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 / 유년회상 16> 들 나가는 가족
메뚜기는 재앙의 날벌레가 아니었다, 그저 한 철
싱그런 들판의
풀벌레였다
주로, 집에 소중히 간직하던 큰 병
정종병을 들고 들로 나갔다
여자들은 보자기, 앞치마에 싸 담았다
가을 볏논 들녘엔 메뚜기가
지천이었다
그것들을 기름 두른 뜨거운 솥에 쏟아붓고, 잽싸게 뚜껑을 닫고 잠시 뒤
들들 볶아 소금을 치고
반찬을 만들었다
메뚜기보다
땅개비를 더
좋아하기도 했다
그렇게 "가족"이 "공동"으로 일, 놀이.. 다
사라졌다
내가 <유년회상>을 쓰는 이유는,
그 문명의 미덕 때문이다
폐기 당하고, 파괴 당한
이전 문명
그걸 무어라고 부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