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정환Juancho Dec 30. 2019

Not like this

<매트릭스> 1편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기계가 점령한 세상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네오와 모피어스 일행, 여느 때와 같이 (기계가 만들어 놓은) 가상 세계 매트릭스에 접속해서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일행 중 한 명인 '사이퍼'가 배신한 것. 빈곤하고 위험한 생활에 지친 사이퍼가 기계에게 '(가상 세계 안) 부귀영화'를 약속받고 동료들의 위치를 불어버린다. 결국 리더인 모피어스는 기계에게 붙잡히고, 사이퍼는 몰래 현실로 돌아와 아직 가상 세계에 접속되어 있는 동료들을 하나씩 죽이는데...



네오 동료로 나오는 '스위치'는 이때 사망한다. 매트릭스 저항 일행답게 그녀는 언제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왔던 것 같다. 사이퍼가 회선 단절로 죽이려 들자, 트리니티에게 이런 식으로 죽는 건 싫다고 반복해 말하며 안타깝게 사망한다. 마지막 대사는 "Not like this".


Not like this.

Not like this.

이 대사가 자꾸 맴돈다.

그녀를 보는 데 마음이 아파서.


며칠 전, 최종에서 떨어졌다. 또 한 번.


인생이 잘 안 풀린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년이 그랬다. 미묘한 변화는 있다. 작년 이맘때에는 괴로움과 오기로 온몸이 떨렸으나 올해는 아 정말 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고 피식 웃게 되었다는 정도.


목표를 향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최대한 노력하면, 어느 정도 합당한 성과가 주어져 그걸 눈으로 확인하고 적당히 만족한다. 이제껏 나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거참 당연한 거 아닌가? 하지만 그런 삶은 너무 운이 좋은 삶이기도 하다. 안 그런 경우도 정말 많거든. 나는 이제껏 정말 순탄하게 살아왔다. '진인사대천명'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알아버렸다. 서른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어른 된 기분.


2019년. 문턱이 코 앞에 있는데 자꾸 못 넘었다. 아... 속 쓰려. 사람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 괴로웠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앞으로의 성과와는 별개임, 똑똑히 알고 있다. 내년에도 내 인생이 잘 안 풀릴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답답하다. 하지만 욕심난다. 정말 아프지만 이 아픔을 확실히 이겨내고 싶다. 완전히. Not like this. 이런저런 돌파구를 만들 생각이다.


그러니 새해에 뭐 바라는 게 있다면 운이 좀 따랐으면 좋겠다. 그 운을 타고 날아보고도 싶다. 2020년에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