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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hn Yoon Oct 01. 2018

옐로스톤의 노리스 가이저

옐로스톤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종합과자 선물 세트란 것이 있었습니다.

커다란 네모박스에 온갖 과자가 들어있던 그 과자선물 세트...


생일이나 무슨 특별한 날에

이 과자선물 세트를 받는 날이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었죠.


그 속엔 캔디, 쿠기, 비스켓, 스넥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과자가 들어 있었습니다. 

며칠을 두고 과자를 먹는 동안 행복을 느낀곤 했죠.   


아주 오래 전,

옐로스톤을 처음 방문했을 때

이곳이 과자로 치면 종합선물세트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옐로스톤에는

국립공원에 있어야할

거의 모든 것이 다 있었습니다.


산, 강, 계곡, 협곡, 평원, 폭포

그리고 온갖 종류의 동물 뿐만 아니라

가이저라고 하는 간헐천까지 없는 것이 없었죠.


옐로스톤은 온천과 

퓨머롤과 간헐천이 들끓는 

북미에서 가장 뜨거운 곳입니다.


옐로스톤 가운데서도

가장 뜨거운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Norris Geyser입니다. 


노리스 가이저는

8자처럼 생긴 옐로스톤의

왼쪽 목부분에 해당하는 곳에 있죠.


노리스에서

북쪽으로 곧장 올라가면 

매머드 핫 스프링스 지역이고


동쪽으로 가면

옐로스톤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인

Lower 폭포가 있는 캐년 빌리지 지역으로 가게 됩니다.  


노리스 가이저 지역은

크게 백 베이슨(Back Basin) 지역과

포설린 베이슨(Porcelain Basin) 지역으로 나뉘어집니다.


백 베이슨 지역은

포설린 베이슨의 두 배 이상 넓지만


옐로스톤에서

일정에 쫒기는 사람들은

백 베이슨 지역은 포기한 채 

대부분 포설린에서만 머물다 갑니다.


하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백 베이슨도 둘러보면 좋습니다.


이곳에서는 스팀보트 가이저나 

에머랄드 스프링, 그린 드래곤 스프링처럼

멋있고 특이한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리스 지역이

옐로스톤에서 가장 뜨거운 이유는

이곳에 3개의 단층이 지나기 때문이죠.


단층이 지난다는 말은 

지진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1959년, 노리스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진도 7.4를 기록했죠. 


이처럼 땅밑에서 

지진활동이 활발하다보니

당연히 뜨거운 지역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노리스 지역의

326m 땅 아래 온도는

화씨 459℉(섭씨 237도)이며


이것은 옐로스톤의 

다른 지역보다 더 높은 온도입니다.


이곳은 원래 이름은

Gibbon Geyser Basin 이었습니다.


그런데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두 번째 관리 소장이었던 노리스가 재직한 이후에


이곳 이름은 그의 이름을 따서 

Norris Geyser 지역이라고 불리워져 왔죠.


노리스는 관리소장으로 있으면서

옐로스톤의 길과 트레일을 확장하는데 주력했는데

그의 이런 헌신적인 노력을 후대 사람들이 기억했던 것입니다.


옐로스톤 지역의 가이저들은

대부분 알칼리 성분을 지니고 있는데 반해

노리스 가이저 지역은 강한 산성 성분을 지니고 있습니다.


노리스 가이저의 산성 성분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사건이 하나 있었죠.

바로 2016년 여름에 이곳에서 있었던 사건입니다.


2016년 6월 7일,

포틀랜드에 살고 있던 Colin Scott은

그의 여동생 Sable과 함께 노리스를 방문했죠.


그들은 노리스 지역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다가 

접근 금지 지역인

Hot Pot 이라고 알려진 곳으로 갔죠.


오빠인 콜린 스캇은

그곳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아보기 위해

온도를 재려고 Hot Pot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동생인 세이블은

이 모든 상황을 즐기면서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었죠. 


스캇이 온도를 재려고

Hot Pot 가까이 다가간 순간,

그는 미끄러져서 그만 가이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가이저 주변의 토양은 

펄펄 끓는 물과 뜨거운 열기에 의해

침하되기 쉬운 땅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죠. 


세이블은

오빠가 물에 빠지는

바로 그 순간까지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스캇이 뜨거운 물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것을 보며 경악한 세이블은

그 즉시 전화를 걸어서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잠시 후에

두 명의 레인저가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스캇은 이미 숨을 거두었고

날씨도 좋지 않은데다가 날이 저물어서

레인저들은 다음날 시신을 거두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

레인저들이 장비를 갖추고

시신을 건지려고 사고가 난 지역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레인저들은

콜린 스캇이 사고를 당한 곳에서 

그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강력한 산성에 의해 옷을 비롯한

그의 시신이 모두 녹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노리스 가이저의 산성은

모든 것을 녹일 만큼 강력합니다.


이곳의 가이저나

스프링의 물빛깔은

숨막힐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물이 맑지 않고

탁하게 보이는 이유는

물속에 함유된 실리카 때문이죠.   


이 지역에서

지열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다 보니

나무들도 뜨거운 열기를 감당하지 못해서 죽고 맙니다.


이런 풍경을 

기괴한 아름다움, 

혹은 잔혹한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노리스 지역의 뜨거운 열기가

모든 생물에게 무해한 것만은 아닙니다.


호열성 생물(thermophiles)이라 불리우는 

특정한 박테리아는 뜨거운 물속에서 살아갑니다.


고온에서

대부분의 생명체는

그 생명을 지속할 수 없지만


떠머파일같은

호열성 박테리아는

140℉(섭씨 60°)도에서도 

너끈하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섭씨 60도 정도면

사람의 몸이 닿는 순간

즉시로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온도죠.


이곳에서 흐르는 물은

철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호열성 박테리아는 

마치 나무가 빛을 이용하여 광합성을 하듯이

물에 녹아있는 철분을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로 변환시킵니다.


이처럼 세포내에서

화학적 반응을 통해 얻는 

산화 에너지에 의해 생존하는 미생물을

키머트라프(chemotrophs, 화학합성생물)이라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철성분이 함유된 

물 주변에 모여있는 

키머트라프의 모습입니다.


키머트라피는

보통 화씨 122-140℉,

섭씨 50-60도의 온도에서 살아갑니다. 


고온에 사는 

키머트라프와는 달리

약간 낮은 온도에서 서식하는

해조류(algae)를 좋아하는 박테리아를

포러트라프(phototrophs)라고 합니다.


이들은 녹색 계통의

해조류와 같은 컬러를 지니고 있습니다.


phototroph에서

가운데 t를 p로 바꾸면

포토그래프라는 사진의 뜻인데요.


포러트라프라는 미생물은

사진의 녹색처럼 컬러풀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지요.


포러트라프가

서식하기 좋은 적당한 온도는

화씨 100-133℉(38-56도) 사이입니다. 


이처럼 자연계에서는

하찮게 보이는 미생물도

저마다의 생존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진화나

적자생존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의 섭리에 따른 것입니다. 


노리스 가이저에서의 사진촬영은

일출이나 일몰, 혹은 그 직후가 좋습니다.


특히 일교차가 큰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직후에는

드라마틱한 수증기의 모습을 찍을 수 있어서 좋지요.


시시각각 변하는

수증기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포연이 난무하는 

전쟁터에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합니다.


사진과 글: 주안

미국 서부 출사 문의: power1258@gmail.com 

더 많은 사진을 보시려면 ⇒ https://blog.naver.com/west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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