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상담원이 국가직 공무원을 꿈꾸다.

세 번째 이야기 : 시험의 끝은 불합격 그리고 합격

by 은반지

올해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4729명이 최종 합격했다. 필기시험에 총 13만 1235명이 응시했다. 이중 6959명이 합격한 뒤 면접시험을 거쳐 4729명이 최종 합격했다. 합격자 평균 연령은 29세다. 그중 18~19세는 2명, 20~29세는 3078명, 30~39세는 1363명, 40~49세는 239명, 50세 이상은 40명이다.

<출처 파이낸셜 뉴스 2020.11.25일 자 중에서 내 눈에 들어온 내용만 적음>


2020.11.25. 오후 6시 3분

2020년 9급 공채시험 최종 합격자 공고가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게재되었으니 확인 바랍니다.

<출처: 내 핸드폰>


그렇게 3월의 공무원 공부가 끝이 나고 다른 시험에 도전했더랬다. 새벽 첫 기차를 타고 대전까지 가서 세 과목을 보는 필기시험을 치고 왔다. 직업상담사 가산점도 주는 공무직 시험이었다. 5월에 기분 좋게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면접 준비를 열심히 했다. 면접을 보는 내내 왜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굳이 이것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면접위원들의 아리송함에 대해 확실하게 설득을 못했다. 아이가 있냐라는 말에도 6학년 4학년이라 육아가 일에 방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속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 그게 면접 이후에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여하튼 높은 필기시험 점수에도 난 예비 1순위로 떨어졌다. 6월 22일이었다.


그날 홈페이지에서 예비 1순위 통지를 보고 바로 다시 아파트 도서관에 갔다. 다시 덮어두었던 공무원 국어책, 영어 단어, 한국사, 직업상담심리학, 노동법을 꺼내 들었다. 그냥 불합격의 허전함을 이길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피 끊는 20대도 아니고 술로 시간을 허비할 에너지도 없었다. 7월 1일까지 최종합격자가 입사 포기를 한다면 예비 1순위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1명을 뽑는 자리였다.


그것이 헛된 희망임을 알면서도 버릴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시험은 시험으로 잊자 불합격은 불합격으로 잊자 라는 생각으로 접수해 놓은 7월 11일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쳤다.


난 7월 11일 기분 좋게 시험을 쳤고 그날 저녁 아이들에게도 엄마는 포기하지 않고 시험을 봤지만 떨어졌다고 말했다. 마라톤을 꼴등으로 완주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큰 아이가 "엄마 궁금하지 않아? 몇 점으로 떨어졌는지? 나 같으면 떨어졌더라도 내가 몇 점으로 떨어졌는지 아는 게 미련이 안 남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이상하게 그 말을 들어보니 그 말이 맞는 말 같았다. 내가 틀린 것 같았다. 그래서 채점을 했다.



나는 2020년 11월 25일 오후 6시 위의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합격자 중 40대 이상인 239명의 한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의 합격수기에서 읽었던 '내가 인생에서 끌어모을 수 있었던 모든 조상의 은덕이 쌓이고 쌓여서 합격한 것 같다'라는 글이 생각이 났다. 그래 이건 내 실력보단 조상의 은덕이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라고

누군가의 합격수기에서 읽었던 '신기하게 내가 공부한 것에서 다 나왔다'라는 말도 생각이 났다.

그래 내가 공부한 거에서 거의 나왔다. 높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합격하기엔 괜찮은(?) 점수였다.


현직 지방직 공무원이었던 신랑은 말했다.

"지금 실컷 기뻐하라고, 발령 나면 나락으로 떨어질 일 밖에 없으니깐"


합격의 꿀맛은 2021.2.7. 일까지는 지속됐다. ㅎㅎ

발령 나기 전까지 아니 정확하게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되기 전까지

현직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참고사항

국가직 면접 이야기는 따로 자세히 적을 테다.

그건 한 줄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도저히 한 줄로 끝낼 수가 없다. 나의 서사를 내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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