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마케팅으로 조회수 높이기
1.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가습기 건강위험>입니다.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으면 폐암을 유발한다. 이런 정보가 돌아다닌다고 하는데요. 어디에서 나온 이야기인지부터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콘텐츠 제목이 <"설마 가습기 '이 물'로 채우셨나요?" 당신의 작은 습관이 폐암 유발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3일 모바일 포털 다음에 게시된 콘텐츠인데요. 한 유사 매체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으면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고 수돗물 속에 들어있는 미네랄 성분이 폐를 공격해 폐암을 유발한다 이런 내용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굉장히 위험을 과장한 '공포 마케팅'이라고 판정하겠습니다.
2. 어떤 주장을 하고 있나요?
- 이 채널은 기사를 통해 이렇게 주장합니다. "수돗물에는 염소가 있어서 세균이 덜 생긴다"는 말만 믿고 수돗물을 가득 채우셨다면, 지금 당장 가습기 작동을 멈추고 이 글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선택한 '수돗물'이라는 작은 습관이, 보이지 않는 미세 가루가 되어 당신의 폐 깊숙한 곳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렇게도 전하는데요. 과학적으로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고 가동하면, 이 미네랄 성분들이 물방울과 함께 미세한 고체 입자가 되어 공기 중에 살포됩니다. 이것이 가구 위에 하얗게 내려앉는 '백분 현상'의 정체입니다. 공기청정기 옆에서 초음파 가습기를 틀었을 때 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나쁨(수백 ㎍/㎥)' 수준으로 치솟는 이유도 바로 이 광물질 입자 때문입니다. 비흡연 여성이 폐암에 걸리는 원인 중 하나로 '실내 미세먼지 노출'이 꼽히는 만큼, 수돗물 가습기가 뿜어내는 이 하얀 가루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게 기사의 주요 내용입니다.
3.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고 가동하면 폐암에 걸리는 것처럼 기사를 썼네요. 사실인가요?
- 제목에서도 그렇고 콘텐츠 본문에서도 그렇고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고 가동하면 폐암이 유발되는 것처럼 글을 썼는데요. 여태까지 초음파 가습기 수돗물 사용이 폐암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돼 연구가 진행되거나 검증된 결과가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엄청난 문제가 됐을 테고요. 이 콘텐츠도 직접적으로 무슨 근거를 제시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고 가동하면 미세입자가 분출된다. 수돗물에 들어있는 미네랄 성분이 폐로 들어가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암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이런 흐름인데요. 굉장히 무책임한 콘텐츠입니다. 이 글을 읽고 초음파 가습기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에 떨겠습니까. 이 콘텐츠 작성자는 눈길 끌고 관심받고 조회수 높이면 그만이겠지만,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가습기 제조사들은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으라고 사용설명서에 기재를 하고 있거든요. 가습기 제조사들이 이 채널을 대상으로 소송을 하든지 해서 속 시원한 결론을 내봤으면 좋겠습니다.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과 규소 함량이 높은 시판용 미네랄 음용수, 증류수를 넣어 쥐를 이용해 흡입독성실험을 한 결과, 수돗물과 미네랄 음용수의 공기 중 질량 농도가 증류수보다 높았고, 폐포 대식세포의 반응을 야기시키지만 호흡기계의 급성이나 아급성 독성(폐의 염증이나 조직손상)을 일으키지는 않은 걸로 나타납니다.
4. 왜 유독 초음파 가습기만 문제를 삼는 걸까요?
- 초음파 가습기는 진동자라는 부품이 초당 수십만 번 내지 수백만 번 진동하면서 물을 아주 미세한 입자로 쪼갠 뒤에 송풍기 바람에 실어서 날려 보내는 원리입니다. 이 방식은 물리적으로 물의 입자를 작게 만드는 방식이라서 상대적으로 가습기에서 나오는 물 입자가 큽니다. 그래서 물속에 들어있는 다른 물질도 작은 물방울에 녹아 있는 상태로 공기 중으로 나오게 되는데요. 수돗물 속에는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돼 있거든요. 칼슘, 나트륨, 칼륨, 규소, 철, 구리 이런 성분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공기 중으로 나온 작은 물방울에서 수분은 증발해 버리고 물 외에 다른 성분은 떠다니거나 땅에 떨어지게 되는 거죠. 이걸 백분현상이라고 부르는데요. 수돗물 말라붙은 자리에 허옇게 물때가 끼는 거랑 같은 원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 가열식 가습기는 물을 끓여서 수증기를 배출하는 원리로 작동되는데요. 끓는 물에서 나오는 수증기 입자는 엄청나게 작기 때문에 다른 물질이 함께 섞여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순수한 물을 얻을 때 물을 끓여서 모은 수증기를 식혀서 담아내는 방식을 사용하죠.
5. 초음파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으면 미네랄 성분들이 함께 공기 중으로 나온다. 그래서 미세먼지가 되는 건가요?
