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서평

by 제이티

홍지호


엄마가 있던 자리, 또롱이가 있던 자리, 외할머니가 있던 자리,진국이와 복동이가 다른자리는 다른 무엇으로 메워지지 않는다. 그들이 남긴 빈자리 때문에 나는 아직도 허전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는 그들이 내게 남겨 주고 간 추억이 있다 그 추억이 그리움과 외로움을 견디게 한다.나는 여러 번의 이별을 통해 내 안에 있는 슬픔과 그리움 외로움이 내가 가진 또 다른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모리 크레마 마루 레오를 만나면서 그들은 나를 떠난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다시 사랑할 새로운 존재 다시 맺어야 할 새로운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또다시 이별할까 봐 미리 마음을 닫고 외면하는 어리석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스산한 바람 소리가 마치 쉿소리와 같은 소음으로 내게 찾아왔다. 창문에 달라붙은 먼지들은 반짝이는 별이 되어 나의 방을 밝혀주었고 나는 그 별들과 데이트를 즐기고 싶어서 후드집업을 뒤집어 쓰고 밖으로 나갔다. 모니터의 불빛보단 어두웠지만 나의 마음만은 하늘 위에 떠있는 아주 조금의 빛들이 내가 믿는 허상의 게자리와 쌍둥이자리,거리에 드문드문 있는 환하고 누리끼리한 형광등 가로등은 늘 같은 시간에 나를 기다려주었지만 모니터는 늘 같은 시간에 마중도 나오지 않은 채로 먼저 잠에 들었다. 나를 기다려주는 불빛과 나를 보고도 매정하게 뒤돌아선 불빛들은모두 하루 안에 있는 불빛이지만 나는 모니터와 컴퓨터의 LED 불빛만을 집착하고 또 집착했다. 어차피 11시만 되면 꺼질 불빛이지만 나의 눈에 안경을 씌우고 손에 붕대를 감으면서까지 기다리고 또 집착했다. 반면 별빛은 다정하게도 잠자기 전까지도 나의 옆을 지켰다. 그렇기에 나는 나를 사랑해주는 나를 위해 살아주는 별빛의 은빛으로 하루를 견디려 내가 자의적으로 컴퓨터의 전원을 내렸다.

솔직하게 말해서 인간관계의 유통기한은 없다고 생각하며 삶을 살았다. 한번의 연락이여도 맺어진 연은 더 높게 날아가기를,만약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내가 달리면 언제든지 높은 까마귀와 같은 높이에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이란 장르는 드라마나 소설,만화 따위가 아닌 픽션보단 논픽션에 가까웠다. 6개월 전 나는 또랑또랑한 눈방울에 맺힌 내 모습을 보고서 그거 하나만 보고 가장 순수한,또 가장 더러운 관계를 지니게 되었지만 방학 사이에 패놓은 장작은 다 써버린 탓에 관계는 서먹서먹하고 만나서 하는 말은 고작 '안녕'밖에 없었다. 냉장고에 있는 서울우유에 유통기간이 적혀있기에 일주일 전에는 다 먹어치우는 편이지만 난 적혀있지 않은 유통기한에 방부제라도 있는 줄 알고서는 아껴 먹으려고,나중에 먹으려고 냉장고 깊숙한 곳에 묵혀두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젠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옆을 지킬 뿐이다. 별빛과 같이,그렇기에 난 비어버린 빈자리를 보고 아름다운 별빛으로 한 가득 채우고 싶었지만 그것은 내 욕망에 불구했나보다. 가까히 있어 보이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별빛이 난 하룻동안 원망스러웠다. 잡히지 않기에.

은주는 엄마의 자리를 또롱이로 메꾸려 들었지만 현실은 가느다란 바늘로 꼬메고 또 꼬메도 언젠가는 벌어질 틈이었다. 그렇지만 은주는 이를 알리 없었고 집착하고 붙잡으며 구질구질하게 모리에게는 그 자릴 채워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러한 은주에게 언어의 벽을 허물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집착이 추억으로,과거로 변했기 때문이 아닐까. 까치와 까마귀,꿩,마을에 사는 들개들이 내는 신음소리와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는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내는 작은 기쁨과 환희는 자신이란 큰 벽에 짓발펴 보이지도 않게 됐던 나날들에 대화가 통하며 자타불이가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불교는 인연생기라는 말이 있다. 나와 너는 이어져 있다고 말이다. 이처럼 모든 인연들과 관계는 나로부터 이어져 있는 것이 맞다. 단 그것을 인지 하지 못한 채로 내가 추구하는 인연만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나또한 같다. 다가오는 축젯날 고백할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하지 말기로 마음을 굳혔다. 난 그저 지나간 인연이 또 다시 내게로 스쳐 지나가길 빌 뿐 바람을 잡으려 손짓을 하진 않았다. 바람은 언제나 오지만 모든 날에 온 바람은 다 다르다 그러나 우리들은 어느 날 온 하루의 바람에 나는 눈을 맞추고서는 내 한평생의 바람은 어제의 바람밖에 없다고 맹세한다. 그렇지만 나는 스쳐 지나갈 바람들을 창문을 닫아 외면했고 어제 온 바람은 550ml 페트병에 담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페트병 위에 꽉 잠가둔 연한 파란색깔의 뚜겅을 열고서는 늘 다른 새로운 바람을 느낄 것이다. 새로운 바램을 기약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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