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 지음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우주선에 탄 우주인이다
더 이상 사람들은 하늘을 보지 않습니다.
저 하늘을 넘어 인간 존재의 시원이 무한 공간에서 빛으로 흐르고 있음에도, 우리는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대지의 인간이 아니라 우주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 결과 삶의 공간은 축소되고, 상상력은 빈곤해집니다.
오래전 인간은 하늘과 땅을 아우르는 드넓은 영토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장했고, 무수한 신화를 남겼습니다. 별과 달을 올려다보며 항해의 돛을 올렸고, 대지에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러나 21세기의 인간은 대지만이 유일한 관심사입니다. 금은보화를 쌓고, 집을 수직과 수평으로 확장하며, 타인은 정다운 손님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이 되어 갑니다.
우리는 언제나 지상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갑니다. 경쟁하고, 서두르고, 비교하고, 쫓기며 불안과 초조 속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냅니다.
그 모든 이유는 어쩌면 단 하나, 우리가 더 이상 하늘을 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네덜란드의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인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는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에서 우주비행사들이 겪는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를 통해 일상의 불안과 혼란을 극복하고 삶의 균형을 되찾는 법을 제시합니다.
조망 효과란,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느끼는 인식의 변화입니다. 아폴로 9호의 우주비행사 러셀 슈바이카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가? 경계? 그런 건 보이지 않아. 단지 푸른 행성과 그 위에 사는 인간들만 있을 뿐.”
이 효과는 인간이 지구라는 하나의 생명 공동체로 연결돼 있다는 자각을 가져다줍니다. 나와 너가 없는 ‘우리’의 감각, 인드라망의 시선이 열립니다. 지상의 인간을 넘어, 우리는 우주의 인간으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우주의 먼 곳에서 바라볼 때, 무겁던 것은 가벼워지고, 커 보이던 문제는 사소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직접 우주로 나가 지구를 볼 수는 없지만,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 한 장을 통해 조망 효과의 일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허블 울트라 딥 필드’(HUDF) 사진.
밤하늘의 손톱만 한 크기 영역을 촬영해 얻은 이 이미지 안에는 무려 1만 개가 넘는 은하가 담겨 있습니다. 색색의 형광빛을 띠는 은하들은, 수십억 광년의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도달했습니다.
그 우주의 심연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주는 얼마나 광활한가?”
“그 속의 나는 누구인가?”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 년, 지구는 46억 년, 인류는 30만 년. 그에 비하면 한 사람의 삶은 거의 무(無)에 가까운 순간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찰나에 우리는 존재하고, 사유하며, 사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만의 별 하나를 품고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조망 효과를 지상에서 경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밤하늘을 다시 바라보는 것입니다. 별과 달은 여전히 인간을 우주로 이끌고 있습니다.
지구의 모든 모래알보다 많은 별들이 무변광대(無邊廣大)한 우주의 심연에서 흐르고 있고, 우리는 그 별들과 연결돼 있습니다. 비록 한 점에 불과한 존재지만, 그 별빛과 함께 우주의 시간 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잠시 지상의 걱정을 내려놓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세요. 특별할 것도, 초라할 것도 없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下無雙)의 존재로서의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우주선을 타고 초속 30km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우주인입니다. 우리가 우주론적 인식을 가질 때 지상의 문제는 가벼워집니다.
천문학자 빌 판 덴 베르켄은 “우리가 불가해한 우주에 속한, 통계적으로 보면 무시해도 될 만큼 하찮은 행성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천 억개의 은하 속의 태양계, 그 작은 행성에 불과한 하찮은 지구이지만 그 광활함 속에서 우리는 동시에 위대한 존재입니다.
오늘 밤, 시름과 걱정, 불안과 우울이 밀려온다면 잠시 하늘을 바라보세요. 그 어둠 너머의 우주에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수많은 별과 은하가 운행하고 있고, 그 속 어딘가에 나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는 우리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도 이 작은 지구에서 내 속도대로 살아가도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