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원
시험과, 돈, 일이라는 방지턱에 우리는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 없다. 그런 노잼인 삶 속에서 500년 동안 드라이브라면 인생이 재미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옛날의 나였다면 해 본 것도 없고, 경험해 본 것도 없으니 숫자가 크고 좋아보이면 모든 좋은 건 줄 알고 “오래 사는 게 좋다” 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지금의 나라면, 60개의 방지턱 중, 14개의 방지턱을 겪으며 속도를 좀처럼 낼 수 없는 상황을 겪어버린 나였기 때문에, 그 사이에 겪은 경험과, 최고의 상황과 최악의 상황도 마주해봤으니 “오래사는 게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다” 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나는 항상 학교에서 하루에 한 두 번씩 이 말을 꺼낸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1위인 이유가 뭐겠냐.”
솔직히 얘기하면 이 말을 꺼내게 된 날은 수학 단원 중 파이라는 단위가 나왔을 때였다. 그 전까지는 “엥, 이 정도 수학이면 못 가도 화성고는 갈 수 있겠는데?” 라는 자신감으로 인생의 행복감을 채우고 있었는데 그 쿨타임이 떡락하는 시기는 결코 오고 말았다.
이런 상황들을 겪은 내 기억 속에는 최악의 상황들이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이 때부터 삶의 의지를 끊어버리는 사람이 생기고, 이런 인생 속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그만 두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오래사는 게 좋기만 할까?
아마 어떤 사람은 그럴 것이다.
“그 난관만 넘으면 복이 찾아오지 않는가?”
그 과정 속에서도 난관을 넘는 방법을 몰라 헤매는 경우도 있으며, 그 과정을 넘겼더라도 직업, 돈, 직장, 허망, 옛 자신의 헛 된 꿈 들이 자신을 찾아와 괴롭힐 지도 모른다. 난 세상 일 겪은 60이 가장 죽기 좋은 나이인 것 같았다. 노년에 짊어져야 할 것들을 짊어지지 않아도 될 나이가, 노년 중에 가장 청춘인 나이가 60이니까 꽃다운 나이라고 생각한다.
젊어 남의 생사도 걱정해 줄 수 있는 나이에는 짊어질 게 얼마 없으니 모든 게 가볍게 느껴지지만, 늙어 제 몸 가누기도 힘든 그 나이에는 짊어져야 할 무게가 먹은 나이만큼 불려난다.
그 때 되면 몸도 무거울 텐데, 마음이라도 가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