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보고서 no.1 - 초록색 똥을 쌉니다.
혹시 달팽이세요?
20살, 성인이 되자 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첫 근무지는 파란색이 강렬한 프렌차이즈 빵집이었다. 떡, 빵, 면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빵집 아르바이트는 참 매혹적으로 다가 왔다. 하루 종일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를 맡으며 일을 할 수 있다니. 더욱이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집에서 빵을 만들던 추억까지 더해져 빵집 아르바이트는 로망 그 자체였다. 즐겁고 맛있는 일만 가득 할 것 같던 상상은 아르바이트 첫 날 산산히 부숴졌다. 8시간씩 서 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로 이미 진이 빠지는데, 외워야 하는 것들이 수 십, 수 백 가지나 되었다. 빵이름, 가격, 재고품의 위치, 포스 사용법, 음료 제조 레시피 등 산 넘어 산, 강 건너 강이었다.
하지만 진짜 힘든 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사람을 상대하는 것. 내가 살면서 남들에게 싫은 소리 혹은 상식에서 벗어난 소리를 안해보고 살아서 더 이해가 안되는 건가 싶다가도 주위에 이야기 하면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쪽이 이상한게 맞더이다. 그래서 써보는 내가 만난 괴짜들 이야기! 십 수 년간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겪은 각양각색의 사람들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지금껏 만난 다양한 괴짜들 사이에서 단연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초록색 똥을 싸는 분이다. 초록색 똥이라니, 지금 똥 꿈 꾼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정말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몇 해 전 떡집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오전에 떡 포장을 모두 마치고 조금 한가로워진 시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네, 떡집입니다"
"거기 국민은행 건물에 있는 떡집이죠?"
한 할아버지의 전화 였다.
"네 맞습니다. 국민은행 건물 1층에 있는 떡집 맞아요."
"내가 어제 거기서 떡을 샀는데, 하나씩 포장되있는 쑥인절미 그걸 샀는데 말이야?"
"아 쑥찰떡 말씀하시는거세요? 천원짜리요."
"어어 맞아. 그거야 그거. 천원짜리"
쑥찰떡. 우리 떡집의 베스트 셀러 중 하나이다. 한 번 맛 보면 왕창 주문하게 만드는 마성의 떡이다. 이 손님도 쑥찰떡을 맛있게 드셔서 주문을 하시려는 걸까?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내가 어제 그 떡을 사서 먹었는데 말이야. 오늘 아침에 똥을 쌌더니 똥이 초록색이야!"
초록색 똥...? 내가 지금 잘못들은건가?
"아... 초록색 똥이요?"
"그으래. 내가 똥이 초록색으로 나왔다고, 초록색! 이게 어떻게 된거야"
아니 달팽이도 아닌데 초록색 떡을 먹었다고 초록색 똥이 나오다니. 그리고 제가 그 이유를 어찌 압니까!
"손님, 좀 당황스러우데, 혹시 병원에 전화 해서 물어보시겠어요? 저희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 병원에 전화해서 정확히 물어보시는 편이 좋으실꺼 같아요"
"병원? 그래 병원에 전화 해봐야겠어, 초록색 똥이 왜 나왔는지 병원에 물어봐야겠어"
손님 전화를 병원으로 토스 한 뒤, 나는 얼이 빠졌다. 초록색 똥이라니.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쑥찰떡에 쑥을 많이 넣어서 그런걸까. 내가 손님께 초록색 똥이 나올 수 있다는 주의사항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 잘못 된걸까. 수화기에 대고 초록색 똥을 연신 말하는 내 통화가 끝나자 사장님과 기사님이 내게 다가와 도대체 무슨 전화를 받은것이냐고 물어왔다.
"사장님, 손님이 쑥찰떡을 드시고 초록색 똥을 싸셨대요. 달팽이도 아닌데 말이에요"
내 입으로 말하면서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우리는 결국 마주보고 한참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뒤 초록색 똥을 싸셨다는 손님의 후일담을 들을수는 없었다. 아마 병원에서 잘 해결해 주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