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윤
제목 : 무언가를 보여주었던 마지막 실격자
어릴 적 언젠가 기억이 나지 않을때쯤을까요. 학교에서 한 친구와 반의어 놀이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어떠한 단어를 말하면 그 사람이 반의어로 생각되는 단어를 말하고 그 이유를 묻는 따분한 놀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재미있게 했습니다. 그 친구와 나는 딱 한 번이라는 시간동안 그 놀이를 했고, 그 뒤로는 시시해서 그 놀이를 잊어버렸지만, 아직까지 그 친구의 대답은 나를 의미심장하게 만들 정도로 신비했습니다.
"악의 반의어는 뭐게?"
"당연히 선이지!"
그 친구는 나와 같은 사람이지만 공부를 잘하는 범생이거니 싶었습니다. 선생님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음.. 이건 좀 쉬웠나ㅎㅎ"
"그럼 인간의 반의어는?"
"음........ 죄"
죄라고 답한 그 친구는 지금까지 제 머릿속에서 방황하며 맴돌고 있었다죠. 제 어린시절 잊혀지지 못한 그 친구는 이제 제 앞에는 없지만, 아직까지 그 대답을 듣지 못하였음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따분한 경험 이야기를 멍청하게 앉아서 듣지 마시고 지금 당신이 자기 합리화 하고 있는 당신의 오염된 인생에게 도끼를 한 번 찍어버리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모두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인간이 될 자격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멍청하게 앉아 허무하게 뭐 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저는 바로 인간 실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생각이 많다고 누구나 인간실격일 필요는 없답니다. 주목할 점은, "요조는 자기 선택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라죠. 부잣집에, 잘생겼고, 여러가지 스펙을 갖춘 사람을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마치 어부에게 잡혀온 한마리의 청새치 아니겠습니까. 어릴 적 이야기를 들먹이며 회상에 잠기는 것은 나쁜 일이 절대 아니랍니다. 제 말은, 그것을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고 돌직구를 날리라는 것이죠. 너무 멀리 나갔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틀이 좀 없는게 장점같은 단점이거든요. 결국 당신도 인간실격이라고 좌절하지 마세요. "진정한 인간실격이란, 인간실격이라고 합리화 하는 사람의 동반자살을 거들어 주는 가식덩어리인 사람이랍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언제나 어렸던 소녀와는 다르게 저는 이제 성장한 조숙아이이지 않습니까. 이제 어린이용 변기와 성인용 변기가 같이 붙어있는 칸을 보면 괜히 할머니와 나란히 같이 앉아있었던 기억이 나 피식 웃음이 난 적도 있었습니다. 어린시절을 잊고 성장하라는 데미안의 말은 언젠가는 믿었었지만, 지금은 어린시절을 품어야 한다고 생각한답니다. 가끔은 어린시절에서 더욱 품위있는 나와 조금 더 나아진 미래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