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뜨거운 커피 15분 안에 안 마시면?

어이없는 해석

by 선정수


1.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뜨거운 커피 15분 안에 안 마시면 큰 일?>입니다. 지난주 이런 내용의 기사가 많이 눈에 띄었는데요. 종이컵에 담긴 뜨거운 커피를 15분 이내에 마시지 않으면 미세플라스틱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함께 확인해 보죠.


-한국경제는 <종이컵에 담은 아메리카노 15분 내 안 마시면…'충격 결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서울경제는 <종이컵 속 커피 15분 내로 안 마시면... “나노플라스틱 102억 개 삼킨다” 섬뜩한 경고>라고 보도했고요. 세계일보는 <‘커피믹스 봉지’보다 무서운 건 ‘15분’ 종이컵……나노 플라스틱 102억 개 나왔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모두 인도 공대 연구팀의 논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연구 논문을 살펴보면 인도 공대 카라그푸르 캠퍼스에서 서로 다른 5개 제조업체의 종이컵을 구매해서 85~90도 뜨거운 초순수 물을 붓고 현미경으로 입자를 관찰했는데요. 15분 후에 2만 5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주사 전자현미경으로 판독한 결과 입자가 더 작은 서브마이크로플라스틱이 약 80억~120억 개까지 발견됐습니다.


2. 이런 비슷한 기사들은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왜 화제가 된 거죠?

- 언론들이 제목 낚시질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기사들은 15분을 강조합니다. 15분 내로 안 마시면 큰일 날 것처럼 이야기하죠. 그렇지만 이건 실험 자체가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붓고 15분 경과한 뒤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용출되는지 알아보는 방식이라서 저런 식의 제목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겁니다. 15분이 지나면 미세플라스틱이 더 쏟아져 나오는 건지, 커피를 1분 안에 다 마시면 미세플라스틱을 덜 먹을 수 있는 건지 뭐 이런 조건은 아예 이 실험 설계에 들어있지 않은 거죠. 그런데 기사는 제멋대로 15분 내에 먹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제목을 달아 놓은 겁니다. 게다가 이 논문은 2021년 2월 학술지에 실렸는데요. 온라인판은 2020년 10월에 실렸고요 매일경제가 재탕해서 기사를 쓴 겁니다. 2020년 기사를 찾아보면 같은 내용으로 외신을 인용해 나온 보도가 숱하게 많습니다. 매일경제가 최신 연구 논문인 것처럼 가장하고 기사를 썼고, 다른 매체들은 별달리 확인하지 않고 그냥 베껴 쓴 거죠. 거기에 그냥 자극적인 제목만 달은 겁니다.


3. 2020년 연구를 최근에 나온 것처럼 꾸며서 보도한 것이군요. 그럼 연구 내용은 맞게 전달한 건가요?

-종이컵 내부는 주로 플라스틱(폴리에틸렌) 등으로 만들어진 소수성 필름으로 코팅돼 있습니다. 물에 젖으면 곤란하니까요. 이 연구의 목적은 뜨거운 물(85~90°C)에 노출되었을 때 필름의 분해를 평가하는 것이었습니다. 필름이 분해됨에 따라 불소, 염화물, 황산염, 질산염과 같은 이온이 종이컵에 담긴 물로 용출됐습니다.

필름에서 납(Pb), 크롬(Cr), 카드뮴(Cd)과 같은 독성 중금속이 검출되기도 했고요, 이런 중금속은 뜨거운 물로 용출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차나 커피와 같은 뜨거운 음료를 매일 마시면서 미세 플라스틱, 이온, 중금속 등을 규칙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미래에 잠재적인 건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4. 15분 안에 다 먹어야 한다는 건 잘못된 해석이지만 종이컵 사용은 분명히 건강에 좋지 않은 일이군요. 미세 플라스틱의 건강 영향이 명확히 밝혀졌나요?

- 우리나라 보건 당국은 현재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인간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공식적으로 규정하거나 기준을 세운 바는 없습니다. 다만 잠재적 위해성을 인식하고 추가 연구 및 관리체계 구축, 정책 추진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현재까지 축적된 과학적 증거만으로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 건강에 명백하게 해롭다고 판단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추가 연구가 절실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2025년 말 유럽 의회 요청을 받아 식품·음식물·공기 중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의 건강 위험에 대한 포괄적 과학적 평가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현재까지 최종 결론은 발표되지 않았으며, 2027년 말까지 결과 제출이 목표입니다.

