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기념관 개관
<매향리 평화기념관> 개관식 축가를 부르러 간다고 오랫만에 고딘 기타를 챙겨 나갔지요.
주최측 화성시의 행사 담당자가 <시인의 마을>을 불러달랜다고 해서 하모니카도 챙겼습니다.
'서서 하는 공연에 두 곡, 고딘 기타도 하모니카도 쫌 .. 그런데..' 하면서요.
도착해서, <떠나가는 배>,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부르겠다고 했고
양해해줘서 노래 잘 했습니다.
<종로에서> 앞에, 준비해 간 낭송 하나 했지요.
"내 고향은
경기도 평택군 팽성면 도두리
거기서 나고, 자라고, 짧게나마
그 아름다운 들판에서 농사를 지었다네
그리고, 그곳을 오래 떠나 있다가
마을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가 함께 싸웠다네
“이 들판을 건드리지 마라, 빼앗아 가지 마라..”
결국, 우린 그 들판 흙구덩이에서 연행, 포박되고
수갑에, 오랏줄까지..
마을과 들판은 빼앗기고 말았지.
주민들은 모두 쫓겨나고..
오늘, 매향리에서
그 도두리, 대추리를 생각한다네
거기 주민들이 겪었던 아픔과 희생을 또,
전만규 선생을 비롯한 매향리 주민들이 오랜동안 겪었던
그 고통과 헌신을..
그리고, 소망한다네
“무기를 든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
그들의 가족과 함께 평화롭기를,
세상의 모든 무기들이
쟁기와 보습이 되기를.."
위 사진은, 개관식 기념 나비 날리기 이벤트.. 투명 프라스틱 안엔 이 봄날 여린 나비들.
그걸 어린이들과 함께 날려보냈지요. 어디선가 잡아다 뜨거운 햇살 아래 가둬뒀던 나비들..
소위, 내빈들의 오프닝 특별 이벤트와 사진 찍는 기자 혹은, 시민들..
다 끝나고, 언덕 너머 전만규 선생의 기념관으로 갔지요.
오랜 싸움을 끌어오신 전만규 선생의 별도의 기념관 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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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기념관>은 이름 자체의 애매함 못지 않게 그 건물 내외부, 낯설게 느껴졌고 주위엔
그 과정을 담은 인간의, 고투의 흔적 하나 없고
넓은 공원은 공허했습니다.
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위압적이고
거대하고 괴이한 구조물 뿐..
모쪼록,
시 담당 공무원들의 고민과 노력으로 주민 측의 협조를 얻어 <아픔>과 <소망>을 담은 평화 공원이 되길 기대한다고 이야기하고
뜨거운 봄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자체 행사에 축가.. 출연료까지 받다니..
이리 거북하게..
*친절했던 공무원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