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앓느니 쓰지 Jun 01. 2019

작가 남편은 어떤 서평을 써야할까?

No27. <세계 여행은 끝났다>_김소망

이 세상에 <세계 여행은 끝났다>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지독한 현실주의자이자 한 출판사의 편집자인 이 책의 작가는 남편과 1년여의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세계여행책은 시중에 너무 많이 나와 있어서 경쟁력이 없다'며 세계여행 이후의 서울살이에 대한 책을  냈습니다. '세계여행 이후의 책은 경쟁력이 있나?' 잘 모르겠지만...어쨌든 이 서평은 작가의 남편이자, 세계여행 동행자이자, 이 책의 남자주인공이자 결정적으로 이 책의 마케팅총괄임원인 '남편'이 쓴 감동적인 서평입니다.




아내는 나한테 그~렇게 편지를 안쓴다. 서점같은데 갈 때면 편지지와 아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은근히 눈치를 주면은 "와 편지지 이뿌다! 이번에는 기필코"외치며 편지지를 산다. 그렇게 우리 집에는 이쁜 편지지가 많이 쌓였다. 세계여행 가기전 날 아침에 나는 아내한테 편지를 썼고, 돌아오는 날 비행기에서도 편지를 써서 줬는데 답장은 돌아올줄 모른다. 그런 아내가 이번에 212페이지 짜리 편지를 써줬다.

작가 남편이 되면 좋은점 하나. 책의 굿즈를 다 받을 수 있음.

아내가 작가인 남편들은 아내의 책을 읽고 어떤 서평을 쓸까? 임경선 작가의 남편분도 서평을 쓸까? 이상한 모임 만들기 중독자인 나는 <작가 아내 남편 클럽> 같은걸 만들어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가족이 쓰는 글에는 어떤 방식의 서평을 쓰든 이상하다. 엄청 감동받았다는 식으로 써도 오그라들고 드라이하게 쓰자니 괜히 눈치 보인다. 심지어 나는 이 책의 남자주인공인데 세상에! 남자주인공이 서평을 쓰기도 하나? 송강호도 왓챠에 기생충 평점을 남기나?

아마 가장 나다운 서평은 이런 식일꺼 같다. 아내가 책을 낸다는 소식을 접했던 첫 날. 진심을 다해 축하했지만 '그럼 나는?' 하고 부러운거 안부러운척 일부러 재미없는 농담을 던졌다. 결국 책은 나왔고, 의외로 이 책은 재밌고, 나는 신나서 시키지도 않은 마케팅총괄임원을 하고 있다. 매일 오후 5시쯤 '한 1시간 정도 일 하는척 딴 짓하는거 괜찮지 않나?' 하고 포토샵으로 백종원 사진 갖고 낄낄거리며 이상한 것들을 만든다. 마케팅에 도움되는지 1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가족의 시선이 아니더라도 이 책이 생각보다 재밌는데 바이럴이 안되는게 안타까워 오늘도 부장님의 눈치를 보며 포토샵을 킨다.

부장님 이것만 만들고 처리할게유!

내가 그렇게 부러워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작가 아내는 이 책을 언급할 때 "내 책이, 내 책이" 한다. 꼭 그렇게 책의 소유권을 정확히 주장을 해요. 내가 무슨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달라고 했냐, 인세에 욕심을 내기를 했냐. 뿡. 한번이라도 날 위해 "우리 책이..."라고 할 수 없었나? 212페이지 짜리 편지를 썼다는 말 취소. 내일까지 편지 써와라. 안그러면 똥꼬에 핵을 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가 뭔거 같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