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조정환Juancho
Jan 04. 2024
1.
저번주를 기점으로 내 업무는 모두 끝났다.
편집실 자리도 비우고 사무실도 청소했다.
더 이상 내가 <대학전쟁>에 대해 보탤 게 없다.
정말 끝난 것이다.
8개월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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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학전쟁>이 지난 1년을 갈음하는 단어가 된 느낌이다.
2021년 '방송사 공채 입사'
2022년 '현주와의 결혼'처럼
2023년을 '<대학전쟁> 제작'
내 인생을 이렇게 요약해 두어도 그리 아쉽지는 않다. 그만큼 이 시리즈가 내게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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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정은, 첫 기획부터 끝 편집 마무리까지 내내 강행군이었다.
반나절 넘게 쉰 적이 있었나? 아마 없었던 것 같은데. 반년 넘게.
쉴 때도 마음이 불편했다. 고 사이에도 새로운 문제가 터지곤 했으니까.
'이거 감당 되겄나?' 싶은 상황도 더러 있었다.
나 같은 저 연차 피디가 이걸 책임져야 하는데... 이게 맞아?
티는 안 냈지만 꽤나 압박과 부담이 있었다. 자주 지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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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든 과정이 너무나 재밌었다. 특히
우리가 몇 달 고민하여 만든 게임을
출연자는 10분 만에 파악하고 전략을 짤 때(!!)
그러면서 게임 수준 높다며 좋아할 때(...)
내가 편집한 부분을 누가 재밌다고 인터넷에 언급해 줄 때
오랜만에 온 연락이 '<대학전쟁> 재밌더라'는 칭찬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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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왜 피디가 되고 싶었나.
2017년 여름에 결정했다.
20대 내내 고민했던 것에 대해.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까.
그리고 마음먹은 것이 방송국 PD.
tvN <더 지니어스>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기분이 쩔 것 같았다. 지치지도 않을 것 같다. 근데 돈도 받으면 얼마나 좋아.
그 후 3년을 매달려(...) 난 방송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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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러니까 <대학전쟁> 만들던 8개월이 얼마나 재밌던지.
6년 전의 난, 2023년의 조정환이 PD가 되어 <더 지니어스> 메인 작가님과 일 얘기를 하고 있을지 몰랐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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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쨌든 <대학전쟁>은 끝났다.
힘든 건 사라졌고 좋은 기억들이 많다. (나 지금 휴가 3일차)
함께 일했던 선후배분들, 작가님들, 각 분야의 방송 전문가 분들 모두 유능하고 친절하셨다.
그 덕에 마음 편히 일만 열심히 했다. 즐거웠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나는 잘하는 PD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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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어느 정도 잘한 적도 있지만,
매 순간 잘하진 못했던 것 같다. 모르는 것도 있었고 죄다 처음 겪어서. 어물쩡 티 안 나게 넘어가려 했으나 창피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번 더 하면 확실히 더 잘할 거란 생각이 든다.
이제 서바이벌을 더 알게 되었다고. (서바이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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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러나 저러나 2023년이 끝났고 나는 한동안 휴가다.
현주랑 놀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체육관에 나가 농구공을 튀기고
...
뭐 그럴 생각이다.
일단 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