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민원인, 웃는 민원인, 그리고 수상한 민원인

고용센터 김주무관 이야기

by 은반지

우는 민원인들이 종종 있다. 아마도 본인의 인생이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스쳐 지나가셨나 보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참기 위해 먼 곳을 바라보시기도 한다.


우시는 분들은 대부분 여성분들이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어머니분들이 눈동자가 빨개지시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나도 그다음 말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잠시 말문이 막히기도 한다.


젊은 여성분들도 종종 운다. 어린 나이에 사업장에서 겪었던 고초를 생각하니 억울함이 몰려왔던 거 같다. 눈물을 참아가며 꿋꿋하게 설명을 하는 모습이 짠하다.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지만 언제나 그렇듯 법의 한계만을 전해야 할 때 나 역시도 슬퍼진다.


내가 물었던 것은 하나. "왜 퇴사하셨어요?"였다.

이 질문에도 눈물공장에선 눈물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학교를 졸업한 후 대부분의 시간에 노동을 하며 돈을 벌어야 한다.

가족과 떨어진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과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

견뎌내고 버틴 시간을 돌이켜보면 이렇게 억울하고 화가 나고 눈물이 나는 사람들이 있다.



활짝 웃는 민원인들도 있다. 사실 우는 민원인들보단 적다. 그래도 가끔 있다.

특히 만 60세 정년퇴사하시고 실업급여 신청하시는 분들이 많이 웃는다. 이 분들의 빛바랜 신분증에 젊은 시절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애처롭다. 하지만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새로운 그 무언가를 할 수 있음에 들떠 있는 모습은 어느 젊은이보다 활기차 보인다.


국밥집에서 오래 일하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어느 여성분은 '아침부터 행복했다'라고 하셨다.

'좋은 사장님하고 일했고, 동료도 좋았고, 즐겁게 일을 끝내고 실업급여도 신청할 수 있으니 정말 즐겁다'라고 하셨다.


이분들에게도 물었던 것은 하나.

"왜 퇴사하셨어요?"였다.

이 질문에도 웃음공장에선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한 긴 시간이 '행복함'으로 남은 그들의 앞모습이 나도 참 부러웠다.




그리고 수상한 자들도 있다.

나의 손가락 끝, 나의 눈동자의 끝, 내 얼굴의 모든 근육의 끝을 이상할 정도로 쫓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눈에서 발사되는 레이저는 매우 강력하다.


한 번은 신청서를 검토하던 중 눈에 먼지가 들어간 것처럼 눈이 간지러워서 한쪽 눈을 깜빡거렸더니 "왜 무슨 문제 있어요?"라고 까칠한 말투로 물으셨다. 어떤 분은 키보드의 소리가 잠시 멈추자 "제가 문제 있나요?"라고 하셨다.


처음에 나의 모든 감각들에 반응을 하는 민원인들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이유는 알 수 있었다. 각종 시스템을 통해 확인해 보면 그들 대부분 '실업급여 신청' 자체가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곳곳에 발견됐다.


그래서 그런 정황들에 대해 사실관계를 물어보면 그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인과관계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횡설수설하거나 본인만의 언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내가 물었던 것은 하나.

"왜 퇴사하셨어요?"였다.

이런 질문에도 레이저 공장에선 레이저를 만들어야 하니 좀 피곤할 거 같다.


나는 최소한 인간이라면 거짓말을 해야 하거나, 행동이 정당하지 못할 때 어떻게든 '티'가 난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티'가 난다는 것을 그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냥 '그래야만(부정수급 시도)'하는 그들도 가엾다.


p.s : 현재 김주무관은 실업급여 수급자격 심사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