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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hn Yoon Sep 27. 2018

데스밸리 자브리스키 포인트

미국 본토에서

가장 넓은 국립공원인 데쓰 밸리는

그 다양한 모습이 마치 천의 얼굴을 지닌듯 합니다.


다양한 면을 지닌 것으로 말한다면

데쓰 밸리는 옐로스톤에 필적할만합니다.


옐로스톤에는

산, 계곡, 협곡, 캐년, 호수, 평원, 설원 등

바다를 제외하고는 자연의 거의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 있죠.


아니 사실,

북미에서 가장 큰 

칼데라호인 옐로스톤 호수는 

호수가 바다처럼 너무나 넓어 보이기에 


옐로스톤에는 바다를 포함한 

모든 것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데 데쓰 밸리에는

바다도 없고 강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변변한 호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데쓰 밸리는 

이러한 것이 하나도 없어도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합니다.


그 이유는

데쓰 밸리가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많은 특징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Zabriskie Point 는

바로 이런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특징을 지닌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브리스키 포인트는

일출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일출이라고 해서

솟아오르는 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동쪽에서 떠오른 해가 

저브리스키 주변을 비출 때

시시각각, 혹은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저브리스키 포인트 주변을 구경하는 것입니다.   


한 낮이나 오후에 

저브리스키 포인트를 방문한다면


이곳은 그저 허연, 혹은 beige 색의 

밋밋한 민둥산에 불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므로 멀건 대낮에

저브리스키 포인트를 방문한다면

저브리스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되겠죠.


언젠가 TV에 보니

예능팀이 이곳에 와서 촬영을 했는데

데쓰 밸리가 볼 것이 없고 고생스러운 곳이라며

몇 시간 만에 그냥 훌쩍 떠나버리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대낮에 이곳을 방문해 놓고

데쓰 밸리나 저브리스키 포인트가

별로 볼 것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분명 데쓰 밸리의 진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일테죠.


데쓰 밸리는

그 이름이 주는 어감 때문에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골드 러시 이후에

금광을 비롯한 광물을 캐는 자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이곳을 찾아오긴 했지만


일반 관광객들이

데쓰 밸리를 방문하기에는 

접근이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설 또한 변변치 않아서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죠.


1920년 대부터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오기 시작했지만

돈 많은 부유층이 아니라면 방문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관광을 꿈꾸기 힘든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이 대다수였죠.


그러다가 1970년,

갑자기 데쓰 밸리가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일이 생깁니다.


1970년에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에 의해

이곳 저브리스키 포인트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Zabriskie Point 라는 영화가 개봉되었기 때문이죠.


마치 1994년에 개봉된

탐 행스 주연의 포레스크 검프에 의해 

한국 사람들에게 모뉴먼트 밸리가 주목받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Zabriskie Point는

당시에 유명세를 떨치던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soundtrack 작업에 참여해 더욱 유명해졌죠. 


하지만 

저브리스키 포인트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곧 잊혀지고 맙니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데다가

영화에서 묘사되는 Zabriskie Point가

주인공들의 성적 유희의 장소로 이용되었을 뿐

그리 매력적인 곳으로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해리슨 포드도 이 영화에 출연하지만

당시만 해도 무명이라 이름없는 단역에 머물렀죠.


1933년, 데쓰 밸리는

내셔널 모뉴먼트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한적한 곳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는 길이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데쓰 밸리 외에도

사람들은 다른 갈 곳이 많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데쓰 밸리는 일부 마니아만 찾는 장소로 전락했습니다.


데쓰 밸리의 가치를

먼저 알아 본 기관은 유네스코였습니다.


1984년,

UNESCO는 데쓰 밸리를 비롯한 이 일대를

생물권 보존(Biosphere Reserve)지역으로 지정했죠.


그 이전까지 사람들은

데쓰 밸리를 북미에서 가장 낮은 곳이며

또 세상에서 가장 더운 지역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1994년,

데쓰 밸리는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1994년 10월에 

연방정부에 의해 데쓰 밸리가

미국의 5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죠.


저브리스키 포인트 주변의 지형은

배드랜즈(badlands)의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배드랜즈란

퇴적암과 진흙, 혹은

실트(silt, 침니)등이 뒤섞인 지층이

침식과 퇴적에 의해 생성된 지형을 뜻하는 말입니다.