-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인데요. 가습기와 공기청정기 함께 가동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실 텐데요. 공기청정기 켜놓고 가습기 틀면 미세먼지 농도가 쭉 올라갑니다. 이건 가습기에서 나온 물 입자를 공기청정기가 미세먼지로 인식하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실외에서 접하게 되는 미세먼지와는 약간 다릅니다. 대부분이 물로 이뤄져 있고 일부는 물에 들어있는 미네랄 성분이죠. 그래서 유해성도 실외에서 접하는 미세먼지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볼 수 있고요.
관련 연구를 좀 찾아봤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윤충식 교수 연구진이 2019년에 발표한 논문이 있는데요. 제목이 <가습기 사용 물의 종류에 따른 공기 중 유해물질 농도 평가>입니다. 오늘 팩트체크 주제와 딱 들어맞는데요.
이 연구에선 가정용 초음파 가습기에 각각 수돗물, 정수기물, 증류수를 넣고 공기 중 입자 수 농도와 입자 크기, 공기 중 중금속 농도 등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입자 수 농도와 질량농도를 보면 수돗물> 정수기물> 증류수 순서로 입자수가 현저한 차이를 보였으며 발생되는 입자의 크기도 99% 이상이 0.4 ㎛이하로 폐포로 들어오기 쉬운 입자크기를 나타냈습니다. 사용되는 물의 원액 중 중금속의 농도도 수돗물> 정수기물> 증류수 순서였으며 공기 중 농도도 전체적으로 같은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농도가 낮아 공기 중으로 발생된 중금속이 건강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6. 그런데 가습기 종류에 따라서 미세먼지 발생량도 다르다면서요?
- 물을 끓여서 수증기를 내보내는 가열식과 원반이 돌아가면서 자연적으로 물을 증발시키는 기화식은 수증기 입자가 굉장히 작기 때문에 물 이외의 다른 물질을 내보낼 우려가 매우 적습니다. 초음파 방식은 상대적으로 물 입자가 크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물질이 섞여 나올 우려가 있죠. 그래서 가습기 제조사들이 수돗물을 사용하라고 하는 건데요. 수돗물에는 염소가 잔류해 있기 때문에 미생물 번식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원래 가습기와 관련된 건강 이슈는 수조 안에 병원성 미생물이 번식하고 이게 물방울과 함께 공기 중으로 나와서 감염을 일으키는 상황입니다. 초음파 가습 방식에선 수조에 미생물이 번식하면 작은 물방울에 미생물이 올라타 공기 중으로 나오게 되고 그게 인체로 들어올 우려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수돗물을 쓰라고 하는 겁니다. 잔류염소가 미생물 번식을 어느 정도 막아주니까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가습기 매일 닦아 쓰기가 귀찮으니까 편하게 쓰라고 수조에 타서 쓰는 살균제를 만든 건데, 그게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는 것을 개발 당시에 간과한 것이죠. 충분히 실험 평가를 하지 않은 것이고요. 그럼에도 가습기 사용이 주는 이점이 너무나도 크니까 계속 가습기를 사용하고 있는 건데요. 건조한 겨울철에 실내 습도를 잘 유지해 주면 감기 등 감염 위험이 낮아지고, 피부와 눈건조, 코점막 건조 등을 방지할 수 있죠.
7. 연구진은 가습기 사용에 대해 어떤 방법을 제시하고 있나요?
- 앞서 말씀드렸던 서울대 연구진은 "가습기에 사용하는 물을 선택할 때에는 발생된 수증기에 함유된 불순물의 정도가 수돗물> 정수기 물> 증류수 순서임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환경 보호청(US EPA)은 가습기의 사용으로 인한 미네랄 성분이 공기 중에서 검출되나 이것이 심각한 건강 영향을 주는지는 결론 내릴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수돗물 사용으로 인한 가습기 물탱크의 백화현상과 찌꺼기 잔류현상 또는 이런 찌꺼기를 먹이로 하여 미생물 번식이 심해질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미생물의 번식을 막기 위해서는 탱크를 잘 청소하는 것이 중요하고(예, 3일마다 청소), 습도를 50% 이상 높게 하지 말라고 권고했고요, 미네랄 함량이 적은 물을 사용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그런데 초음파 가습기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분무량이 많고, 초기 가동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매일 수조와 물에 잠기는 부품을 잘 청소할 수 있다면 초음파 가습기에 정수기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가열식 가습기는 수증기 이외의 다른 물질이 방출될 우려는 적지만, 배출되는 증기가 뜨거워서 아이가 있는 집에선 좀 위험할 수 있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나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잘 알아보시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가습기에 수돗물을 넣는다고 해서 곧바로 폐암에 걸리지 않으니까, 안심하고 초음파 가습기 사용하셔도 좋을 것 같고요. 다만 이틀이나 사흘 정도에 한 번은 꼭 청소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찜찜하신 분들은 정수기물 넣어서 쓰시고 매일 청소하면 되겠고요. 무책임한 내용으로 조회수 올리려고 발버둥 치는 유사매체는 잘 봐놨다가 거르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