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4 <파워풀>_패티 맥코드
직원을 어른으로 대접한다는게 어떤 의미일까? 아르바이트로 미성년자를 고용하는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들이 일한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최고인재책임자는 이 책 첫장의 제목을 "어른으로 대접하라"로 지었다. 이 말에 담긴 전제는 "우리는 직원을 어른으로 대접하고 있지 않다" 이다. 이 오만한 넷플릭스 임원의 단정을 우리는 그냥 무시해버릴까? 그렇다면, 그런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좋겠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한국도 아닌 무려 미국에서도 많은 직장에서 직원을 어른으로 대하지 않나보다. 그러한 면에서 뭔가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역시 "사람사는데 다 똑같다"는 우리 엄마 말이 진리인걸까? 애니웨이. 패티 맥코드의 전제에 동의한다면 이제는 그녀가 말하는 '어른'이 뭔지에 대해 들어볼 때다.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어른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만 2개의 단어로 요약한다면 어른의 핵심은 '존중'과 '책임'이다. 어른은 존중을 받는다. 물론 인권의 측면에서 미성년자들도 존중을 받지만 여기서 말하는 존중은 '비지니스 맨'으로서의 존중이다. 비지니스 맨으로서의 존중은 그 사람의 영역을 인정하고 맡기는 것이다. 마케터에게 시장분석을 맡기고,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존중한다. 어디서 당연한 이야기를 하느냐고? 그런데 생각보다 각 분야의 전문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패티 맥코드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 가령 나의 이전 직장은 대학병원이었다. 대학병원의 권력은 모두 의사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어떤 부서든 최고 관리자는 결국 의사다. 병원에서 의사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반영되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마케팅이나 디자인의 영역까지 결정권을 가지는 것은 아이러니다. 안타깝지만 나는 그 회사가 의사가 아닌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접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같이 위계질서의 문화가 강력하게 굳어 있는 사회에서는 '분야별 존중'만큼이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한 분야 안에서의 개인을 향한 존중이다. 신입은 일단 배워야 하는 위치이고, 리더의 성향에 따라 한 부서의 방향과 색깔이 정해지는 측면이 강하다. 신입에게도 하나의 비지니스맨으로서의 존중을 해야 한다. 신입은 어린아이가 아니다. '미생'이라는 단어에는 '이제 막 사회에 입성한 자들의 겸손함과 자기 발전'의 의미보다 '하나의 주체로서 존중받지 못한 자들'의 의도가 훨씬 강하다고 생각한다. 미생이 완생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우리는 쉽게 말하지만 완생된 그들에게 굳어버린 사고의 틀을 뛰어넘을 가능성은 실종됐다. 그들을 미생이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자들이 늘 '사실에 근거한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그들의 주장이 논리적인지를 검증하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라는게 이 책의 주장이다.
"그래 역시, 갓플릭스! 직원들을 존중하는 그들의 모습 대단해!"
하고 갓플릭스께 찬양과 경배를 올려드리기 전에 우리는 넷플릭스의 [직원을 어른으로 대접하기 챕터2. 책임]의 장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존중 만큼이나 중요하게 강조하는 넷플릭스의 문화는 '책임'이다. 어른은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게 어른이다. 그것이 사적이든 공적이든. 넷플릭스는 직원 누구에게나 '입과 손'을 허락한다.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입과 그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를 조사하는 손이다. 그렇게 실험과 적용을 하고 성과를 낸다. 그들이 낸 성과에 대해 '존중받는 어른 직원'들은 철저한 책임을 요구받는다. 결과를 가지고 연봉을 협상하고 해고 당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른이기 때문이다. 존중에 따라 자기주장을 펼쳤고 비지니스맨으로서 책임져야 한다. 물론 세워놓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여 그 직원의 고과를 무조건 낮게 책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한 직원이 내세우는 논리성과 그에 대한 실험정신을 평가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준이 있다고 한다. 직원 사이에서 그 체계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다. 그것이 넷플릭스 인사관리의 힘이다. 직원의 창의성을 최대로 끌어내는 '어른 대접'
업계 최고 대우의 연봉, 제한 없는 휴가 등 익히 알려진 넷플릭스의 복지 이면의 것들을 말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넷플릭스에 홀릭하거나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낙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능력이 있으면 지금 당장 넷플릭스로 이직하면 되지만 신은 나에게 외모를 주시고 그런 능력은 빼앗아 가셨다. 그저 이 책의 몇가지 내용을 우리의 직장생활에 적용해볼 뿐이다. 이마저도 쉽지 않겠지만. 내가 쥬니어 직원이라면 '어른'에게 주어지는 책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권한이 있는 '관리자'라면 넷플릭스 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 부서에서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게 어떨까? 그 정도의 '사유의 확장'이 일어난다면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