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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타 Jun 15. 2022

[Reading]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매트 헤이그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얼마 전 '닥터 스트레인지 : 멀티버스 편'을 보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영화에 나온 것처럼 우리가 꾸는 꿈은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어떻게 저런 생각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 감탄하면서 저게 사실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생각이 잊혀지기 전에 이 책을 읽게 된 게 운명같이 느껴졌다.

일요일에 책을 들고나가 절반 정도밖에 보지 못해 내내 마음에 걸렸다. 뒷얘기가 궁금했다.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다른 일상적인 일들을 끝내고 9시에 책을 펼쳤다. 그리고 11시 30분,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이 책이 주는 여운에 바로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감정이 너무 소중해서 있는 그대로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혹여나 리뷰를 읽고 책을 읽게 될 누군가를 위해서 리뷰에 책 내용을 직설적으로 쓰는 걸 싫어하지만 이번 글은 아마 스토리가 담길 것 같아 (스토리를 말하지 않고는 느낀 감정과 생각을 풀어내기 힘들 것 같아서) '스포 주의'를 남기고 글을 시작한다.  


​​

절망의 끝에 서있는 자들에게 열리는 자정의 문.  

 슬픔이 있기 때문에 기쁨이 빛나는 법이라고 하지만 막상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만나게 되면 이런 뻔-한 정답 같은 이야기들은 별로 힘이 되지 않는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정답을 몰라서 힘든 게 아니라, 알아도 힘든 게 대부분이다. 책 속의 주인공 '노라'도 그랬을 것이다.

특출 나게 잘하던 수영은 주변의 기대와 비교 평가로 부담감에 점점 못하게 되고. 다른 일들을 해보고 싶지만 부모님은 반대하고, 그 와중에 다 잘하는 오빠와 또 비교당하게 되니 어린 노라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웠을 텐데.


몸이 아픈 엄마.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아빠의 죽음. 술에 의존하다 결국 사이가 틀어져 연락이 끊긴 오빠까지. 외톨이가 되어버린 상황에도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 치던 노라였지만 일하던 가게에서 해고를 당하고, 유일하게 의지하던 고양이까지 교통사고로 죽게 된 그날. 노라는 '불행'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그때, 열린 자정의 도서관에는 어릴 적 유일하게 노라에게 위로가 되었던 도서관 사서 '엘름 부인'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선택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볼 무한한 기회

 이 자정의 도서관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들이 있었고, 이는 노라가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수많은 선택으로 달라질 각각의 인생에 대한 책들이었다. 노라는 원하는 인생을 골라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만났을 때 그 삶을 이어 살 수 있게 되었다. 해피엔딩이 보장된 모험이었다. ​


실제로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걱정 인형에 돌다리도 오만 번씩 두들겨보고 건너는 초초 안정형 인간인 나는 매번 내가 내린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확신이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가능성을 겪어보고 결정할 수 있다면, 그래서 내가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번 내가 상상하던 일이 책 속에서 가능해진 것이다. (이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더 뼈 맞은 것처럼 아프고, 슬펐던 걸지도 모르겠다)  

스쳐 지나갔던 인연을 그저 스쳐 지나가게 두지 않았더라면, 다른 진로를 선택했더라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았더라면, 참고 외면하기보다 소리치고 싸웠더라면, 좀 더 사랑을 표현했더라면. 지금이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비단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


이처럼 노라도 처음엔 본인에게 주어진 해피엔딩이 보장된 모험을 조심스럽고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의 인생들을 살아보면서 '진짜 행복한 삶이란 뭘까?' 하는 의문만 키우게 된다. 그래서 노라는 엘름 부인에게 정답 같은 인생을 알려 달라고 하지만 엘름 부인은 이렇게 말한다. ​


"넌 네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해. 검색창에 뭐라고 쳐야 할지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몇 가지 시도를 해봐야 해.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어."


​​​


노라와 같은 길에 놓인 사람, 위고  

 노라는 어릴 적 엘름 부인이 얘기했던 '빙하학자'로 살아보기로 한다. 그렇게 그 삶에 들어가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 이름은 '위고'. 신기하게도 위고는 노라가 본인처럼 인생여행 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야기를 건넨다.

"안 해본 일이 없고, 지구 상의 모든 대륙에서도 살아봤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내가 원하는 삶은 찾지 못했어요. 영원히 이 상태로 사는 걸 받아들였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영원히 살고 싶은 삶은 결코 없을 겁니다. 난 호기심이 너무 많고,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갈망이 너무 크니까요. (중략) 난 이 불확실한 상태가 행복해요"


먼저 이 여행을 수없이 겪은 선배 위고의 말은 아마 노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호기심이 많고 모험을 즐기는 위고에게는 무한한 새로운 인생이 정말 좋았을 수 있지만, 노라는 진심으로 영원히 살고 싶은 삶을 찾아 안정적인 삶, 곧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했다.


​​

 노라는 그 인생을 찾았을까? 그건 어떤 인생이었을까.

 또 다른 삶을 사는 우리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살지 못한 삶들이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삶도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책 본문 내용 중,

노라가 그토록 원하던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정답을 찾았을까? 결말은 책을 통해서 확인하길 바란다. 나는 진심으로 이 책이 주는 여운을 많은 이들이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고, 같이 얘기해보고 싶다.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삶과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무한한 가능성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그 모든 가능성에 한 가지는 꼭 포함시키기로 다짐했다. 절대 살아가는 어떤 순간에도 '사랑의 부재'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철저하게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혹은 철저하게 혼자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추락하지 않게 받쳐주는 사랑의 그물망을 찾고, 나눌 것이다.


​​​​

이 외에 이 책이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아래 문장일 것이다. (책에서도 3번이나 반복해 등장한다)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불확실성이 있는 곳에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불확실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불확실성이 수반하는 불안을 감내할 단단한 마음을 쌓아야 하니까.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한 걸음 단단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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