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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Aug 13. 2023

나는 예술가이고 싶다

자아가 형성되기도 훨씬 더 전부터 나는 예술가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1학년. 나는 내게 글쓰는 재주가 있음을 알아챘다. 나보다도 내 재능을 먼저 알아봐준 담임 선생님 덕분이었다. 이후 나는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늘 상을 타는 아이였다. 물론 어린 마음에 상장을 받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한 것도 있다. 그렇지만 오로지 상장만을 위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남들은 다 지루해 하는 글짓기가 나는 즐거웠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자아내는 일은 어렵고 고됬지만 신났다. 그렇게 나는 해치우듯이 글을 읽어댔고 글을 써내려 갔었다. 주제가 주어진 글도 물론이거니와 주제 없이 내 이야기를 쓰는 것에도 거침 없었다. 대학 시절 연극을 전공하면서 시나리오나 극본까지 써보았고 지금은 논문을 쓰고 있으니 참 다양한 글을 써보았고 즐겼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뜨개질을 시작했다. 제일 간단한 목도리부터 헤어밴드나  티코스터까지 대바늘, 코바늘을 가리지 않고 배워나갔다. 어쩔때는 무아지경으로 뜨개질 하다 밤을 새운 적도 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잠시간 손을 놓았지만 대학 입학 이후 지금까지 뜨개질은 내 취미이자 일상이 되었다.


중학교때는 미술을 배웠다. 외고 입학을 목표로 공부만 하던 내가 한 템포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미술학원 이었다. 사실 내가 다니고 싶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나보다 다섯살 어린 동생 혼자 미술 학원에 보내기 싫었던 엄마가 날 1+1 개념으로 미술 학원에 등록하면서 어쩌다보니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렁뚱땅 시작한 미술이었지만 난 놀랍게도 미술에도 재능이 있었다. 빛과 색을 다루는 일은 참 즐거웠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즐기며 미술 학원을 다니다 중 3이 되면서 와고 입시를 이유 삼아 그만 두겠다 말했을 때, 충격 받은 미술 선생님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선생님은 내가 당연히 예고에 갈 줄 알고 입시 미술을 가르치고 있었다는 걸 그제서야 알아챈건 한편의 철지난 코메디 같았다.


대학에선 연극을 전공했다. 중문과로 입학해 2학년이 되자 마자 연극과를 복수전공 하기 시작했다. 연극 기초도 없고, 입시를 해보지도 않아 연극과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 지도 모르면서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턱대고 시작한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하지만 연극을 시작한 것은 전혀 후회 되지 않는다. 그 때의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예술적 영감과 재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극본을 보면 나는 무대가 떠올랐다. 무대를 그리고 나면 조명이 켜졌다. 그 속에 배우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그리는 일은 내가 해본 그 어떤 일보다 즐거웠다.


대학 졸업 후, 나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연극이 아닌 중국어로. 하지만 언어학은 또 다른 예술의 영역이었다. 활자는 살아 숨쉬고 언어에는 맥박이 있다. 그 고요한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내게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결국 돌고 돌아 나는 크리에이터 혹은 아티스트가 되었다. 글을 쓰고, 뜨개질을 하고,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내 인생의 모든 순간이 모여 나를 예술가로 만들었다. 예술로 돈 한번 벌어본 적 없지만 나는 예술가다. 예술가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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