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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Nov 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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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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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흔들려도 돼

멀리 돌아가도 돼

즐길 수 있으면 돼

결국 행복하면 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의 일부분이다. 나는 노래에서 이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이 가사만 들으면, 묘하게 마음이 찡해진달까, 불안하고 공허했던 마음을 따스한 빛으로 차오르는 기분이다. 위로도 많이 받았다. 어떤 문장보다도 아름다웠던 이 가사가, 이젠 왜일까 내 마음에 닿지 않는다.

 

“잠깐 흔들려도 돼” 내가 가장 공감했던 구절이다. 나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애써 부정하려고 하지만 내 스스로 내가 무너지는 것이 느껴져 우울하다. 내일은 무조건 6시에 일어나야 하야지 하는 어제의 강한 나와 달리, 일어나보면 9시인 것이 현실이다. 내 하루의 3시간이 벌써 지나가 버렸다는 불안에 허둥지둥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펴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방을 어슬렁거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집중하지 못하고 정신을 차려보면 벌써 오후가 되어있어 자괴감이 든다. 그렇다고 다시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 의미없이 하루를 보내다 어느새 12시가 되면 무거운 죄책감을 목매단 채 하루에 마침표를 찍는다. 내가 이렇게 바보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이에, 남들은 저멀리 앞서나가고 있다. 미친 듯이 문제집을 풀고, 인강을 들으며, 학원을 돌며. 그들은 기똥차고 바쁜 하루를 보낸다. 흔들려도 된다고?, 아니, 이젠 아닌 것같다. 이미 늦은 것 같다는 후회감에 나는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고, 찐득거리는 이 감정은 나의 마음을 점점 공허하게 만든다.

“멀리 돌아가도 돼” 이제는 멀리 돌아갈 방법 조차 잘 모르겠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이 의심이 된다. 과연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이 맞을까? 나의 실력은 마치 음식물쓰레기를 감싼 예쁜 포장지 같다. 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알맹이는 없는. 남들이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 믿음을 줄 때마다 위로가 되기는커녕 내 진짜 실력을 들킬까 조마조마해하며 “아니야, 나 많이 부족해ㅎㅎ” 하는 억지스러운 입꼬리를 올린 채 울며 웃는 표정을 짓는다.

 

조금씩, 더 격하게 박자가 미끄러진다. 쉬운 표정은커녕 인위적이었던 내 입꼬리 조차도 내려간다. 익숙한 다짐, 자꾸 잊는다. 내 맘 같은게 뭐 하나 없다.

 

나 빼곤 다 치열해보이는 이 세상에서, 모든 게 얄미운 이 세상에서, 오늘의 마지막 시침과 분침이 겹칠 때, 나는 정신 차리라는 내 자신의 메아리를 들으며 잠시 숨을 참는다.



00:00, 세상은 잠시 숨을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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