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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Jan 10. 2024

15. 대안학교에 다니면 감수해야 하는 것들

대안학교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안학교에 대한 글을 쓴 지 어언 9개월이 되어 갑니다.  2023년에 대안학교 고등과정에 진학했던 딸 은별이는 겨울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왔습니다. 잠시 쉼을 누리며 행복한 방학 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안학교 이야기를 글로 남기다 보니, 독자님들에게 너무 좋은 면만, 너무 대안학교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진 않았는지 잠깐의 반성도 해 봅니다. 이번 글은 대안학교에 대한 나쁜 점이라기 보단, 대안학교에 다니면 감수해야 할 점들에 대해 써 보려고 합니다.


1. 수업료

대부분의 공립학교는 수업료가 없거나 있어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안학교는 수업료가 있습니다. 생각 보다 비쌀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비인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육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안학교가 비인가를 고집하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커리큘럼의 자율화를 위한 것이 큽니다. 종교적인 신념이나 신앙교육을 위해서도, 자유로운 체험이나 수업개설을 위해서도 커리큘럼을 자유롭게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많은 대안학교가 시골이나 산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육청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기숙사 학교를 운영하고, 여러 가지 체험 활동을 진행하고, 선생님들의 급여도 부모님들이 내는 수업료에서 지급이 됩니다. 당연히 일반 공립학교에 비해 수업료가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이 최저 시급 이하로 자신의 급여를 동결하면서 까지 저렴한 수업료를 받고 있는 학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선생님들이 교육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구조가 될 것입니다. 보통의 대안학교는 일반 공립학교보다는 수업료와 기숙사비가 들어간다는 것을 미리 숙지해야 합니다.

수업료와 기숙사비용은 학교마다 다 다릅니다. 시설이나 학교 위치에 따라 정말 비싼 곳도 있고, 최소한의 운영을 위한 비용만 받는 곳도 있습니다.

각 가정의 경제 상황과 추구하는 이상에 맞는 학교를 미리 알아보시고 고민하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검정고시

대안학교는 비인가, 미인가 학교가 많다 보니 초졸, 중졸, 고졸 학력을 인정받을 검정고시를 봐야 합니다.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검정고시 시험을 같이 보러 가는 건 아니고, 각자 주말이나 방학등을 이용해 공부하며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시험은 1년에 두 번 있는데, 이 시기 (4월과 8월)에 맞춰 검정고시 시험을 보고 학력 인정을 받습니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주로 고1이나 2학년 때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고3 때는 수능 준비에만 전념해서 수능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학교에서는 안 봐도 되는 시험(검정고시)을 한번 더 봐야 하므로 귀찮거나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또 가고자 하는 대학이나 학과가 검정고시 전형으로 갈 수 있는 곳인지를 미리 알아 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동안 공부 했던 것을 진학으로 연결시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미리 가고자 하는 학과 홈페이지를 찾아 보거나 입학처에 문의해 보시고, 검정고시 전형으로도 진학이 가능한 지를 타진 해 보아야 합니다.



3. 기숙사 생활

대안학교는 기숙사 생활을 필수로 하는 학교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것을 힘겨워하는 학생들도 있고(주로 어린 학생들) 기숙사와 학교에서 계속 만나야 하는 학생들이  관계의 피로도를 호소하기도 합니다.

 가족 같아서 좋은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격이나 마음이 맞지 않는 학생의 경우에는 최장 24시간 같이 있어야 하는 일이 힘들고 좋은 관계성을 유지하기에 에너지가 많이 든다고 말합니다.


어른인 우리도 직장에서, 사회에서, 마음이 맞지 않는 동료를 하루 8시간 만나야 한다면 그것도 힘들텐데, 아침, 점심, 저녁, 수업시간, 취침시간에도 계속 자신과 맞지 않는 아이들을 대면해야 할 경우, 얼마나 힘들까요.


다행히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여러 상황들을 겪으며, 모난 부분들이 동글동글 해 지기도 한다고 하니, 다행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맘고생을 하며,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써야 하고, 낮아져야 함을 배우는 것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4. 이밖에도 긴 통학시간, 우물 안 개구리, 주말 스마트폰 몰빵 사태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학교는 전국 권역별 스쿨버스를 운영합니다. 우리 지역에서 학교까지는 보통 통학버스로 약 1시간 30분 이면 가는데요. 서울이나 경기지역은 4~5시간 걸린다고 하니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가는 시간도 참 힘들 겠다 싶습니다.


또 학교가 아무리 재미있고 신나는 프로그램을 많이 한다 하지만,  학교가 산골에 있고, 다른 학교와 교류가 별로 없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타 대안학교와 교류 프로그램을 많이 가지려고 하는 학교의 노력을 봅니다.


일주일 동안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됩니다. 이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하는 수업과 활동에 집중해서 참여하기를 바라는 학부모님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학생 자치 회의 때 학생들이 스스로 정한 규율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의 수업과 활동들은 학생들의 집중도도, 참여도도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가는 금요일 오후에 스마트폰을 다시 나눠 줄 때 시작 됩니다. 학생들이 집에 오면, 타 학교 학생들처럼 다시 스마트폰 좀비가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과제도, 해야 할 일들도 있지만 스마트폰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모님들 대부분은 나머지 5일 동안 스마트폰을 잘 참아준 학생들을 안쓰럽게 여겨 스마트폰 하는 시간들을 넉넉히 준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대안학교에 다니면 감수해야 할 여러가지 어려운 점들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만 적어 보았는데,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려고 마음먹으신 부모님들께는 조금 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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