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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ith Jul 29. 2024

새로운 도전의 시작,
후쿠오카의 시간을 담다.

한없이 반짝일 그들의 삶을 한 장으로, 그리고 나도 그 속에 들어가 보다

가면 갈수록 여행주기가 짧아지는 느낌이다. 

 누군가는 이걸 일상의 도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선 '나'를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때로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길을 터준다. 그것이 '계획이 틀어져도 유하게 넘어가는 법'이라든가 '시간부족 타령으로 말뿐이었던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어주기'라든가 말이다. 이런 매력이 매번 감사하게 일어나니 여행을 안 가고는 못 배기지.


 그래서 이번 여행은 좀 더 색다르게, 우연의 배움에 기대지 않고 내가 직접 도전해 보는 걸 하기로 했다.

바로 카메라를 사서 나에게 소중했던 시간들을 더 예쁘게 간직해 보는 것.



 인생 첫 나의 카메라를 장만하고, 이 소중한 장비로 찍을 첫 행선지를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단 내 여행지 선택의 스타트는 언제나 그랬듯 땡기는 음식으로 국가를 정했다. 일본 달걀말이가 너무 먹고 싶어 일본으로 정했는데, 문제는 일본 어디로 가느냐는 것이었다. 됴쿄, 오사카, 홋카이도, 오키나와, 등등 수많은 곳이 머리에서 진동을 쳤는데, 이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 준 건 웃프게도 예산의 벽이었다. 두 달 뒤 미국으로 파견연구를 가야 했던 지라 많은 돈을 쓸 수는 없어서 결국 비행기표가 가장 저렴한 후쿠오카를 가기로 결정했다.


 예산문제로 정해진 여행지지만, 사실 오히려 더 좋았다. 나는 일본 특유의 풍경느낌을 좋아했기에,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아는 상태라면 사진을 더 잘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가본 후쿠오카를 혼자서 다시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비행기표를 사고 숙소를 예약할 때까지만 해도 나의 여행계획 세우기 루틴이 정상작동을 했었는데, 인생 처음으로 그 이후의 세세한(5분 간격의 모든 경로) 계획은 하지도 못한 채 여행 전날이 되었다. 미국 준비가 생각보다 정신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대략적인 후보 장소들만 저장하고 출발했다. 평소 같았으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심지어 여행 내내 돌발상황이 여러 번 있었음에도 원래 같은 극심한 예민반응 없이 감사히 모든 순간을 즐겼다.

정말 불안함 하나도 없이 오히려 사진 찍느라 정신없고 행복했던, 여행의 시작.

 매번 자신을 계획에 가두고 모든 상황을 예측하여 대비하고자 했던 나 자신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여유 있게 흐르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나는 그들처럼 되려고 습관처럼 되뇌는 말이 있었다.

"그럴 수 있지, 그럴 수도 있어."

 때로는 정말 받아들여서, 어떤 날에는 해탈해서, 이 말을 할 때마다 느꼈던 감정은 다 달랐지만, 목적은 같았다. 마치 주문을 거는 것처럼. 이 말을 계속하면 언젠가 내가 동경하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이번에는 이 말도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그게 됐다. 어쩌면 이번뿐일 수도 있겠지만, 인생 첫 자연스러운 여유가 나는 너무나도 기뻤고 신기했다.



 후쿠오카에서 처음으로 순간을 담은 곳은 빛의 신사라고 불리는 미야지다케 신사였다. 사실 1년 중 정해진 시기에 와야 일몰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아쉽게도 타이밍이 맞지 않아 이곳의 '빛의 절정'을 보진 못했다. 그럼에도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모든 계단을 올라 도착하자마자 깨닫게 되었다. 신사부터 바다 끝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도로에, 이름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빛과 그 빛이 닿는 모든 것들이 예뻤다.

낮부터 태양이 지기까지, 그 모든 시간대에 다양한 매력이 있었던 미야지다케 신사.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친구, 연인, 가족, 때로는 홀로. 그냥 여행을 다녔다면 그 풍경만을 봤겠지만, 카메라로 세상을 보니 앵글에 담기는 모든 것이 스토리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들을, 그들의 반짝이는 삶의 순간을 담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사람들의 그 모습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각자 저마다 다양한 빛을 내고 있음을.

사진을 찍고 난 후, 내가 느낀 그들의 예쁜 모습을 그들도 알았으면, 더 높은 바람은 이 사진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추억이 되었음 해서 용기 내어 다가가 말을 걸고 사진을 드렸다.

그 모든 사람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빛났던 순간을 담아서 행복했다.

 처음은 어려웠지만 나중엔 익숙해졌고, 점점 이 모든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 실력이야 당연히 배운 것이 전혀 없었기에 사진작가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내 사진들을 받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너무 좋았다.


 이후에도 열정적인 사진 담기는 계속되었다. 우연히 들어간 술집, 아침 일찍 분주한 일상, 공원에서의 쉼, 소원을 비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열정. 모든 것들이, 모든 순간들이 아름답고 빛났다.



 최근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사람은 정말 자신이 아는 것밖에 보지 못한다고. 그리고 요즘 이 생각을 직접 느끼고 있다. 속도를 탑승자가 조절하는 모든 이동수단이 무서워, 튼튼한 두 다리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지난 생각이, 자전거를 배우자마자 길거리를 쌩쌩 달리는 자전거에 신기하고 부럽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카메라가 없을 때에는 못 느꼈던 빛의 소중함을, 지금은 그 빛의 컨디션에 따라 수많은 작품이 나옴을 안다.


 어쩌면 도전이라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경계를 정말 끝으로 알고는, 그 밖의 세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주저함이지 않을까. 정말 노력해서 도전했음에도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면 그건 어쩌면 실상은 경계선에 머물며 그 밖을 봤다고, 하지만 다를 건 없었다고 착각하는 게 아닐까.


 '도전'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기에, 무엇이든 도전을 했다는 것은 그 결과가 실패이든 성공이든 상관없이 시야의 확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확장이 없었다면 그건 '도전'을 했다는 착각, 또는 그것이 새로운 것이 아닌, 나의 무기로 해결할 수 있는 응용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경험이더라도 요즘은 좀 더 직접적으로 와닿고 그에 대한 생각도 입체적으로 하게 된다. 아무래도 어렸을 땐, 주변의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나'라는 개체를 알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더더욱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를 찾아가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시작한 것이 사진이었다. 주변을 바라보는 게 좋아서, 그리고 그 생각이 실물로 담아보자에 다 달았을 때 과감하게 도전했다.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대성공. 사실 한두 번 찍다가 그만두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었는데 지금까지도 행복하게 즐기고 있다.


나에게 세상의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알게 해 준 이번의 도전, 정말이지 세상 행복한 취미를 얻어 기쁘다.


사진: 후쿠오카 시내 및 근교, 일본.

*사진을 통한, 순간을 담은 기록: INSTAGRAM @judi_pic

https://www.instagram.com/p/C6jMB0MPq2w/?igsh=dXdqYzU2cTNtbT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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