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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헌 Jan 09. 2024

걸음

아침에 쓴 글 2

어제 출근을 하는데

우리 집 앞에 그 짧은 횡단보도 있잖아


그 앞에서 초록불 신호를 기다리고 서 있는데


내 옆으로 천천히 걸어오던 어떤 할머니가


아직 신호는 빨간불인데 그냥 앞으로 걸어 나가는 거야


다행히(?) 지나가는 차들이 없어서 그 할머니는 무사히 횡단보도 끝까지 건널 수 있었어



나는 속으로 생각했지


‘저렇게 조금 일찍 가려다 큰 일 난다 정말...’


 


그런데 말이야, 잠시 후에 초록불로 신호가 바뀌고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서 지하철역으로 갈 수 있는 골목에 들어선 순간 다시 그 할머니를 발견했어. 걸음이 느린 탓에 그다지 멀리 못 가셨더라고. 나는 그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걸어갔지. 그 할머니도 지하철역으로 가는가 보더라고. 그런데 그냥 나는 터벅터벅 걸어갔을 뿐인데 그 할머니를 따라잡을 생각도 없었는데 신호까지 무시하며 목숨 걸고 앞으로 나아갔던 그 할머니보다 내가 더 빨리 더 멀리 걸어 나가고 있는 거야.


나는 그 순간 ‘저 할머니는 지금 내 뒷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2024년 1월 9일 (화) 아침에 쓴 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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