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여행에 앞서

by 제삼열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에 앞서, 우리(나, 아내)를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위 사진은 우리가 영국을 여행하던 중에 찍은 사진이다.


Q: 이 책의 저자인 ‘나’를 위 사진에서 찾는다면?

힌트: ‘나’는 남자다.

Q: ‘나’의 아내를 위 사진에서 찾는다면?

힌트: 그녀의 얼굴은 황금색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


나 : 제삼열

1985년 경기도 고양시 출생

2008년 대구대학교 졸업

2014년 ~ 현재까지 중학교 국어교사로 근무 중

2016년 26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대상 수상

특이 사항 - 선천성 녹내장으로 인한 1급 시각장애인으로서 오른쪽 눈은 빛조차 볼 수 없고, 왼쪽 눈은 사물의 윤곽만을 식별


아내(공동 저자) : 윤현희

1982년 경북 포항 출생

2006년 대구대학교 졸업

2009년 동 대학원 졸업

2011년 ~ 현재까지 (주)애드크림 근무 중

2015년 ~ 2017년 충무아트센터 미술전시회에 작가로 참가

특이 사항 - 1급 지체장애인으로서 전동휠체어를 사용함


이제 우리가 유럽 여행을 결심한 계기, 여행 일정을 짠 과정, 준비물 등에 대해 말하려 한다. 우리들의 여행을 바라보는 나(남편)의 시선과 아내의 시선, 그리고 독자들의 시선이 아름답게 얽혀들기를 바란다.




위 사물들의 이름을 아는가?


빙고! 흰지팡이(케인)와 전동 휠체어다. 그리고 다소 생소한 모습의 세 번째 물건은 ‘한소네’라는 이름을 가진 시각장애인용 컴퓨터다(점자 및 음성 지원이 되는 시각장애인용 컴퓨터를 이용해서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위 사물들은 이 글을 쓰는 필자들에게 있어 결코 필수품이 아니다. 감히 말하건대 이것들은 우리 몸의 한 부분이다. 케인은 손에 붙어 있는 눈이고, 휠체어는 다리이며, 한소네는 귀와 입인 셈이다.


대개의 경우, 라면 옆에는 김치가 있고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관우 곁에는 청룡언월도가 자리하고 있으며 하늘이 두 쪽 나도 자유의 여신상이 횃불과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어디에서 무얼 하든 위 사물들과 함께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참으로 질긴 인연이다. 농담으로라도 천생연분이라고는 못하겠다.


우리 커플(정확하게는 1급 시각장애인과 1급 지체장애인 부부)이 단둘이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아픔 그리고 용기가 필요했다. 시각장애인이 전적으로 케인에 의지해서 혹은 지체장애인이 오로지 휠체어만을 이용해서 집 밖을 나선다는 것, 더 나아가 지하철, 버스, 기차, 선박, 비행기 따위의 운송 수단을 이용한다는 건 정말이지 많은 인내와 불편,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활활 타오르는 불에 이끌리는 부나방처럼 그렇게 먼 여정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