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우리 떡집은 15년 전 오픈 한 이래로 단 한번도 세 팩에 오천원에 판매 해본 적이 없다.하지만 하루에도 이 말을 적게는 수 회에서 많게는 수 십 번을 듣는다. 특히 이른 아침에 이런 말을 하는 손님이 들어오면 그 날은 하루 종일 이런 말이 들려온다.
3팩에 오천원이라는 글씨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게에 써있기라도 한 것일까? 물론 써 있는 가게도 있다. 자유 경쟁 시장에서 가격을 정하는 것은 영업장의 주인 마음이고 대문짝 만하게 써두는 것 역시 사장 멋대로이지만 우리 떡집에서 그 가격에 팔고 있지 않을 뿐이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들어 제 값을 받자는 것이 우리 가게의 지론이다. 이 영업철칙을 내세워, 한 자리에서 15년째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고집이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간 것이라고 여기어 항상 좋은 재료를 선정하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좋은 재료란 무릇 비싼 재료이다. 때문에 우리 가게는 물가 상승률에 맞추어 가격 인상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이런 가게에서 "세 팩에 오천원"을 외치며 들어오는 손님을 마주하면 여러모로 마음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해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아직 많은 떡집에서 세 팩에 오천원씩 팔고 있으니 우리 가게에서도 동일한 가격이라 여기는 소비자의 마음 역시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오천원에 가져간다고!"
이렇게 외치는 손님을 마주하면 그제서야 좀 당황스럽기 시작한다.
"한 팩에 삼천원씩, 두 팩에 육천원 입니다."
"아니라고! 나는! 늘! 이렇게 두 팩을 사가는데, 오천원이라고!"
"아... 한 팩에 삼천원씩 두 팩에 육천원이에요. 가격이 작년 초에 올랐는데, 원자재 물가가 많이 올라서 어쩔 수가 없어서요"
"아니! 내가 얼마 전에도 오천원에 사갔다고!"
"...네. 그냥 가져가세요"
그 뒤로 그 손님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 손님에게 오천원에 두 팩을 판매 한 적이 없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천원 싸게 떡을 판 모양이 되었다. 사실 천원의 가치가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찰제인 가게에서 이렇게 박박 우기는 손님에게 계속 깍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목소리 큰 사람에게 싸게 준다면 그 누구라도 우리 떡집에 와서 제 값주고 사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가게에는 "세 팩에 오천원"이라는 문구 대신 "정찰제 입니다"라는 문구를 대문짝 만하게 써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