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반지 Mar 18. 2024

AI로 돌아온 김광석의 "달디달디단 밤양갱"

김주무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동아리방에서 김광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귓속에 1급수 물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맑아서 햇살 같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구슬펐던 그의 목소리는 신기한 세계 그 자체였다. 김광석이라는 가수가 너무 궁금했지만 그땐 이미 그는 하늘나라에 가버린 상태였다.


아~~, 왜 이제야 알았을까. 늦었다는 안타까움에 심장이 꺼질 정도로 슬펐다.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글로 보았을 때도 일찍 알지 못했음을 자책하며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한때 마음 아프게 사랑했던 가수의 목소리는 스펙터클한 내 인생의 소용돌이에 너무나도 쉽게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옛 시간의 부스러기들을 가득 담고 있는 상자에 갇힌 채, 창고 안에서 쓸쓸하게 시간의 바다 위를 표류하고 있었다.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추천된 음악을 듣고 있었던 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얼굴에 얼음이 쏟아 내린 것 같았다. 손가락 끝이 차가워졌다. 머리카락들이 쭈삣 일어섰다.


'흐음 ~ 떠나는 길에 니가 내게 말했지'

여기서 알아버렸다. 김광석이다. 설마.

'너는 바라는 게 무나 많아'

확신할 수 있었다. 정말 김광석이다. 미쳤다. 바로 찾아보았다. 'AI 김광석 커버'라는 문구가 보였다.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고

그래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김광석의 목소리는 20년 전과 같았다.

내가 둔할 걸까. AI김광석의 목소리에서 거짓인 부분을 찾아내고 싶었지만, 아주 평범한 귀를 가지고 있던 나는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대단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무섭기도 했다.

죽은 자의 목소리를 살려낼 수 있다면,

진짜의 정보들을 수집해 얼마나 쉽게, 많이, 다양한 거짓을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벚꽃이 곧 필 거 같은 따뜻한 이 아침엔

성과급이 곧 입금될 거 같은 이 아침엔,

올해도 어김없이 슈크림 라테가 시즌메뉴로 나온 이 아침엔,

여기까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상다리가 부러지고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져버려도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사진출처: 픽사베이>








작가의 이전글 쏘맥에서 청포도 맛이 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