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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반지 Oct 08. 2023

오! 어? 아!, 우리의 9월 등수  

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떴다, 떴어, 메일 왔어.!

9월 통계가 본부에서 내려오자마다 키보드 위 손가락이 바쁘다.

k주무관과 나는 한 달 동안 아주 열심히 했다. 우리는 둘 다 자신이 있었다.

우리 식대로 계산을 해봤다. 지원금 지급률 80프로 초반대로 8개 센터에서 3등이었다.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탕비실로 간 우리 둘은 "아싸, 그래 우리가 해낼 줄 알았어."소리를 질렀다.


선배 주무관님에게도 소식을 알렸다.

"그래? 다른 센터도 열심히 했을 텐데, 그렇게 됐다고?" 의아해하셨다.

그 순간 잠깐 불안함이 엄습했다.

'잠깐만, 우리가 분모를 잘못 잡았나? 분자가 잘못된 것인가? 필터를 잘못 걸었나?'

메신저로 k주무관에게 이 마음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내 뒷자리 팀장님이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지원금 지급률 86프로란다. 축하해. 이제 10월에 4프로만 더하면 기관평가 점수 A등급 받는다.

 이제부터 인센티브 싸움이다. A등급 받고 인센티브 욕심내보자. "


알고 보니 우리가 산하는 동안 본청에서 각 센터별 혼란을 막기 위해 8개 센터의 팀장님과 서무에게 결과를 보낸 상황이었다. 우리가 낸 결과보다 퍼센트는 올랐는데 등수는 떨어져 있었다. 서무님에게 등수를 물어보니 5등이라고 했다.


앗 우린 충격에 빠졌다.

우리 잘했는데 왜 5등인 거임? 속상했던 우리는 본청에서 보내준 엑셀자료를 다시 한번 뚫어지게 봤다. 우리가 분모를 잘못 필터링해서 차이가 있었다. 여하튼 2등에서 5등까진 1프로 미만 소수점 차이였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우리는 한 달 동안 10프로 이상 올랐다는 것이다.  심지어 9월 중간평가 이후 15일 만에 7프로 이상 올랐다. 그리고 더욱더 정말 중요한 것은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였다는 것이다. 띠로리


얼떨떨한 마음이 살짝쿵 있었지만,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충분히 기뻐하면 되는 것이었다.

모든 상황을 이해한 우리는 박수를 쳤다. 추석연휴에도 나와서 일을 한 보람이 있었다.


두 달 만에 내 등짝도 편했다. 뒷자리 팀장님의 걱정소리에 잔뜩 긴장한 등짝이 방패노릇하느라 고생을 좀 했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팀장님을 마주하면서도 편안한 호수를 보며 앉아있는 것처럼 여유로웠다.

"등짝아 고생했어, 자리가 또 딱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가지고, 네가 수고가 많았다."


지청으로 간 전임자였던 동료에게도 이 소식을 알렸다. 내 일처럼 기뻐해주었다. 모든 게 익숙해져 이제 속도만 내면 되는 그때, 그러니까 결승선을 몇 미터 앞두고 선수가 교체된 상황이었다.


달리기의 '달'도 모르는 사람 둘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8월 초 휴가 중 업무가 바뀌었고 돌아와 보니 신청건은 100건이 넘어 있었다. 위탁을 준 운영기관 담당자들도 갑자기 바뀐 담당 주무관이 업무 초짜라는 사실이 반가울 리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리 똑똑한 사람이 아니기에 늘 그렇듯 뭔가를 잘 모를 때 빨리 적응하는 방법을 작동시켰다.


그것은 막대하고 엄청난 양의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다. 절대 잡히지 않겠다고 도망가는 '업무의 감'이라는 놈도 쉬지 않고 달려오는 나에게 꼬리를 잡히고 말았다.


요즘 나는 퇴근하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보이는 거리의 간판들을 보면 지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왜냐하면 저 간판들은 내가 하루 종일 쓰고 있는 검토보고서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가본 적 없지만 익숙한 이름들을 보면서 기분이 좋고 뿌듯하기까지 하다.


저곳에 어떤 청년이 취직을 했고 사업주에겐 얼마의 지원금을 주는지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간다. 가끔은 청년을 실제 취직시키지도 않았으면서 꼼수를 부려 지원금을 받으려는 사업주도 있지만, 세상 흐름 다 그렇듯 나쁜 사람은 소수다.


마지막 결과를 앞둔 10월의 시작,

달이라는 짧은 기간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함께한 결과, 나름 괜찮았다.

손잡고 끝까지 집중해서 달려보자. 언제 헤어질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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