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 전 빠짐없이 테니스 레슨을 받은 후 1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 한 달 전쯤 식단 조절을 했었는데 저녁을 일찍 먹고 다음 날 첫 식사인 점심 무렵까지 공복이 긴 탓에 아침 운동이 너무나 힘들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몸에 에너지가 없다 보니 스텝은 천근만근이고 입에서는 단내가 나는데 레슨 코치는 인성에 문제 있냐는 말은 안 했지만 뭔가 문제가 있긴 한 것 같다는 표정으로 내가 스윙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며 분발을 요구한다. 괴로운 마음에 식단 조절하는 동안에는 운동을 잠깐 쉴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스스로 흡족한 컨디션으로 편안하게 운동했던 때는 언제였나 떠올려봤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비가 오면 습해서 쨍하면 눈이 부셔서 힘든 게 운동이다.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라는 건 어차피 손에 꼽고 대부분의 나머지 시간은 어떤 힘듦을 견뎌내는 것에 좀 더 가까웠다. 원래 이런 것이라면 식단 조절을 이유로 운동을 멈출 이유는 없다.
운동하기 완벽한 날 따위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일도 마찬가지다. 주변에 귀인은 고사하고 사기꾼만 없어도 다행이고 돈도 시간도 부족하고 응원보다는 냉소와 비아냥이 흔하다. 익숙한 분야보다 생소한 분야가 많고, 정보와 시간은 매번 부족하고, 상대방은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나마 뭔가 해내기도 전에 그다음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한 주 여러 가지 일들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아 괴로웠다. 계획한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다 보니 나의 판단력이 의심스럽고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긴커녕 짐만 되는 것 같아 미안하고 나 때문에 모든 걸 망칠 것 같은 두려움이 커졌다. 마음이 괴롭다 보니 생전 보지 않던 오늘의 운세까지 들춰보며 이런저런 핑계를 찾게 되고 청주에 내려가서 중국집이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국집이 쉬울 리 없다. 뭐든 잘하는 것은 어렵다.
뭔가 해내기 좋은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묵묵히 해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투덜거리다가 결국 해내지 못한다. 이런저런 상황을 탓하고 변명하면서.
모든 일이 어렵고 도망칠 곳도 없고 완벽한 날도 없다면 그냥 죽을 힘을 다해서 눈앞에 있는 이것들을 해내는 수밖에 없다.
완벽한 날 따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