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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Mar 12. 2024

16. 일 년에 두 번 월드컵이 열린다

"엄마, 저 축구화 좀 사주세요. 축구를 제대로 해 보고 싶어요"


아들이 아니라, 고등학생 딸아이의 말이다.

대안학교인 별무리 학교는 일 년에 두 번, 월드컵이 열린다.

상을 크게 주는 것도, 상금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닌데, 모두들 죽기 살기로 경기에 임한다.


별무리 월드컵은 선생님들도, 여학생들도 모두 참여한다. 각각의 팀으로 말이다.


5월엔 <별무리월드컵>, 11월엔 <세미월드컵>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데, 5월의 별무리월드컵엔 중학생, 고등학생, 여학생들, 교사들도 리그전으로 함께 참여한다.

우승한 팀에겐 축구공에 우승팀의 이름을 싸인으로 넣은 공을 학교의 전시공간에 전시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데, 별무리인들은 이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여긴다.


11월에 열리는 세미 월드컵은 고등학생 남학생팀, 교사팀, 고등학생 여학생팀 들이 참여 한다.

일 년에 두 번 열리는 이 월드컵을 위해 학생들은 많은 연습을 하는데,

이를 위해 여학생들도 축구화를 사고, 일과 후에 맹연습을 한다.


평생 어떤 경기를 위해 죽기 살기로 뛰어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이들의 도전과 노력이 참 신선하고 좋아 보였다.


 한때는 여자이지만, 나도 축구를 좋아해서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조기축구회 아저씨들과 축구를 해보기도 했고, 대학 축제 때 축구 같은 경기가 있으면 참여해서 골을 넣기도 했다.


공 하나를 놓고,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힘들게 뛰어다니는 축구가 뭐가 재미있냐던 친구의 말에,  나는 공 하나만 있어도 친구 여러 명이 질리지 않게 놀 수 있을 만큼 축구는 쉽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하였던 게 떠오른다.


특히나 산골 별무리 마을에는 컴퓨터 게임도, PC방도, 노래방 같은 오락시설도 없으니 축구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운동 이자 오락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학생들은 자진해서 운동장에 남아 축구 연습을 한다. 행여 자신의 팀의 경기력이 노출될까 싶어 몰래몰래 연습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별무리 월드컵의 경기시간은 체력을 고려해 여학생들은 전후반 각 18분씩, 남학생들과 교사들은 전후반 25분씩 진행된다. 제비를 뽑아 토너먼트 식으로 한다.


두 번의 월드컵을 통해 아이들은 멤버십을 배운다.

홀로 출중한 팀 내 에이스보다, 팀원 모두가 협력하고 자기 자신의 자리에서 맡겨진 포지션에 충실할 때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월드컵 한 달 전부터 맹연습을 통해 학생들의 전체적인 체력이 향상된다.

딸 아이라 할지라도 주말에 볼 때마다 다리가 튼튼해지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심판의 판정에 승복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배운다. 아무리 아까운 시합이었어도, 일단 시합이 끝나면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승리한 팀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축구를 자주 접하면서 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별무리 월드컵을 통해 자신감이 길러진 딸 은별이는 가끔 교회에서 축구 친선경기를 할 때마다 자신도 뛰겠다고 한다. 그만큼 축구에 대해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별무리 월드컵을 통해 학생들은 하나가 됨을 경험한다.

경기를 뛰면서, 응원을 하며 서로가 하나 됨을 느끼는 것처럼 중요한 수업도 없다고 생각한다.


세미 월드컵이 끝나고, 우승한 팀에게 달려가 축하를 전하는 모습
겨울방학 학년여행에서 밤에  모여 아시안컵 한국 VS 사우디아라비아전을 관람하며 응원하는 모습





* 동영상을 꼭 보시길 바란다.

월드컵의 열기를, 축구에 대한 열정을 느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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