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 매향리..

평화기념관 개관

by 정태춘
스크린샷 2025-04-21 오후 5.42.28.png


<매향리 평화기념관> 개관식 축가를 부르러 간다고 오랫만에 고딘 기타를 챙겨 나갔지요.

주최측 화성시의 행사 담당자가 <시인의 마을>을 불러달랜다고 해서 하모니카도 챙겼습니다.

'서서 하는 공연에 두 곡, 고딘 기타도 하모니카도 쫌 .. 그런데..' 하면서요.



스크린샷 2025-04-21 오후 5.48.45.png


도착해서, <떠나가는 배>,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부르겠다고 했고

양해해줘서 노래 잘 했습니다.


<종로에서> 앞에, 준비해 간 낭송 하나 했지요.



"내 고향은

경기도 평택군 팽성면 도두리

거기서 나고, 자라고, 짧게나마

그 아름다운 들판에서 농사를 지었다네

그리고, 그곳을 오래 떠나 있다가

마을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가 함께 싸웠다네

“이 들판을 건드리지 마라, 빼앗아 가지 마라..”

결국, 우린 그 들판 흙구덩이에서 연행, 포박되고

수갑에, 오랏줄까지..

마을과 들판은 빼앗기고 말았지.

주민들은 모두 쫓겨나고..


오늘, 매향리에서

그 도두리, 대추리를 생각한다네

거기 주민들이 겪었던 아픔과 희생을 또,

전만규 선생을 비롯한 매향리 주민들이 오랜동안 겪었던

그 고통과 헌신을..


그리고, 소망한다네


“무기를 든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

그들의 가족과 함께 평화롭기를,

세상의 모든 무기들이

쟁기와 보습이 되기를.."


위 사진은, 개관식 기념 나비 날리기 이벤트.. 투명 프라스틱 안엔 이 봄날 여린 나비들.

그걸 어린이들과 함께 날려보냈지요. 어디선가 잡아다 뜨거운 햇살 아래 가둬뒀던 나비들..

소위, 내빈들의 오프닝 특별 이벤트와 사진 찍는 기자 혹은, 시민들..


다 끝나고, 언덕 너머 전만규 선생의 기념관으로 갔지요.




스크린샷 2025-04-21 오후 5.49.47.png


오랜 싸움을 끌어오신 전만규 선생의 별도의 기념관 앞입니다.


- - - - - - - - - - -



<평화기념관>은 이름 자체의 애매함 못지 않게 그 건물 내외부, 낯설게 느껴졌고 주위엔

그 과정을 담은 인간의, 고투의 흔적 하나 없고

넓은 공원은 공허했습니다.

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위압적이고

거대하고 괴이한 구조물 뿐..


모쪼록,

시 담당 공무원들의 고민과 노력으로 주민 측의 협조를 얻어 <아픔>과 <소망>을 담은 평화 공원이 되길 기대한다고 이야기하고

뜨거운 봄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자체 행사에 축가.. 출연료까지 받다니..

이리 거북하게..


*친절했던 공무원들께 감사드립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MBC R. <잠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