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험

by 제이티

홍지호




럭셔리 퓨어 프로포즈 98,700. 구매 7492회,리뷰 936개. [신상] 메이 프로포즈 SET 10 210,500. 구매 460회,리뷰 18회. 프로포즈는 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랑이 꺼지지 않음을,늘 행복한 그대와의 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픈 연인들의 마음을 담는 방식에 불과하단 생각을 줄곧 해왔다. 영화나 드라마,책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마음이 나의 심금을 울리는 데에 작용 했다.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약혼 반지라는 대목이 없으면 실망 한다. 연인을 돈 보고 많나냐는 말에는 발작하며 분노하지만 정작 프로포즈를 할 때 값비싼 약혼반지 없이 소박한 장미 한송이와 사랑하는 마음을 건내면 돌아오는 건 깔린 목소리와 실망한 듯한 제스쳐다. 사람들은 참 속물이다. 껍데기에만 초점을 두며 1캐럿 아니면 5부 다이아몬드 약혼 반지 없이는 더 이상 사랑을 나눌 수 없는 생명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껍데기만 번지르르하고 알맹이는 텅텅 빈 사람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그들은 특별함과 대단함만을 신경 쓰다 14K 정도로 된 결혼 금반지로는 행복을 깨닫지 못하게 되었다.


약혼 반지와 결혼 반지는 다르다고 한다. 약혼 반지는 결혼 전이니만큼 더 비싸고 선물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면,결혼 반지는 앞으로 평생을 책임질 운명의 상대,배우자와의 결속력을 의미한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든 떨어져 있어도 반지를 보며 배우자의 온기를 느낀다고 한다. 한국에는 결혼 반지보다는 약혼 반지의 인식이 좀 더 분포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선물과 누가누가 더 큰 다이아몬드인지만을 본다. 나는 결혼 반지 같은 인생을 살고 싶었다.


계단을 오르는 일이란 참 힘이 부친다. 3층까지 올라가기 위해 매일같이 오르는 학교 중앙 계단은 참으로 지겹다. 1학년으로 돌아가 1층에서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물론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다. 2학년이 처음 되고 처음으로 2층 계단을 올랐던 개학 당일날에는 황홀함이 나를 지배했다. 꿈에만 그리던 내 미래의 모습이 현재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생활이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되자 개학 당일의 황홀함은 지겨움으로 대체 된 지 오래였다. 마치 꿈에만 그리던 마죽을 먹고 난 뒤에는 이전의 황홀함은 존재할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2층,3층에 오르기 위해 계단을 오르다보면 결국 지치는 건 나다.


‘음악은 저에게 직업이 아니라 제 삶의 이유에요. 두려워요. 만약 오늘 죽는다면 무의미한 인생일까봐.’ 조 가드너의 말이다. 그의 떨리는 목소리는 가드너의 심정을 대변하기는 충분 했다. 많은 사람들은 꿈을 달성 하기 위한 삶을 사는 게 고귀하고 숭고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돈을 잘 벌기 위해서,명예를 얻기 위해서,유명세나 신념을 위해서 달려가는 경주마 같은 인생은 한번 멈추면 무의미한 인생으로 치부된다.


천개의 파랑 속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연재는 종종 레일을 벗어나 달렸던 열한 살을 떠올리며,그 때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만큼 멀리 뛰었어야 했다고 생각 했다. 경마장이 아니라 아예 이 한번도 끝까지 말이다. 한번 기회를 놓치니 두번째는 영 쉽지 않았다. 레일을 이탈 했다는 낙인이 찍힌 탓인지 그 후로는 연재에게 달릴 기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연재는 경마장에서 승마 하며 때로는 낙마 했고 때로는 지겨운 경마장을 벗어나,자신의 인생을 말과 함께 도주 했지만 남는 건 도피자에 대한 핍박뿐이었다. 연재의 마음을 헤아려줄 사람은 온데 간데 없었고 그저 경주마로서의 인생이 끝나버린 것이었다. 분명 말을 타고 있는 건 연재였지만 어째 그들에게는 말이 말을 타고 있는 것과 같이 보였을 것만 같다.


