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감히 이 자리에 동석 해도 되는걸까요?

by 섬세영

나는 어른들과의 자리가 많이 힘든 편은 아니다. 할머니 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워낙 참한(?) 생김새 덕분에 어른들 사랑을 일단 깔고 들어간다. 묻는 말에 대답하는 일 역시 내겐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적당히 경청의 자세를 유지하고, 적당히 예의바르게 대답하는 것이 전부일진데 뭔들 어려울까. 덕분에 나는 대학 시절에도 교수님 옆자리가 싫지 않은 사람이었다.


학교에서 행정직을 하니 내가 만날 어른들 역시 거의 대부분 교수님이시다. 대학시절에도, 대학원 다니면서도 교수님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불편하지 않았기에 행정 업무 차 만나게 되는 교수님들 역시 비슷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와장창 깨졌다. 우선 교수님이시라기에 너무나 먼 당신들이었다.


교수님에게도 직책이 여럿 있다. 그 중 내가 업무차 만나야 하는 교수님들은 대부분 학장님들이시다. 하지만 워낙 유쾌하시고 친근하신 분들이라 학장이라는 직함이 계속해서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학장님이셔도 여전히 좋은 어른이고 좋으신 교수님이셨으니까. 내가 만나야 하는 다른 교수님은 최종보스 부총장님까지 계셨다. 여기서부터 문제다. 부총장님이라니. 총장님과 부총장님은 그야말로 신수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감히 똑바로 쳐다봐도 되나 싶은 분들을 마주하고 업무를 봐야 하니 처음에는 그야말로 가시방석이었다.


부총장님, 학장님, 처장님까지 모여 그야말로 큰 일을 논하는데, 내가 행정 담당직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회의록을 쓰기 위해서 참석한 자리니 내가 말을 해야 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형형한 기운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운 빠질 수 밖에 없는데, 자리가 자리인만큼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감히 내가 이 자리에 동석해도 되나 하는 기분도 잠시, 더 큰 쓰나미가 몰려들어왔다. 일개 계약직 나부랭이가 들어도 되나 싶은 마음이 솔솔 피어오르고, 나는 온 힘을 끌어모아 단정한 자세를 취하고 귀를 쫑긋 세워 한 글자라도 놓칠새라 메모를 했다. 점심 식사와 같이 병행하는 회의라 밥까지 먹어야 했으니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입안에 모래가 잔뜩인 기분이었다.


한시간 반 남짓한 점심 식사 겸 회의가 끝나고, 회의록 작성 잘 부탁한다는 부총장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허리를 꾸벅 꾸벅 숙이며 뭐가 감사한지도 모른채 감사하단 말만 앵무새처럼 되말했다. 부총장실에서 나와 탁 트인 하늘을 보니 그제서야 입으로 먹은건지 코로 먹은건지 모르던 밥이 쑤욱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