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스탤지어

by 후안

이 세상이 워낙 아름답고 우아하시다 보니, 원한과 앙심, 그리고 복수에 관한 노래가 몇 곡 없기는 하지만, Coldplay의 <A Rush of Blood to the Head>는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난폭한 보복심. 시간과 거리에서 멀어져도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 앙갚음의 욕심. 머릿속을 들락날락 담금질하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로 단련되는 분노의 의지.

나처럼 기품이 경박한 인간에게, 그것만큼 세찬 추동력을 주는 동기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그 도시로 돌아갔을 때, 나는 여흥에 취해 복수심이 무뎌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광기 어린 노랫말처럼, 이 도시를 돈으로 사서 모조리 불살라 버린 후 6피트 아래 땅 속으로 파묻어 버리거나, 총을 사다가 전쟁이라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지켜보면 좋겠다고.




복수가 성공하고 처벌을 내리는 순간의 달콤함은 어떤 것일지, 한낱 락밴드의 졸렬한 노랫말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종교의 경전들과, 심지어 역사에도 판례들이 수두룩하게 기록되어 있고, 이 장면들은 사람들이 꽤나 좋아하는 이야기로 긴 세월을 살아남았다.

그러니 나의, 우리의, 이 불경스러운 마음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어야 한다.


가래침과 흙을 뿌려가며 자신을 부정하던 도시, 메카로 군대를 이끌고 돌아온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이교도와 배신자들을 무릎 꿇리고 복수극을 벌이는 일은 얼마나 신나는 것이었을까.

엘바 섬을 탈출해, 만발한 바이올렛 꽃향기를 따라 파리로 들어서던 나폴레옹의 심정은 또한 어떠했을지 그려보기 어렵지 않다.


세상이 다 아는 유명한 동화들과 영웅의 서사시들마저 이런 복수의 플롯을 벗어나지 않으니, 떠오르는 이야기를 하나씩 말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하룻밤이 부족할 것이다.




다만 그러한 권능이, 너와 나에게는 없어서, 우리 아직은 그저 원망 어린 말들과 사나운 눈빛으로만 복수를 갈음하는 것일 뿐, 결코 용서를 한 것이 아니다.


돌이킬 수 없이 타락한 도시를 한 순간에 불바다로 작살낸 절대자께서, 천사들에게 나팔을 불게 하고 짜릿한 쾌감과 후련함에 취해 콧노래를 불렀을 그 장면을, 나로서는 그저 부러워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그러한 권능이 나에게는 조금도 없어서, 헐렁한 가방 안에 여벌의 속옷 몇 장을 쟁여 넣은, 심드렁한 여행자의 행색이 되어 새로 생긴 길과 빌딩 따위를 구경하는 것으로 척후병의 소명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아직 유황과 불구덩이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거짓말과 폭력으로 양분을 채우며 반도의 모퉁이에 뿌리내려 버티고 선 이 도시는, 불의 심판을 받아 멸망한 다른 도시들의 뒷자손들이 모여들어 재건해낸, 오늘날의 소돔이요 고모라이다.


어느 날 밤 천사께서 현신하여 내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는, 이 곳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의 아내와 함께 이 곳을 떠나라, 하고 말씀하신 기적의 순간은 없었으니, 나는, 이 타락한 도시에서 쫓겨났다 말하자.

함께 검은 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죄를 물어, 나는 담나티오 메모리아이의 처벌을 받아 이름도 얼굴도 지워진 채 경계 너머로 속절없이 내던져졌다고 말하자.

그리하여 이 복수심의 태생이 마땅하고 선량한 것이라 선고하자.




이제, 창조자께서 소돔을 불사르기 전 아브라함에게 기회를 주었던 것을 떠올리신다. 공정하신 분이시라고 하니 나에게도 찾아와 그리하실 것이다.

다만 아브라함과 달리 내게 조금도 애통한 기색이 없으니, 이번에는 먼저 물으시겠지. 너도 이 곳에서 다만 열 명의 선량한 자들을 찾아내어 구원을 부탁해 보지 않겠느냐고.


그러면 나는 그제야 무릎을 꿇고 부탁을 할 것이다.

이곳은 위선자와 배신자, 모사꾼과 아첨꾼, 무뢰배와 사기꾼들이 모여들어 대를 이어 세습하며 쌓아 올린 퇴폐한 유산들과 악취 나는 비양심들의 도시라고 일러바칠 것이다.

우정은 남김없이 타락했고, 이웃과 시민들은 무례하고 불손하며, 가족은 혈육을 부정하는 이 곳에, 의로운 자는 대개 이미 죽은 자들뿐이라, 이제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고 고하리라.

그러니 조금의 자비도 없이 모조리 불사르고 한 톨의 가루마저 남지 않게 하시라 간청할 것이다.


태초보다 더 이른 날에, 이제 막 지구가 식어 뭍과 물이 갈라지기 시작했던 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곳의 흙과 땅이 나의 아픈 향수병이 향하는 곳이며 돌아가야 할 노스탤지어라고, 참회 없이 고해하고 용서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