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이 좋다. 앞으로도 계속.
김주무관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나는 쨍쨍한 해를 좋아한다.
그 태양 아래서 걷는 것도 좋아하고
수영하는 것도 좋아한다.
여름엔 풀향이 진하게 나서 좋다.
쫘악쫘악 내리는 여름 비의 곧음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자두와 복숭아가 나오는
계절이라 좋다.
반바지와 치노 스커트를 자주 입을 수 있어서 좋다.
덜 말려진 숱이 많은 내 머리카락도 금방 바슬바슬하게 해 주니까 좋다.
불어오는 바람, 흘러가는 공기들 여름엔 고맙고 소중하게 여겨지니 그것도 좋다.
그런데
이 여름 새벽, 동기 한 명이 하늘나라로
여행을 갔다.
아이스아메리키노를 좋아했던
그 동기의 장지로 가는 날에도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려고 했다.
그때 나는 그 동기에게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1년이 흘렀다.
다시 어느 여름들이 아무렇지 않게
성큼성큼 오고 있다.
여름을 잊을 수 없듯이,
여름과 같이 오는 그 동기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흘러간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마음을 가리고 추억을 감추지만 기억은 남았고 아픔은 지울 수 없네.'
<사진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