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담배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데요. 설탕세와 사실상 똑같은 논리거든요. 가격을 올려서 담배 소비를 줄이고, 국민 건강을 증진한다. 그런데 이 부담금으로 만든 건강증진기금이 건강보험 재정 확충에 쓰이고, 의료기술 개발에 쓰이고 한단 말이죠. 만들 때는 흡연자의 건강 증진을 위해 만들어 놓고 이후에는 쌈짓돈처럼 쓰이는 거죠. 설탕세 만들어서 지역 공공의료 재투자하겠다 이런 이야기 내놓기 전에 이 담배 부담금부터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흡연자 돈 뜯어가서 건보재정 메꾸지 말고, 흡연부스 만들어서 간접흡연 피해 줄이고, 흡연 에티켓 교육하고, 금연 교육하고 이런데 먼저 돈을 써야 국민 신뢰를 얻지 않을까 합니다.
6. 야당에서는 설탕보다 소금이 더 문제다. 이런 주장도 나오는데요?
-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9일 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서 설탕세를 논의한 적은 있습니다만, 입법화되지도 않았고, 그것이 정책적으로 크게 거론되지 못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당뇨 환자 비만 환자가 설탕에 설탕 소비에 기인했다기보다는 오히려 과도한 소금 섭취에 기인한다는 그런 의견이 많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021년 21대 국회에서 설탕세 법안이 발의됐었는데요.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는 아직 발의된 법안이 없습니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 심사보고서를 보면 법 취지는 타당하지만 국민부담 측면에서 수용성을 살펴야 한다고 심사의견을 제시합니다. 복지부와 농식품부는 신중검토 의견을 냈고, 한국식품협회와 대한제당협회가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김재원 최고위원의 입장과 똑같은 의견을 낸 곳이 대한제당협회입니다. 당시 제당협회는 "오히려 설탕보다는 칼로리, 지방, 나트륨 등의 과다 섭취 문제가 비만/당뇨 등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합성감미료(아스파탐/사카린 등) 증가 우려가 더 큰 상황"이라고 의견을 냈는데요.
당섭취량에 관한 WHO 권고기준은 하루 총 섭취 에너지의 10% 미만을 당으로 섭취하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초등생부터 청년층까지 이 권고기준을 웃도는 걸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젊은 층의 당섭취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바로 음료류입니다. 앞서 영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어린이 청소년 청년층이 가당 음료를 줄이고 신체활동을 많이 하도록 돕자는 게 이 설탕세의 취지인 거죠. 나트륨 섭취도 줄이고 당 섭취도 줄이면 되는 거죠.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을 것을 굳이 많이 먹을 필요 없는 거죠. 굳이 뭐가 더 문제인지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7. 가당 음료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해 당섭취를 줄이자는 이 제도 도입 전망은 어떻습니까?
-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 SNS에 관련 글을 올리게 된 계기가 설문조사였는데요.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지난 12~19일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80.1%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다는 내용입니다. 설탕세 재원 활용처 선호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학교 체육 활동 및 급식 질 향상(87%), 노인 건강 지원(85%), 필수 공공 의료 인력 및 시설 지원(82%), 저소득층 건강 지원(81%) 순의 응답이 나왔습니다.
앞서 신규 원전 건설 결정 때도 이재명 정부는 여론조사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아마 이것도 제도화 시도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관건은 식품회사와 제당회사의 반대를 어떻게 설득해 내느냐는 거겠죠. 단것 좋아하시는 분들, 특히 설탕의 단맛 아니면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은 단것 줄이고, 대체당과도 좀 친해지시는 게 어떨까 싶네요. 주머니 탈탈 털릴 수도 있으니까요. 설탕세든, 건강증진부담금이든 애초에 이런 목적으로 걷어서 쓰겠다고 했으면 제발 좀 약속 좀 지켜서 합당한 목적에만 쓰이도록 해야겠습니다. 시민들은 정부가 허투루 돈을 쓰는지 잘 감시해야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