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자르듯 나뉘지 않는 현실에서
저는 1962년에 태어나 전후 민주주의에 완전히 몸을 담고 살아왔습니다. 이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된다는 분위기가 당연한 듯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나 자위대 문제에 대한 여러 모순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즉 어린 시절 자위대에 품었던 일종의 동경과 현실 사이에는 명백한 괴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p150
독일의 전후 처리 방법은 훌륭했습니다. 자신의 가해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공개해 나가는 공정함에 비해 일본은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 의식이 국가적 수준에서도 국민적 수준에서도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를테면 제 어머니가 추억으로 이야기하는 전쟁은 도쿄 대공습뿐이었습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타이완과 한국만으로 그쳤다면 좋았을 걸, 그랬다면 지금쯤은...”하고 주눅 들지도 않고 말하는 어머니에게는 명백하게 피해 감정밖에 없습니다. - p161, <망각> - 가해를 망각하기 쉬운 국민성
지금의 저는 제 생활이 무엇을 토대로 이루어져 있는지 제대로 그리고 싶습니다. 시대나 사람의 변화를 뒤쫓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사소한 생활에서부터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제 발밑의 사회와 연결된 어두운 부분을 주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외부와 마주하고, 그 좋은 점을 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것에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 p420