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3.22. 월요일. 평소와 다르지 않게 난 엄지와 검지에 골무를 끼고 책상과 일체가 되어 서류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핸드폰에서 브런치 알림이 계속 왔다. 순간 서류 산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거대한 두려움의 산이 오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러던 중 지인이 다음에서 우연히 글을 읽었는데 언니 였다며 카톡에 링크를 보내왔다. 점점 호흡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뭔가 주변 사람들에게 다 들킨 것 같아 무서워졌다.
'근데 뭘 들켰지?' 그걸 정리하기 전에 조회수는 폭증하고 있었고 난 브런치를 접어야 할 것 같았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공무원 조직은 보수적인 곳이다.(무슨 말을 해도 눈치가 보인다.)
잠깐만 마음의 불안증이 생겨서 이 말을 꼭 써야겠다.
<이 글은 팩트 체크를 하는 기사가 아니고 현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아닙니다. 순전히 아주 철저하게 콩깍지가 안 벗겨진 신입의 눈에 들어온 일부 생각과 상황일 뿐입니다. 전국의 고용노동부 산하 모든 지청과 센터와 팀의 상황은 다르며 또한 산하 모든 공무원의 일상과 생각은 다릅니다. 참고>
이 날 두려워서 브런치를 못 들어갔다. 브런치 알림이 올 때마다 식은땀이 났다.
그리고 4일 후..... 2021.3.25. 목요일. 다시 평화는 찾아왔다.
멀리 있는 친구, 2020 고용노동부 신규 공무원 단톡방에까지 내 글을 읽었다는 사람은 있었지만 신기하게 우리센터, 우리팀, 우리동기들은 몰랐다. 휴 다행이다.
심지어 동기 몇 명에게는 이번 해프닝에 대해 내가 직접 말했다. 동기들은 걱정을 했다.
동기가 말하기를 "언니 노출되면 안 좋을 것 같아. 그냥 브런치 자기소개에 40대를 빼고 주부도 빼고 콜센터도 빼고 맞아 고용노동부도 빼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말하기를 "그럼 공무원만 남는 거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음이라는 포털의 후광을 얻은 며칠 반짝 인기였다. 인기는 신기루처럼 4일째 완전 자취를 감췄다.
처음에 브런치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어서이다. 브런치 작가도 재수를 해서 겨우 선정됐다. 나는 필력(?)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나를 안다. 아는 단어도 아주 제한적이다. 공무원 국어 공부할 때 스윽 기본서를 읽고 제외한 영역이 있었다. 고유어와 한문. 내가 갈 길이 아니었다. 빠르게 포기했다. 그래서(?) 나는 짧게 쓰는 글을 좋아한다. 소위 글 호흡이 굉장히 짧다.
내 필력으로 얻은 인기가 아니었기에 풍선에 든 바람처럼 빠져버린 브런치의 조회수 급락은 당연할 결과이다. 휴 다시 한번 다행이다.
다시금 소소한 나의 늦깎이 공무원의 일상을 적어볼까.
할 말이 많다. 쓸 내용이 많다. 최소한 나의 글을 구독해주는 분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꼼꼼하게 재미나게 적어봐야겠다.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피디가 이런 말을 한다.
"나는 택백받는 것도 좋아하고 식당에서 메뉴판 보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이 일을 좋아해요"
이상하게 그 말을 들었을 때 설렜다.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하는 일이라... 음...
그게 지금의 공무원으로 하는 일이었으면 좋겠고 그게 지금의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