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만큼 아픔을 느끼고 나서 귀하게 얻은 봄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어디 하나 끊어내질 못하겠지만 분명 어떤 교차점에서 새로운 구간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멈추는 혹은 시간과 시간이 맞닿는 때가 있다.
그게 아마도 내겐 봄이겠지.
생각한대로 흘러가고 있다.
내가 한 사랑에 대한 응당 대가 혹은 사랑했음을 증명하는 길은 사랑할 때도 나타나지만 그보단 이별했을 때 얼마나 아파하느냐가 그 사랑에 대한 보답같다.
공으로 얻은 행복이니 아픔이 당연한 것처럼,
나는 그렇게 아파했고 이제 그 사랑의 정도가 끝이 나 보인다.
그렇다고 사랑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제는 내가 보낸 그 시간이라는 방에 열쇠를 채워도 된다는 생각이 든 것. 그리고 언제나처럼 생각날 때마다 능동적으로 자물쇠를 풀고 혹은 자물쇠를 잠구고 할 수 있다는 것일 뿐.
아마 이번 연애는 여러 상황적 요소가 엮여서 공짜로 선물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시간이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응당 보답보다 길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 이를 평가하는 건 좀 웃기군)
아마 난 그 사랑이 흐르던 물가에서 두 발이 다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느낀 것 같다. 스스로 마지막으로 물에 잠겼던 내 발을 들며 발에 실려 오던 아직 내 사랑을 잊지 말라는 그 물방울들을 쳐다보며 여유롭게 웃으며
'나는 너를 잊지 않아, 너를 사랑해. 너를 영원히 사랑할거야, 그러니 나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 주겠니?' 라며 발에 묻어 있는 그 물방울을 털어내고 있음을 난 느꼈다.
한 방울 한 방울을 소중히 여기면서 말이다.
그렇게 내 사랑은 고이 그 자리에 남겨져있고 나는 봄을 맞이하고 있다.
정말로 이번엔 설중심매다. 그 언제나 그랬듯이.
계절이 주는 그 권태, 무기력함 모두 지나친 봄이 왔다. 그 계절이어서 더 붙잡을 수 없었고 서로 붙잡히지 않았고,
얼어붙은 우리 사랑의 물가에 그냥 따스한 봄이 와 녹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봄을 맞이한다. 무력하게 움추리고 누워 있기에는 참으로 좋은 날들이다.
변덕이 죽 끓는 듯 날씨변화가 괴팍한 것까지 나를 참 닮은 봄 아니던가,
그런 걸 보면 난 여름이 아니라 봄을 사랑할 수도 있다.
언젠가 어떻게 될 지 모를 그 많은 나의 흔적과 내 기억과 흔적으로 남을 새로운 세상이 나는 설레인다. 누구보다 뜨겁게 맞이할 생각이다.
그 어떤 것도 과거는 없으니 그렇게 나는 그 모든 것을 맞이할까 한다.
작년 봄소리가 들렸을 때가 나는 또렷하게 기억난다.
우리의 그때가 즐거웠듯이 그 누구에게도 최초인 2017년 봄을 우리 온 몸으로 맞이하자.
나는 너를 응원할게.
우리의 사랑이란 강이 나와 너의 미래에 좋은 기반이 될 것이야.
하나의 챕터가 끝났고 인생은 아직은 어떻게 될 지 모르기에 그 아무도 모르기에 즐거운 세상이니, 우리 봄을 그냥 맞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