이런 두려움 때문이라도 사람들은 정석대로의 삶에 연연한다.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로 약혼 하지 않고,꿈을 이루지 못한다면,삶에 저항하며 투쟁 한다면 불이익이 오고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건 자신일 거고 그게 두려워 정석대로 산다. 이런 말이 있다. 가장 겁쟁이는 모범생. 맞는 말인 거 같다. 나도 모범생 축에 끼고 이런 내가 초라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꿈에 그리던 좋아하는 여자애와 함께 말을 하고,원하던 대로 입상을 하고 시험점수는 비록 바닥을 쳤지만 자괴감이 들었을 뿐 전체 A에는 겨우겨우 턱걸이로 성공 했다. 나는 한심하고 인간을 실격한 요조처럼 살았지만 나름대로의 내 인생은 남이 보기엔 아직 썡썡한 선두권 경주마였다. 그러나 나는 확실히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 내 심지에는 스파크가 튀고 있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다.


삶을 이끌어나가는 건 꿈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꿈은 허무함을 증폭 시키는 장치에 불과하다. ‘내일 밤,다시 와서 또 하는 거지. 왜 그러지 선생? 평생 오늘만을 기다렸는데 상상하던 기분과 좀 달라서요.’ 조 가드너가 그토록 원했던 일생일대의 기회이자 최고의 독주를 이뤄냈지만 남는 건 성취감보다는 허무함이 더 컸다. 꿈은 마약과도 같다. 잠깐은 기분이 좋아지고 흡입하기 전까지 기대감에 부풀지만 해봤자 크게 기분은 좋아지지 않고 날이 갈수록 마약을 하는 만큼 행복해지지도 않지만 이미 중독 되어서 헤어나올 수조차 없는 그런 마약. 꿈은 허상이고 불확실하면 우리가 바라는 대로만 보는 가장 긍정적인 면의 삶의 단편에 불과하다. 멋진 약혼도,음악가의 꿈도 마찬가지다.


인간 실격에서 요조는 만화가로서의 꿈을 이루긴 한다. 다만 단지 그뿐이다. 요조가 진정으로 원했던 게 무엇이였는지도 모른 채로 번듯한 삶을 영위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 타인을 연기하고 거짓을 말한다. 그런 요조는 결국 현실을 도피하는 거에 도가 텄다.


꿈을 지향하는 건 떄로는 기대감에 부푼 삶의 원동력으로의 연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행복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건 평범한 일상이 아닐까. 개학까지 2주가 남았었던 지난주에 일주일동안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지하철을 타고서 1호선 오산역에서 출발해 늘 할 일 때문에 내리던 서정리역에서 내리지 않고 더 멀리 갔다. 가봤자 평택역이였지만 평택역에 내려서 다음 전철을 기다린 후 평택역에서 서정리역으로 가 집에 도착 했다. 평소보다 1시간이 더 걸리는 장정이였지만 나는 이게 나름의 안도감과 행복감이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단 사실을 꺠달았다. 꿈은 인생의 모험이라지만 꿈은 모험이 아니다. 탐험이다. 탐험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떠난다. 보물이라던가,무덤이라던가 말이다. 그러니 매순간 목적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건 오로지 보물을 찾기 위한 행동이다 라고 말이다. 탐험이 지속되면 적응이 된다. 그러면 보물을 위한 특별한 탐험기는 곧 따분한 일기가 되어버린다. 반면 내가 지난주에 겪었던 건 확실한 모험이다. 모험은 결코 매순간 목적을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느긋하게 거닐다보면 결국 하나하나가 가치 있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말이다. 떄로는 샛길로도 다녀보고 으슥한 골목길도 다녀본다. 그러다보면 스파크는 튀기게 되어있다. 불꽃은 어떠한 꿈과 목적에도 휘말리지 않은 순수한 불꽃의 결정체다. 특별한 삶은 모험에서 시작되는 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배부른 소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