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레이스

3월의 둘째주 일요일

by 제이유

서른 하고도 아홉. 30대의 끝자락, 마흔이 물리적으로 더 가까운 나이지만 어떻게든 30대 후반이라고 스스로를 규정짓고자 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젊음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본성 인가 하는 MBTI 'N적 사고'로 확장한다.


빠른 년생, 지금에야 1살 많은 동창들과 애써 거리를 두며 나이를 한 살이라도 깎으려고 노력하지만 예전엔 몇 살이라도 더 들어 보이려고 애썼다. 머릿속에 스치는 몇몇 장면이 있다.

특히나 중고등학생 시절, 유난히 귀엽다(?)는 평이 많았던 그 시기에는 '어려 보임=남자답지 못하고 이성적인 매력이 떨어짐'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시절의 싱그러움을 온전히 즐겼어야 했는데..라는 망상의 늪으로 침잠하며 일요일 아침이 시작됐다.


최근 전 직장 동료 S에게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10년 하고도 1년 전인 2015년 신입사원 연수에서 만났던 동갑내기. 잘생긴 얼굴에 위트도 있어 제법 동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끈끈하게 유지될 것 같던 S와의 관계는 점차 소원해졌다. 이따금씩 그와 연락하는 지인들을 통해 대소사만 업데이트되는 정도.

S는 여자 동기 중에서도 비주얼로 유명했던 J와 꽤 오랜 기간을 만났다.

한 7년 전쯤일까. 결혼을 앞두고 집도 계약했던 상환에서 파혼을 겪었다. 다행히 그 후 새로운 인연을 만나 결혼도하고 딸아이도 얻었다.


그렇게 S의 존재를 잊어갈 때쯤, 3년 전 S가 사무실에서 갑자기 쓰러 진 후 휴직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걱정되고 놀라는 맘이 들기도 했지만, 10년간 연락 없이 지내다가 안부를 묻기도 어색해 마음을 조용히 접어두었다.


그러던 S가 1주 전 연락을 했다. 이직 후 온갖 잡무에 지쳐 있을 때 카톡메시지에 뜬 S의 연락. 문득 메시지가 설레기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다행히 걱정했던 일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S는 회사를 그만두고 뷰티플랫폼을 만들어 사업을 하게 되었는데, 컨퍼런스를 하게 되어 초대장을 보낸 거였다.

사업체는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홍보기사도 꽤 많이 배포하고 중국 해외 원정의료 수요에 힘입어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어 보였다. 배우 이준호를 모델로 세워 나름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 중이었다.

S는 회사에서 쓰러진 2년 전 휴직을 하며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고 한다. 만약, 그때 건강도 괜찮고 회사일도 무리가 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열심히 일 했으리라고..


시트리니 보고서가 월가를 덮치고 AI의 일상화로 인해 노동의 가치 하락, 생존 위협이 코앞에 다가왔다.

동료들과 점심, 저녁을 먹으면 'AI' 주제는 단골 소재가 된 지도 오래.

26년 신사업으로 매출 달성해서 '초격차'를 만들어 보자는 말보다는, 이란전쟁으로 코스피 폭락했는데 물타기 했냐는 얘기가 더 진정성 있는 관계를 시기.

누군가는 사업으로, 누군가는 이직으로, 누군가는 또 그 자리에 남아 각자의 레이스를 지속한다.

이젠 어렴풋이 느낀다.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지금과는 내 생각도 내 환경도 지금과 같지 않으리라는 걸.. 그래도 몸속 어딘가에 있는 적응의 DNA를 믿어보기로 한다.


큰일 났다. 와이프와 애들이 일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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