아주 오래전 

이곳은 바닷물에 잠겨 있다가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서 호수가 되었죠.

그 호수의 이름은 퍼니스 레익(Furnace Lake)이었습니다.


바다가 나중에

호수로 바뀌는 과정에서 

퇴적과 침식이 거듭되었고,


기후의 변화로 물이 마르면서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풍화작용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배드랜즈 지형을 이루게 되었죠.


저브리스키 포인트에는

진흙이나 실트뿐 만이 아니라

석회가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비가 온 후에

저브리스키 포인트에 와서

아래쪽으로 내려가거나 하이킹을 할 경우


신발에 엄청난 양의 진흙과 

석회가 들러붙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가운데의 높은 봉우리가

맨리 비컨(Manly Beacon)입니다.


맨리 비컨은

저브리스키 포인트에서 보이는

가장 인상적인 봉우리이기도 합니다.


이 이름(Manly Beacon)은

1849년 골드 러시 때 지름길로 가기 위해

데쓰 밸리를 지났던 불운한 사람들을 가이드하여

그들을 죽음에서 구해낸 윌리엄 맨리(William Manly)에서 유래했습니다. 


그가 1894년에 출판한

 Death Valley in 49 이라는 책에서 

그가 어떻게 일행들을 구출해냈는지 자세하게 썼는데    


이들 일행이 떠나면서

Goodbye Death Valley라고 말한데서

오늘날 데쓰 밸리라는 이름이 유래되기도 했죠. 


데쓰 밸리에서 

고대의 큰 호수였던 Lake Manly와

Manly Peak도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저브리스키 포인트라는 이름은

1920년대 당시 Pacific Coast Borax Company의

부사장이자 매니저였던 Christian Zabriskie에서 유래했죠. 


폴란드 이민자의 후손인 저브리스키는

1864년, 와이오밍주의 Fort Bridger에서 태어났는데 

그가 은퇴하던 1933년까지 약 36년 동안 이 회사에 몸담았고


그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맨리 비컨(Manly Beacon)을 잘 볼 수 있도록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했습니다.


지금은 자동차를

아래쪽에 주차하고 걸어가야 하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직접 차를 몰고 올라갈 수 있었죠. 



저브리스키 포인트에서는

아래쪽으로 난 길을 통하여

가워 걸치(Gower Gulch)쪽이나

골든 캐년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골든 캐년에서도

저브리스키 포인트로 걸어 올라올 수 있죠.


여름철에 

이 길을 걷거나 하이킹할 때는

1갤런(3.76리터)의 물을 지니라고

국립공원 레인저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2014년 7월 11일,

미국의 LA 타임즈와 

영국의 데일리메일 신문 인터넷판에

데이브 르게노(Dave Legeno)에 대한 사망소식이 실렸습니다.


영국의 배우이자

격투기 선수였던 데이브 르게노는

해리포터 시리즈와 배트맨 비긴즈에도 출연했던 배우였죠.


2014년 7월 6일,

그는 저브리스키 포인트에서 골든 캐년, 

혹은 가워 걸치 방향으로 하이킹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주변의 경치에 이끌려

점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다가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려고 보니 아뿔사!

물병엔 물이 떨어진지 이미 오래였습니다.


격투기 선수답게

강철 체력을 가졌던 그는

그곳을 빠져 나오려고 필사적으로 걸었죠.


그러나 

데쓰 밸리는 이름 그대로

강철 체력도 무용지물일 정도로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었습니다.


그는 마침내 

의식을 잃은 후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며칠 뒤, 

데이브 르게노는 

마침 그곳을 지나던 

두 명의 하이커에 의해 발견되었죠.

하지만 그가 사망한 지 한참 후의 일이었습니다.


부검 결과

그의 공식 사망 원인은

열사병(heat stroke)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시간여유가 있어서 

이 길을 걸어볼 수 있다면 

그 환상적이고도 기묘한 풍경으로 인해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얻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뜨거운 여름철에

이 길을 걸으려 한다면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당신도 르게노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릅니다.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삭막한 황무지와 같은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사진과 글: 주안

미국 서부 출사 문의: power1258@gmail.com

더 많은 사진을 보시려면 ⇒ https://blog.naver.com/west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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