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원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잊히길 바라는 세상은 보여주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기이한 세상이다. 모두가 과시를 위해, 사진을 찍어서 타인에게 공유하기 위해 살아간다 말해도 무색할 현대사회가 갑자기 전혀 상반된 세상을 변할 수도 있다니. 그러나, 전혀 믿고 싶지 않았던 나도 점점 이런 느낌을 받아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평가기준과 심사결과는 나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겪었기 때문인 것 같다.
점점 시간이 흐르고 점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한 이 시기에는, 다른 아이들의 스토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넘어가기도 했으며, 크게 감탄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냥 그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만 간단히 파악할 뿐이었다. 이런 생활을 겪다보니 느낀 점은, 사실 우리들은 타인의 일상은 관심이 있지만, 그닥 타인의 삶에 대해 정말 깊게 궁금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기억왜곡이라는 현상을 겪기도 한다.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나중에 다시 생각할 때에는, 점점 흐릿했던 기억들이 결국 자신의 마음대로 왜곡 시킬 수 있다. 마치 시험을 칠 때, 대충 어떤 페이지에서 몇 번 째 줄 쯤, 과 같이 위치는 기억하지만, 막상 내용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 어중간한 기억을 붙들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결국 엉뚱한 답을 내놓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는 우리들이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어떤 곳에 놀러갔고, 어떤 이와 있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왜 그런 것인지는 굳이 알고싶어하지 않는다. 그저 추측을 통해 더 자신의 도파민을 끌어올릴 뿐이다. 그렇게 우리들은 믿고싶은 것만 믿는 사회로 변질시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점점 나의 정보조차 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유출된 내 얼굴과 성적이 큰 파장을 일으킬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말이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주변에서 이런 사례들을 많이 접하게 된 이후로, 또 그렇게 나마저도 그 행동에 전염되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 더 나 자신을 꽁꽁 숨기고 싶었다. 살이 빠진 예전 모습과 현재 모습이 많은 비교를 당할 것이라는 게, 굉장히 소름 돋을만한 행동이면서도, 막상 우리들이 항상 tv나 핸드폰을 바라보면 마주하고 있는 연예인들은 이것이 늘상 받는 평가라는 점이 굉장히 큰 감정을 몰고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성적이라는 것은, 중학교 3학년이 되어버린 나의 입장에서도,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다. 그러니 잘 보지 못하는 과목들은 다들 숨기기도 하고, 일부러 가장 잘본 과목의 점수만 올려서 자신의 이미지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또는 가장 특이하게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B컷 감성이라고 포장이라도 하고 싶은 듯이 잘 보지 못한 과목들에 하이라이터를 칠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것도 결국 기억왜곡 중 하나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본 과목만 찍어올리면 정보제한에 의해 그 결과만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은 그 결과만 바라보며 ’공부 잘하는 아이’ 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며, 후자와 같이 부정적인 경우에는 ’공부 못하는 아이‘ 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처럼 정보를 제한하거나, 조작하는 이 현상은 점점 더 현실사회에 출현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세상의 과반수의 사람들은 나의 숨겨진 이야기는 알지 못하고, 보여지는 것으로만 나를 평가하고 점수를 메기기에, 우리들은 그저 겉모습만 아름답게 조각내면 되니 말이다. 인정받고, 사회가 바라봐주는 것이 중요한 우리들에게 이것은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우리들이 만약 구경하는 입장이라면 알 권리를 중요하게 여길테지만, 만약 우리들이 구경거리가 된다면 오히려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두가지의 경우가 전부 가능한 매체가 바로 sns이다. 그러니 자극적이고, 무엇보다 새상품을 바라는 우리들이 더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습들은 여러모로 우리들의 뇌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자신이 찍은 얼굴 사진이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생각에, 그리고 좋은 장소에 놀러갔음을 사진찍어 과시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이 가득담긴 매체에 대해 더이상 위험성과, 혹시 모를 대비를 전부 잊어버렸다. 막상 딥페이크가 뉴스와 기사를 한껏 뒤흔들었을 적에는 모든 이들이 ‘텔레그램 앱을 통해 딥페이크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계정 보관함도 뚫을 수 있다고 하니 보관함에 있는 사진들 전부 지우세요‘ 라는 말을 꺼냈었지만, 금방 두려움과 관심이 벗겨진 그 딥페이크 사건은 그 누구에게도 화제거리라던가 위험요소가 되지 않았다. 전부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한 일시적 행복을 느껴 판단 능력을 상실해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sns라는 매체를 독점하고 있는 사람이 곧 몇 억의 인구를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들이 모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하면 모든 사람들이 특정 행위를 취할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문적인 유전자 조작이라는 기술이 세상을 독점하고 지배한다기보다는 모든 이들이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sns 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들은 숨기고도 싶어하지만, 한 편으로는 모두가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품고 있는 모순적인 인간이기에 말이다.
내 행동은 사람들의 열등함이 담긴 시선과 우월하다는 감정이 담긴 시선을 거둬들이지만 정작 중요한 내 의도는 그 누구도 흝어보지 않는 사회이다. 우리들은 이런 사회에서 기억을 조각해나가며 과시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들은 헨델과 그레텔처럼 sns 속 사람들의 관심인 맛있는 마녀의 과자집을 먹다가, 정보의 함정이라는 마녀에게 걸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