보건당국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는 동안, 여러 최신 체계적 검토 논문들이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흡수·분포·독성 영향 가능성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들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염증, 산화 스트레스, 독성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이 음식, 물, 공기 등 다양한 경로로 인간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음이 연구를 통해 보고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일상에서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이기 위한 예방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5.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를 좀 살펴보죠?

- 우리나라 소비자원은 2022년 12월 일회용기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시판 중인 일회용 다회용 배달용기 및 컵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377잔)을 시험 결과에 반영하면, 연간 테이크아웃 커피컵에서 검출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 개수는 약 3,204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살펴본 실험과는 결과가 많이 다르죠. 얼마나 작은 입자를 검출해 낼 수 있느냐 등 실험 조건의 차이로 결과가 달라진 걸로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소비자원은 "현재까지 미세플라스틱의 인체위해성 관련 직접적인 연구 자료는 없으나, 선제적 안전관리의 측면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24년에는 경동맥 수술을 받은 환자 257명의 혈관 벽(플라크)을 분석한 결과, 약 60%에서 미세플라스틱(폴리에틸렌 등)이 검출됐다는 이탈리아 연구진의 논문이 발표됐는데요. 플라스틱이 검출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심장마비, 뇌졸중, 사망 위험이 약 4.5배나 높았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혈관 내 염증을 유발해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사람이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이 뇌 안에 축적돼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뉴멕시코대 연구팀은 2024년 인체 태반 샘플 62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모든 샘플(100%)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는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6.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을 덜 섭취하는 방법은 뭘까요.

- 일단 플라스틱 제품을 덜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꼭 필요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굳이 안 써도 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게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커피 마실 때 머그컵을 사용하거나 개인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종이컵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안쪽이 플라스틱으로 코팅이 돼 있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이 용출되니까, 스테인리스 재질 텀블러를 사용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용기라면 좋아하시는 분들 많을 텐데 집에서 먹을 때는 귀찮더라도 유리나 사기그릇에 옮겨 담은 뒤에 뜨거운 물을 부어 드시면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7. 살펴본 언론 보도처럼 종이컵에 담긴 뜨거운 커피를 15분 이내에 마시면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일 수 있을까요?

- 그건 아닙니다. 다른 연구를 하나 살펴보면요. 호주 그리피스 대학교 연구진이 테이크아웃 컵의 온도, 고분자 종류, 용기(또는 컵) 재질, 침지 시간이 미세플라스틱 방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온도가 높을수록 미세플라스틱이 물에 녹아 나오는 양이 많아졌고요. 물을 담아 놓은 시간은 큰 상관이 없다고 나타납니다.

그러니 이상한 언론보도 믿지 마시고 뜨거운 커피 억지로 빨리 드실 필요 없습니다. 안심이 필요하시면 텀블러나 머그컵 잊지 마시고요.

조리하실 때 생선 내장 가급적 드시지 마시고, 해조류는 씻어서 조개류는 해감 후 요리하는 게 좋고요. 포장이나 배달음식 시킬 때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일회용 그릇보다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음식을 담기 전에 플라스틱 식기와 조리도구를 깨끗한 물로 헹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집안을 자주 청소하는 것도 먼지를 통한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고 하네요.


8. 편리한 김에 우유팩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거나 컵라면에 물 부어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것을 왕왕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것들도 미세플라스틱 위험하겠죠?

- 네 가급적 전자레인지에는 플라스틱 재질은 넣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전자레인지 사용가능이라고 표시돼 있어도 전자레인지는 전체를 고르게 가열하기보다는 특정 부분에 에너지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우유팩이나 플라스틱 그릇 등을 넣고 돌리면 특정 부분에 순간적으로 고열이 발생해 플라스틱이 음식으로 용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우유팩은 내면이 플라스틱으로 코팅이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안전하게 유리그릇이나 도자기그릇 등 플라스틱이 아닌 전자레인지용 그릇에 옮겨 담아서 데우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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